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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에세이8

산골마을 우체부 아저씨 영화 에 나오는 우체부 아저씨를 보고 내가 어릴 적 우리 동네로 편지 배달을 오시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집이라고는 8채 남짓, 하루에 한 통의 편지가 오는 것도 드문 동네에 성실히 우편물을 배달해 주시던 아저씨. 우편물이라고 해 봐야 전화세, 전기세 용지가 전부였지만 날짜 어기지 않고 남의 손에 부치지 않고 열심히 배달해 주셨던 분. "인어공주"에 나오는 김진국아저씨처럼 밝은 미소를 가졌던 아저씨가 한 분 계셨다. 어른들은 모두 들로 나가시고 동네를 지키고 있던 것은 우리 삼남매와 뒷집 철이였다.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우체부 아저씨가 오시면 우리들은 "와~ 아저씨"를 외치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작은 동네에 저희들끼리 노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아저씨는 우리 동네로 오실 적 마다 편지를 담는 바.. 2020. 3. 23.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거야."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거야." 결국 내게는 그 한마디가 내게 필요했던 거다. 그리고 손 교수님도 그 말을 위해 저녁식사와 많은 이야기들을 준비하신 거였다. (혹시 일탈해독일지라도 내게 너무 많은 울림과 에너지를 주셨다. 오 마이 캡틴! 고맙습니다.) "사람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다 두려움이 있는 거거든. 니네 선배도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희망을 갖고 끝까지 하라고 하지만, 스스로는 얼마나 두렵겠니?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거야."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교수님께서 나를, 그리고 우리를 참 많이 아끼시는구나. 그리고 변변찮은 재주를 가진 나의 꿈을 지지하시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무척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말이다. 이 무거운 은혜를 생각하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인간인지 되새겼다.. 2020. 2. 19.
<졸업했을지언정>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30주년 기념영상 1989년, 충남대학교에 신문방송학과가 생겼다. 그로부터 10년이 되던 해인 1999년, 학과명이 언론정보학과로 변경됐다. 이 해부터는 학과 단위가 아닌 학부 단위(사회계열)로 학생을 모집해, 1년 뒤 학과를 정하는 제도로 변경됐다. 동기도 선후배도 1년 뒤 같은 학과 소속이 되리라 장담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학부제는 10년 동안 유지되다 2009년부터는 다시 학과제로 돌아갔다. 2002년, 내가 입학했을 당시에는 학부제로 곪은 구석이 막 터지기 시작했다. 새내기를 챙겨서 새로배움터(오리엔테이션)을 갈 학생회조차 마련되지 않았고, 1학기가 다 지나도록 회장단이 꾸려지지 않았다. 가득이나 집에서 멀리 떨어져 대학을 다니느라 외로웠던 시절이라 마음에 여러 가지 상처가 남았다. 그리곤 결심했다. "후배들은.. 2019. 11. 11.
당신의 네비게이터 "당신의 직업은?" 인터넷 사이트 가입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였다.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를 잘 써 내려가던 나를 잠시 멍하게 만든 단어 - 직업. 고민할 여지도 없이 "무직"이라고 쓰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졸업을 하였고, 현재 직장이 없으므로. 그런데 왠지 그렇게 쓰는 것이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고 언젠가 - 아니 빠른 시일 내에 그 꿈을 이룰 것인데, 현재 나를 표현할 때 "무직"이라고 써야한다니 이건 억울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Alt + F4 - 작업종료였다. 사이트 가입을 포기하고 가만히 누워 나의 꿈과 미래, 그리고 현재의 나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꿈은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 꿈과 함께 한 미래는 달콤해 보였다. 그 달.. 2019. 10. 16.
[NES/미디어칼럼] 정직하고 친절한 언론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진술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사람은 당신에게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당신은 죽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거짓을 꾸며내고 있다고 해도 그 결과는 같다"고 말했다. 결국 당신은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진실을 이야기했다면 진실 때문에, 살기 위해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유로 죽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PD수첩]의 줄기세포 관련 방송은 자신의 진술이 진실임을 선택했다. 그들은 공중의 알아야 할 권리를 최선으로 여겼고,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취재윤리라는 것을 어겼고, 진실보도라는 반짝이는 이름에 빛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PD수첩]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일지라도 미래의 언론.. 2019. 10. 16.
[삼성앤유] 단단한 뼈 연약한 살 속으로 숨다 단단한 뼈 연약한 살 속으로 숨다 가을바다 속은 두족류(頭足類) 세상입니다. 겨울을 앞두고 열심히 먹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오징어나 주꾸미가 지천에 널려 있거든요. 뼈가 없이 부드러운 살로 이뤄진 연체동물들은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닙니다. 그 유연한 몸놀림을 보노라면 우리의 뻣뻣한 몸이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집니다. 딱딱한 뼈들 때문에 아무 방향으로나 움직일 수 없고, 잘못 움직이면 관절이 어긋나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니까요. 하지만 뼈는 우리가 움직이는 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우선 등뼈와 다리뼈는 지구 중력을 이기고 땅 위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만약 뼈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렁이나 거머리처럼 온몸을 땅에 붙인 채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등뼈가 있는 척추동물들은 뼈를 부드러운 근육 .. 2017. 6. 21.
[첫 번째 직장 퇴사기] 대덕넷, 내 꿈으로 가는 길 대덕넷, 내 꿈으로 가는 길 어릴 적 내가 죽어도 하기 싫었던 일 중에 하나가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기자였다. 국가의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사람을 길러내는 일, 그리고 세상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거창한 일 등은 나 같은 범인(凡人)이 할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직업의 특성이 싫기도 했다. 내 손끝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그 무거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즐거운 쇼를 기획해 세상에 공급하고 싶었다. 멋들어지는 영상물을 창작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선물하며 “당신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대가 있어 참 좋은 세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나로 인해 누구라도 기운을 얻고, 모두가 낙천적이고 즐거운 세상을.. 2017. 5. 11.
[PAPER 문예상] 상처 없이 자라는 나무는 없다 상처 없이 자라는 나무는 없다봄바람 휘날리는 사월 하순, 서른 살 먹은 여자 셋이 전남 화순군으로 향했다. 소규모로 편백나무 도마를 제작해준다는 목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도마를 굳이 만들어서 써야했는가 하면, 그렇다. 셋 중 두 사람이 이 도마를 차기 사업 아이템으로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둘 중 한 사람이 내 지인이라 운 좋게 그들과 동행할 수 있었다. 마침 멀쩡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앞날을 고민하던 내게 머리도 식히고 바람도 쐬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사실 지금껏 살면서 도마를 중요하게 여긴 적이 없다. 도마는 그저 음식을 썰 때 적당히 받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생각하는 피톤치드가 나오는 편백나무 도마가 궁금하기도 했고, 직접 목수를 만나 시제품을 부.. 2017.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