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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 손님맞이, 그래서 굿 한판: 황석영, <손님> 황석영과 '손님' 황석영. 그는 한국에서 민족작가로 불린다. 쉼 없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중적인 인기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딱 한 번 방송프로그램에서 스스로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밝히던 그의 미소에 반한 적이 있을 뿐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를 내내 차지하고 있던 '개밥바라기별'도 아직 표지밖에 보지 못했다. '손님'은 그와 나의 첫 만남이다. 어떤 사람일까 참 궁금했는데, 역시 민족작가인데다 이야기꾼의 팔자를 타고난 모양이다. 북한이 고향인 목사 형제를 중심으로, 해방부터 6.25전쟁까지의 역사가 이야기와 버무려진다. 선도 악도 없는 공간, 어떤 상황 속에서 어리기만 했던 우리 민족의 과거가 소설 속에 푹 배어 있다. 참, 우리 역사가 그랬.. 2020. 1. 9.
농촌을 조명하라, 농사꾼이 힘날 수 있도록!: 이시백 <갈보콩> 아부지는 농사꾼이다. 오십이 넘도록 자기가 나서 자란 마을을 일주일 이상 떠나서 살아 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어려서부터 소꼴 먹이고, 모내고, 타작하고 그런 일들이 지금껏 그의 일상을 채워왔다. 사춘기 때 장성한 소 한 마리를 팔아 소니 라디오로 바꿔 온 게 그 삶에서 조금 어긋난 행보였을 뿐 늘 농사꾼으로 살았다. 아부지가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할 즈음 할배가 돌아가셨다. 할매가 살아계시긴 했지만 워낙 늦둥이로 태어난 탓에 나이고 뭐고 따질 여력이 없었다. 열 서너살 남짓의 눈빛 또랑또랑한 소년은 그날부터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다. 농사만 지으며 사십여년을 살아온 셈이다. 이런 아부지 아래 태어난 나는 농사꾼의 딸이다. 태어나 십오년을 여섯 집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고, 중학교 다닐 즈음 시청.. 2020. 1. 3.
<졸업했을지언정>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30주년 기념영상 1989년, 충남대학교에 신문방송학과가 생겼다. 그로부터 10년이 되던 해인 1999년, 학과명이 언론정보학과로 변경됐다. 이 해부터는 학과 단위가 아닌 학부 단위(사회계열)로 학생을 모집해, 1년 뒤 학과를 정하는 제도로 변경됐다. 동기도 선후배도 1년 뒤 같은 학과 소속이 되리라 장담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학부제는 10년 동안 유지되다 2009년부터는 다시 학과제로 돌아갔다. 2002년, 내가 입학했을 당시에는 학부제로 곪은 구석이 막 터지기 시작했다. 새내기를 챙겨서 새로배움터(오리엔테이션)을 갈 학생회조차 마련되지 않았고, 1학기가 다 지나도록 회장단이 꾸려지지 않았다. 가득이나 집에서 멀리 떨어져 대학을 다니느라 외로웠던 시절이라 마음에 여러 가지 상처가 남았다. 그리곤 결심했다. "후배들은.. 2019. 11. 11.
[채널A 뉴스] 장내 미생물, 수명에도 영향 미쳐(2012.05.28.) [앵커멘트] 이런 장내 미생물은 우리 건강은 물론 수명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장내 미생물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지, 장수 마을에 가서 알아봤습니다. 계속해서 동아 사이언스 박태진 기잡니다. [리포트] 장수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의 박사마을. 건강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 유경순(82세)] “김치 먹어요. 된장국 하고 또 뭐 고추 절인 거 있잖아요." [인터뷰 : 박영화(89세)] “야채 많이 먹고 있는대로. 그렇게 지내서 (건강이) 괜찮은 것 같아요." 장수촌 주민들의 장 속에는 유익한 유산균이 도시인에 비해 3배에서 5배가량 많이 검출됐습니다. 반면 유해균은 도시인에 비해 훨씬 적었습니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 유익한 미생물을 늘린 겁니다. [인터뷰 : 안영태 한국야쿠르.. 2019. 11. 11.
[채널A 뉴스] 히트곡 방정식 따로 있다?(2012.01.31.) [앵커멘트] 수많은 히트곡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해외 한 연구팀이 지난 50년간 인기를 끈 노래들은 분석해 '히트곡 방정식'을 만들었답니다. 동아사이언스 박태진 기잡니다. [음악 : 엘비스 프레슬리/서스피셔스 마인드(1970년대)] 1970년대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서스피셔스 마인드 1990년대 초 히트한 투 언리미티드의 댄스곡과 영국 출신 인기 래퍼 와일 리가 2008년 발매한 곡은 모두 댄스곡이지만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멜로디는 점점 더 단순해지고, 박자는 빨라졌습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지난 50년 동안 빌보드 차트에서 5위 안에 들었던 곡들을 통해 이 같은 히트곡의 변천사를 분석해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멜로디가 아름답고 화음이 풍부한 서정적인 .. 2019. 11. 11.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장편소설 P. 68 "아니야, 우주는 무한할 거야. 이 우주에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뿐이라면, 생각만 해도 추워. 무주에서 보내던 그해 겨울이 기억나.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때 달달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은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었어.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뭐래도 상관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구인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우주가 무한해야만 가능 한 일이라면 나는 무한한 우주에서 살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울 것 같아."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모든 게 끝장나도 내겐.. 2019. 10. 20.
당신의 네비게이터 "당신의 직업은?" 인터넷 사이트 가입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였다.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를 잘 써 내려가던 나를 잠시 멍하게 만든 단어 - 직업. 고민할 여지도 없이 "무직"이라고 쓰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졸업을 하였고, 현재 직장이 없으므로. 그런데 왠지 그렇게 쓰는 것이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고 언젠가 - 아니 빠른 시일 내에 그 꿈을 이룰 것인데, 현재 나를 표현할 때 "무직"이라고 써야한다니 이건 억울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Alt + F4 - 작업종료였다. 사이트 가입을 포기하고 가만히 누워 나의 꿈과 미래, 그리고 현재의 나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꿈은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 꿈과 함께 한 미래는 달콤해 보였다. 그 달.. 2019. 10. 16.
[NES/미디어칼럼] 정직하고 친절한 언론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진술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사람은 당신에게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당신은 죽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거짓을 꾸며내고 있다고 해도 그 결과는 같다"고 말했다. 결국 당신은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진실을 이야기했다면 진실 때문에, 살기 위해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유로 죽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PD수첩]의 줄기세포 관련 방송은 자신의 진술이 진실임을 선택했다. 그들은 공중의 알아야 할 권리를 최선으로 여겼고,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취재윤리라는 것을 어겼고, 진실보도라는 반짝이는 이름에 빛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PD수첩]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일지라도 미래의 언론.. 2019. 10. 16.
축소된 대한민국, '빈스토크': 배명훈, <타워> 빈스토크(Beanstalk). 에 나오는 하늘로 솟은 거대 콩나무 줄기의 이름다. 그리고 에서는 2408m, 674층, 50만명이 밀집해 사는 초대형 복합빌딩이자 일종의 국가다. 작가는 상상의 건물에 세상을 구축한 뒤 세상살이의 은밀한 촌극과 서글픈 모순, 그리고 희망을 그린다. 작가가 의도한 바 없다지만 는 한국 SF계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히며 인기를 얻는 중이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여러차례 비틀어진 대한민국을 그리는 소설, 그것이 바로 다. 책 속 6개의 작품은 모두 타워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담겨있다. 별도의 이야기이면서 또 연결되는 '연작소설'의 형태인 셈. 혹시 674층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다 담다보면 작가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지도 모른다. (큭큭) 빈스토크는 일반적인 빌딩처럼 나.. 2019. 10. 16.
[삼성앤유] 단단한 뼈 연약한 살 속으로 숨다 단단한 뼈 연약한 살 속으로 숨다 가을바다 속은 두족류(頭足類) 세상입니다. 겨울을 앞두고 열심히 먹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오징어나 주꾸미가 지천에 널려 있거든요. 뼈가 없이 부드러운 살로 이뤄진 연체동물들은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닙니다. 그 유연한 몸놀림을 보노라면 우리의 뻣뻣한 몸이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집니다. 딱딱한 뼈들 때문에 아무 방향으로나 움직일 수 없고, 잘못 움직이면 관절이 어긋나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니까요. 하지만 뼈는 우리가 움직이는 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우선 등뼈와 다리뼈는 지구 중력을 이기고 땅 위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만약 뼈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렁이나 거머리처럼 온몸을 땅에 붙인 채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등뼈가 있는 척추동물들은 뼈를 부드러운 근육 .. 2017. 6. 21.
[첫 번째 직장 퇴사기] 대덕넷, 내 꿈으로 가는 길 대덕넷, 내 꿈으로 가는 길 어릴 적 내가 죽어도 하기 싫었던 일 중에 하나가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기자였다. 국가의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사람을 길러내는 일, 그리고 세상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거창한 일 등은 나 같은 범인(凡人)이 할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직업의 특성이 싫기도 했다. 내 손끝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그 무거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즐거운 쇼를 기획해 세상에 공급하고 싶었다. 멋들어지는 영상물을 창작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선물하며 “당신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대가 있어 참 좋은 세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나로 인해 누구라도 기운을 얻고, 모두가 낙천적이고 즐거운 세상을.. 2017. 5. 11.
[PAPER 클립보드] 알려주어서 참말로 고마운 그 이야기들 알려주어서 참말로 고마운 그 이야기들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 서진영 作 참 고마운 친구가 한 명 있다. 어디 손 뻗을 데 없이 곤궁한 처지인 내게 곁을 내주고, 초라하고 구석진 마음을 달래줬던 사람이다. 내가 옹졸한 탓에 한동안 연락도 뜸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조차 귀한 기회를 선물했다. 일 년 동안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사람 여섯 명을 만나고 글을 써보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을 추천했다. 내용도 구성도 참고할 수 있을 거라고 살뜰하게 마음을 써준 것이다. 이렇게 읽게 된 책에는 일종의 팔도 여행기가 펼쳐져 있었다. 열두 명의 공예 무형문화재 찾아 서천(한산모시), 나주(쪽 염색과 소반), 서울(바느질), 영덕(옹기), 단양(사기), 수원(.. 2017.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