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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porter/과학 기사

비겁한 뇌와 어떻게 살 것인가

by 사랑해,태진 2013. 4. 12.

비겁한 뇌와 어떻게 살 것인가

[이주의 과학신간]의도적 눈감기/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몸의 노래/동아시아 과학의 차이

2013년 04월 12일

◆의도적 눈감기-비겁한 뇌와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마거릿 헤퍼넌 著, 푸른숲 刊)

‘의도적 눈감기’는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뇌의 본능과 어긋나면 고의로 무시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도 모른 척할 뿐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까지 깨끗이 잊어버리려는 뇌의 비겁한 속성이다. 저자는 인간이 왜 자꾸 위기를 가져오는 행동을 되풀이하는지 연구하다가 뇌에서 그 답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도적 눈감기가 우리 앞에 크고 작은 사건과 위협을 가져온다는 것.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배우자의 불륜을 눈감는 등 일상의 문제부터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정유공장 폭발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사회 현상이 모두 의도적 눈감기의 파장 아래 있는 일이라는 걸 밝혀냈다. 뇌는 생존을 위해 주어진 정보를 취사선택해 해석하는데, 유리한 경험이 반복되면 그것은 습관이 되고 더 이상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정보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걸러버리거나 눈을 감아버리게 하는 단점이 있다. 동질성, 사랑, 이데올로기, 한계, 현상 유지, 복종, 순응, 거리, 보상 등 때문에 정보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뇌가 얼마나 비겁하며,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맹목적일 수 있는지를 생생히 체험하게 된다. 저자는 뇌의 속성상 생겨나는 의도적 눈감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싣고 있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DNA에서 양자 컴퓨터까지 미래 정보학의 최전선(정하웅․김동섭․이해웅 著, 사이언스북스 刊)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사이언스북스가 손잡고 마련한 ‘KAIST 명강’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KAIST 명강’은 과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올 주제를 선정해 그 분야 최정상 전문가들에게 강의를 들어보는 코너다. 1권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의 주제는 ‘정보의 미래’다. 복잡계 과학의 창시자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 대한민국이 인공 항체 신약 개발국에 진입하는 길을 연 김동섭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양자정보학 연구를 국내 최초로 시작한 이해웅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세 교수는 각각 ‘복잡계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는 어떻게 퍼지고 흘러가는가?’ ‘생명 현상을 만들어 내는 정보는 어떻게 기능하고 탐구되고 있는가?’ ‘양자적인 스케일에서 정보는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라는 관점에서 과학을 넘어 경제와 사회, 정치 영역에까지 파급을 미치고 있는 ‘복잡계 네크워크’, 의학과 생명 공학의 영원한 화두인 ‘유전자’, 양자역학과 정보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태어난 ‘양자정보’를 살펴봤다. 각 분야를 선도하는 대가들이 들려주는 최신 연구 성과를 통해, 과학기술에 관심 있는 대중들은 이 시대에 필요한 과학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의 노래-동양의 몸과 서양의 몸(구리야마 시게히사 著, 이음 刊)


고대 그리스 의학과 한의학은 몸과 의료에 대해 서로 다른 시선을 갖고 있다. 동서양 비교 의학사의 최고 권위자인 시게히라 구리야마 하버드대 교수가 동서양의 차이를 명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우리는 인간의 몸의 구조와 기능이 어디에서나 같은 보편적인 실체라고 여기지만,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몸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몸은 너무나 다르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동양과 서양의 고유한 세계관과 인식론의 차이, 즉 ‘주체와 대상이 통합되어 있는 동양의 인식’과 ‘주체와 대상이 격절되어 있는 서양의 인식’을 발견할 수 있다. 초기 의학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느끼고 인식하는 습관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몸의 촉진이 그리스와 중국 의학에서 몸의 이해에 본질적인 까닭을, 2부에서는 몸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선을 고찰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생명력과 밀접하게 연결된 실체, 즉 혈(blood)와 숨(breathe)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중국과 유럽에서 구현된 경험의 차이를 함축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통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서양 과학, 동양 과학, 그리고 한국 과학(김영식 著, 사이언스북스 刊)


한국에서 과학기술을 연구한 역사는 길지 않지만, 서구와 일본 사회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근대화, 산업화의 압박은 우리나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소 발족으로 시작된 한국의 과학기술연구는 5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계의 과학 기술 강국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급속히 발전했다. 그러나 맹목적인 급팽창은 시행착오와 연구부정, 논문표절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성찰이 균형 있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영식 서울대 동양사학과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질풍노도의 급팽창 과정을 거쳐 온 한국의 과학기술과 세계 과학기술사 전반에 걸친 성찰의 결과물을 담았다. 동양 과학과 서양 과학의 차이, 서양 과학의 전파에 대한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반응, 그리고 한국 과학사를 둘러싼 논쟁적 이슈를 주제로 한 11편의 논문이 묶여 있다.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서양 과학사에서 시작해, 서양 과학이라는 거울에 비친 동아시아 과학의 허와 실, 유교와 동아시아 과학의 관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근대적 과학이 형성되지 못한 이유를 다룬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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