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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해방전선> 감상후기(2009.04.05) "먹기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먹는 건지. 사랑하니까 섹스를 하는 건지, 섹스하기 위해 사랑하는 건지. 부시가 싫은건지, 미국이 싫은 건지. 똥을 누다보니까 오줌이 나오는 건지, 오줌을 누다보니까 똥이 나오는 건지. 궁금하지 않아요? 인간, 정치, 연애, 화장실 상하수도 등 다들 이런 생각 한번쯤 해보잖아요. 나와 닮은 꼴들이 내 앞에서 보다 나은 선택을 하면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 사람들 다 그런 거 있는데." "감독님 이야기 같네요. 재능은 있는데 세상이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요." 정말 뭐 이런 또라이같은 친구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류영재 감독은 - ㅋㅋㅋ [은하해방전선]을 다시 봤다. 그 산만하고 정신없음에 탄복하면서 나도 태진2호, 태진3호 등등으로 진화하고 싶다.. 2020. 4. 2.
없음으로써 있음을 누린다 30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집중해 있지만, 바퀴에는 빈 데가 있기 때문에 바퀴는 회전할 수 있다. 진흙을 이겨 질그릇을 만든다. 질그릇 안에는 빈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 때문에 그릇은 그릇 구실을 한다. 지게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든다. 그러나 그 안에는 빈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 때문에 방은 방 구실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무(無)로써 유(有)의 이(利)를 누리는 것이다. - 노자 - 2020. 3. 26.
박주영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에 밑줄 긋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시인은 스물한 살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네 살에 죽는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시인도 혁명가도 로큰롤 가수도 아니다. 술에 취한 채 전화 부스 안에서 웅크리고 자거나 얼이 빠지도록 술을 마시거나 새벽 네 시에 도어즈의 레코트 불륨을 소리 높여 듣거나 하는 일도 그만 두었다. 생명보험에도 들었고, 호텔의 바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치과 의사의 영수증도 잘 챙겨서 의료비 공제를 받게 되었다. 이제는 스물여덟이니까." 나는 젊은 게 싫다. 지금도 충분히 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젊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젊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분명 있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할 수 없어지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과 무관해지고 있는 내가 좋고 내 삶이 그런 것들과 상관.. 2020. 3. 23.
산골마을 우체부 아저씨 영화 에 나오는 우체부 아저씨를 보고 내가 어릴 적 우리 동네로 편지 배달을 오시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집이라고는 8채 남짓, 하루에 한 통의 편지가 오는 것도 드문 동네에 성실히 우편물을 배달해 주시던 아저씨. 우편물이라고 해 봐야 전화세, 전기세 용지가 전부였지만 날짜 어기지 않고 남의 손에 부치지 않고 열심히 배달해 주셨던 분. "인어공주"에 나오는 김진국아저씨처럼 밝은 미소를 가졌던 아저씨가 한 분 계셨다. 어른들은 모두 들로 나가시고 동네를 지키고 있던 것은 우리 삼남매와 뒷집 철이였다.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우체부 아저씨가 오시면 우리들은 "와~ 아저씨"를 외치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작은 동네에 저희들끼리 노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아저씨는 우리 동네로 오실 적 마다 편지를 담는 바.. 2020. 3. 23.
반가운 '괴물' 강추! 드디어 봉 감독의 <괴물> 반가운 , 강추 드디어 봉 감독의 '괴물'을 만났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에게 딸을 납치 당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괴수영화'. 이 영화는 뜰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블록버스터라는 스케일, 봉준호 감독, 송강호·박해일·변희봉·배두나라는 화려한 출연진, '칸 영화제'에서의 극찬 등 작은 영화들이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인도한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의 스크린 대다수를 점령하고 있는 꼴을 보면 어쩐지 '영화도 돈이 만든다'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나기 일쑤지만 봉 감독의 '괴물'만은 반가웠다. 그의 영화는 '태풍'이나 '한반도'와는 확실히 다른 무엇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영화들에서 그릴 수 있는 세세한 연출과 감동, 봉 감독은 그것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2020. 3. 19.
<트루먼쇼> -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 행복이란 무엇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카메라로 중계된 사람, 트루먼. 그는 크리스토프가 기획하고 제작한 가공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 투르먼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연기자이며 세상의 질서는 트루먼의 행동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평범한 이웃, 회사, 가정, 친구 등 어느 것 하나 결핍된 것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그곳에 사는 트루먼은 마땅히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는 트루먼의 혼잣말과 크리스토프와 시청자의 인터뷰가 교차되면서 시작한다. "이것은 진짜 이야기이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물하죠."라는 크리스토프의 말 뒤로 따라 나오는 트루먼의 혼잣말은 "당신 미쳤군, 메스꺼워."이며, '트루먼쇼'를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는 시청자의 인터뷰 뒤에 트루먼이 하는 말은 "내가 죽으.. 2020. 3. 18.
[도시사람들] 모두의 ‘행복한 인생’을 바라는 공간, <카페 비다 펠리즈> [사람의 표정] 백신애길 풍경 바꿔놓은 의 양진성 대표 영천시 서부동은 한때 도시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향교와 문화원이 있고 각종 관공서도 자리해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니 골목도 왁자했다. 이런 활기는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다른 동네로 떠나면서 차츰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2017년 9월 작은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손수 꾸민 과 에서 만들어지는 만남, 대화, 즐거움이 도시 풍경을 바꾸는 중이다. “저희 가게 덕에 동네가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이곳은 쇠락하는 도시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골목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 2020. 2. 26.
[도시사람들] 세계 일주 떠나는 ‘쨍쨍’한 에너지를 만나다 [사람의 표정] 영천에서 태어나 세상을 품은 여행가 특강, "최순자의 이야기쇼 “저는 ‘쨍쨍’입니다. ‘최순자’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어떤 이름으로 저를 부르고 싶으세요?” 2019년 7월 20일, 무인서점 에서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10년 전, 나이 오십에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세계 여행길에 오른 ‘쨍쨍, 최순자’가 펼친 여행 이야기쇼다. 강연을 열며 던진 질문은 청중과 보조를 맞추려는 그녀만의 가늠자였다. 쨍쨍을 고른다면 조금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최순자가 편하다면 약간은 고정된 틀이 좋은 사람일 거라 판단해 이야기 흐름을 조절한다는 것. 다행히 이날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은 ‘쨍쨍’을 골랐고, 그녀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더욱 자유롭게 발산하며 교사와 여행가, 딸이자 여동생으로서 .. 2020. 2. 26.
[PAPER] 골목길 찬가 누구에게나 그런 골목 하나쯤 있다. 첫사랑에 얽힌 추억이 있는 모퉁이가 있고, 둘도 없는 친구와 밤새 앉아 수다 떨던 벤치도 있고, 엄마와 목욕바구니를 끼고 걸어가던 길목도 있다. 남들 눈엔 사소하게 보여도 내 눈에는 소중하다. 인생을 잘 살아간다는 건 그런 소중한 골목의 기억을 늘려가는 게 아닐까. 좋은 사람들과 있었던 맵고 짜고 쓰고 단 기억들을 곱게 담아둘 골목이 많다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그런 골목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글 박태진 | PAPER 2014년 3월호 2020. 2. 26.
[UNIST MAGAZINE] 배터리 역사 쓰는 스승과 제자의 ‘충분히 멋진’ 도전! 존 바니스터 굿이너프(John Bannister Goodenough)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업적은 모두에게 익숙하다. 스마트폰에서 전기차까지 생활 곳곳에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상업화를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존 굿이너프 교수기 때문. 그의 제자인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영식 교수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해수전지를 제안하고, 상업화에 도전 중이다. 1922년 독일에서 태어난 존 굿이너프(John Bannister Goodenough) 교수는 올해 96세를 맞았다. 이 정도 나이면 은퇴 후 여생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아직 미국 텍사스오스틴대에서 활발하게 강의하고 연구한다. 작년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Li-ion Battery)보다 안전하고 용량도 큰 고체 배터리(Solid-state .. 2020. 2. 20.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거야."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거야." 결국 내게는 그 한마디가 내게 필요했던 거다. 그리고 손 교수님도 그 말을 위해 저녁식사와 많은 이야기들을 준비하신 거였다. (혹시 일탈해독일지라도 내게 너무 많은 울림과 에너지를 주셨다. 오 마이 캡틴! 고맙습니다.) "사람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다 두려움이 있는 거거든. 니네 선배도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희망을 갖고 끝까지 하라고 하지만, 스스로는 얼마나 두렵겠니?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거야."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교수님께서 나를, 그리고 우리를 참 많이 아끼시는구나. 그리고 변변찮은 재주를 가진 나의 꿈을 지지하시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무척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말이다. 이 무거운 은혜를 생각하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인간인지 되새겼다.. 2020. 2. 19.
원자력발전소, 간단하게 멈출 수 없는 이유 “지진해일이 몰려옵니다.” 경보가 있고 10분이 지나자 높이 10m의 거대한 파도가 몰려왔다. 물살은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고, 자동차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건물이 무너지고 길도 끊어졌다. 마을은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 전기공급과 통신이 중단돼 살아남은 이의 안전도 위협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3시경, 규모 9.0의 지진이 빚어낸 재앙이었다.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지진은 지난 140년 동안 일본에서 관측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1923년 9월 14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간토 대지진의 규모는 7.8이었고, 1995년 1월에 일어난 고베 대지진의 규모도 7.2였다. 이 지진의 여파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10여 차례 이상 이어지기도.. 2020. 2. 17.
거한 손님맞이, 그래서 굿 한판: 황석영, <손님> 황석영과 '손님' 황석영. 그는 한국에서 민족작가로 불린다. 쉼 없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중적인 인기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딱 한 번 방송프로그램에서 스스로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밝히던 그의 미소에 반한 적이 있을 뿐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를 내내 차지하고 있던 '개밥바라기별'도 아직 표지밖에 보지 못했다. '손님'은 그와 나의 첫 만남이다. 어떤 사람일까 참 궁금했는데, 역시 민족작가인데다 이야기꾼의 팔자를 타고난 모양이다. 북한이 고향인 목사 형제를 중심으로, 해방부터 6.25전쟁까지의 역사가 이야기와 버무려진다. 선도 악도 없는 공간, 어떤 상황 속에서 어리기만 했던 우리 민족의 과거가 소설 속에 푹 배어 있다. 참, 우리 역사가 그랬.. 2020. 1. 9.
농촌을 조명하라, 농사꾼이 힘날 수 있도록!: 이시백 <갈보콩> 아부지는 농사꾼이다. 오십이 넘도록 자기가 나서 자란 마을을 일주일 이상 떠나서 살아 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어려서부터 소꼴 먹이고, 모내고, 타작하고 그런 일들이 지금껏 그의 일상을 채워왔다. 사춘기 때 장성한 소 한 마리를 팔아 소니 라디오로 바꿔 온 게 그 삶에서 조금 어긋난 행보였을 뿐 늘 농사꾼으로 살았다. 아부지가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할 즈음 할배가 돌아가셨다. 할매가 살아계시긴 했지만 워낙 늦둥이로 태어난 탓에 나이고 뭐고 따질 여력이 없었다. 열 서너살 남짓의 눈빛 또랑또랑한 소년은 그날부터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다. 농사만 지으며 사십여년을 살아온 셈이다. 이런 아부지 아래 태어난 나는 농사꾼의 딸이다. 태어나 십오년을 여섯 집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고, 중학교 다닐 즈음 시청.. 2020. 1. 3.
<졸업했을지언정>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30주년 기념영상 1989년, 충남대학교에 신문방송학과가 생겼다. 그로부터 10년이 되던 해인 1999년, 학과명이 언론정보학과로 변경됐다. 이 해부터는 학과 단위가 아닌 학부 단위(사회계열)로 학생을 모집해, 1년 뒤 학과를 정하는 제도로 변경됐다. 동기도 선후배도 1년 뒤 같은 학과 소속이 되리라 장담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학부제는 10년 동안 유지되다 2009년부터는 다시 학과제로 돌아갔다. 2002년, 내가 입학했을 당시에는 학부제로 곪은 구석이 막 터지기 시작했다. 새내기를 챙겨서 새로배움터(오리엔테이션)을 갈 학생회조차 마련되지 않았고, 1학기가 다 지나도록 회장단이 꾸려지지 않았다. 가득이나 집에서 멀리 떨어져 대학을 다니느라 외로웠던 시절이라 마음에 여러 가지 상처가 남았다. 그리곤 결심했다. "후배들은.. 2019. 11. 11.
[채널A 뉴스] 장내 미생물, 수명에도 영향 미쳐(2012.05.28.) [앵커멘트] 이런 장내 미생물은 우리 건강은 물론 수명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장내 미생물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지, 장수 마을에 가서 알아봤습니다. 계속해서 동아 사이언스 박태진 기잡니다. [리포트] 장수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의 박사마을. 건강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 유경순(82세)] “김치 먹어요. 된장국 하고 또 뭐 고추 절인 거 있잖아요." [인터뷰 : 박영화(89세)] “야채 많이 먹고 있는대로. 그렇게 지내서 (건강이) 괜찮은 것 같아요." 장수촌 주민들의 장 속에는 유익한 유산균이 도시인에 비해 3배에서 5배가량 많이 검출됐습니다. 반면 유해균은 도시인에 비해 훨씬 적었습니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 유익한 미생물을 늘린 겁니다. [인터뷰 : 안영태 한국야쿠르.. 2019. 11. 11.
[채널A 뉴스] 히트곡 방정식 따로 있다?(2012.01.31.) [앵커멘트] 수많은 히트곡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해외 한 연구팀이 지난 50년간 인기를 끈 노래들은 분석해 '히트곡 방정식'을 만들었답니다. 동아사이언스 박태진 기잡니다. [음악 : 엘비스 프레슬리/서스피셔스 마인드(1970년대)] 1970년대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서스피셔스 마인드 1990년대 초 히트한 투 언리미티드의 댄스곡과 영국 출신 인기 래퍼 와일 리가 2008년 발매한 곡은 모두 댄스곡이지만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멜로디는 점점 더 단순해지고, 박자는 빨라졌습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지난 50년 동안 빌보드 차트에서 5위 안에 들었던 곡들을 통해 이 같은 히트곡의 변천사를 분석해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멜로디가 아름답고 화음이 풍부한 서정적인 .. 2019. 11. 11.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장편소설 P. 68 "아니야, 우주는 무한할 거야. 이 우주에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뿐이라면, 생각만 해도 추워. 무주에서 보내던 그해 겨울이 기억나.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때 달달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은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었어.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뭐래도 상관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구인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우주가 무한해야만 가능 한 일이라면 나는 무한한 우주에서 살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울 것 같아."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모든 게 끝장나도 내겐.. 2019. 10. 20.
당신의 네비게이터 "당신의 직업은?" 인터넷 사이트 가입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였다.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를 잘 써 내려가던 나를 잠시 멍하게 만든 단어 - 직업. 고민할 여지도 없이 "무직"이라고 쓰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졸업을 하였고, 현재 직장이 없으므로. 그런데 왠지 그렇게 쓰는 것이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고 언젠가 - 아니 빠른 시일 내에 그 꿈을 이룰 것인데, 현재 나를 표현할 때 "무직"이라고 써야한다니 이건 억울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Alt + F4 - 작업종료였다. 사이트 가입을 포기하고 가만히 누워 나의 꿈과 미래, 그리고 현재의 나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꿈은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 꿈과 함께 한 미래는 달콤해 보였다. 그 달.. 2019. 10. 16.
[NES/미디어칼럼] 정직하고 친절한 언론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진술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사람은 당신에게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당신은 죽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거짓을 꾸며내고 있다고 해도 그 결과는 같다"고 말했다. 결국 당신은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진실을 이야기했다면 진실 때문에, 살기 위해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유로 죽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PD수첩]의 줄기세포 관련 방송은 자신의 진술이 진실임을 선택했다. 그들은 공중의 알아야 할 권리를 최선으로 여겼고,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취재윤리라는 것을 어겼고, 진실보도라는 반짝이는 이름에 빛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PD수첩]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일지라도 미래의 언론.. 2019.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