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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

낙후된 신약개발 시스템만 탓할 것인가(2013.04.02.) 지난달 27일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DGMIF)’에 다녀왔다. 재단 산하 신약개발지원센터가 마련한 작은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재단에 대한 첫 이미지는 아직 건물이나 장비, 인력 등이 2%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신약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연구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매달 한 번씩 개최하는 세미나의 이번 핵심 주제는 단백질 구조를 밝힌 뒤 신약을 설계하는 ‘구조기반 신약 발굴법’. 첫 세미나에서는 이지오 KAIST 화학과 교수가 초청됐다. 이 교수는 사람 몸에 있는 면역수용체인 ‘톨유사수용체(TLR)’의 구조를 밝힌 것으로 유명하다. 10개의 TLR 중 구조가 밝혀진 것은 6개인데, 이 가운데 4개를 이 교수가 찾아냈다. 이 자료들은 TLR의 문제.. 2013. 4. 2.
‘창조’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능력인가(2013.01.15.) 지난 6~9일 열린 ‘2013 자연모사공학 국제심포지엄(ISNIT)’에 참석했다. 자연모사공학에서 한·미·중을 대표할 만한 연구자가 강사로 초청됐고, 미세전자시스템(MEMs) 기술로 생체 모사하는 분야에서 촉망받는 일본 연구자의 발표도 마련됐다. 또 뇌과학과 자연모사공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세미나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보기는 어려웠다. 강연장과 별도로 설치된 포스터 전시장에서는 자연모사공학의 주제로 익숙한 ‘연꽃잎’이나 ‘스테노카라 딱정벌레’의 껍질,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홍합’ 등을 다룬 연구가 많았다. 물론 연꽃잎 표면에 있는 나노 돌기들이 물을 싫어하는 특성을 만든다거나, 스테노카라 딱정벌레의 껍질이 물을 잘 모을 수 있는 나노 구조로 돼 있다는 내용은 .. 2013. 1. 15.
국과위의 100분 ’토의‘를 바라보며(2012.10.04.) 손석희 교수의 칼 같은 진행으로 유명해진 ‘MBC 100분 토론’. 이제 손 교수 대신 다른 사회자가 진행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주는 토론의 묘미는 여전하다. 시청자들은 토론을 통해 주요한 사회문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꼼꼼히 듣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거나 반박의 근거를 찾는다. 토론은 본디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하나의 해결책을 찾는 ‘토의’와 다르므로 토론을 바라보는 청중은 참가자가 세우는 견고한 논리를 지켜보는 데서 재미와 가치를 찾는다. 과학기술계에도 이와 유사한 토론회가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과학기술 100분 토론회’다. 올해 4월 23일 처음 시작한 이 토론회는 지난달까지 모두 여섯 번 열렸다. 과학기술 각 분야 이슈를 토론의 형태로 다뤄 대중의 관심을 끌고, 향후 정책에도.. 2012. 10. 4.
‘모르는 게 약’이란 답한 국민의 공복(2012.09.04.) 지난해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해 학교 ‘영양교사’가 꿈인 A씨. 그래서 임용고사를 일찌감치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전 교수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단다. 올해 전국에서 뽑는 영양교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 시험 준비는 고사하고 앞으로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명치 끝이 아려오기만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왜 선발할 교원 숫자를 미리 알려주지 않을까?’ 선발 인원이 제로라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진로를 고민했을텐데, 이 때문에 A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첫 발판부터 삐그덕대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은 비단 A씨 뿐만 아니라 국영수를 제외한 비인기 및 비교과 교사를 준비하는 이들 대부분이 겪는 문제다. 이 때문에 해당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로 문의했다. 담당자는 교.. 2012. 9. 4.
‘바이오시밀러’가 한국 바이오계의 트렌드?(2012.07.17.) 지난달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2012 바이오 국제컨벤션’에 다녀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박람회인 만큼 세계 각지의 생명공학기술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 생명공학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은 지역대표 과학자를 소개하며, 진안지역의 바이오의료파크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브라질은 자신들의 강점인 바이오연료 쪽 연구와 정책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일본, 터키, 벨기에 등도 자신의 나라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몄다. 우리나라 부스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해 ‘바이오시밀러’를 대표 선수로 내놓았다. 홍보책자에도 바이오시밀러 현황과 전망 등을 자세하게 다뤘다. 담당자 역시 올해 한국 바이오 업계의 트렌드는 ‘바이오시밀러’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의 세포나 유전자를 이.. 2012. 7. 17.
2% 부족한 과학기술 원조…“착한 욕망 어떻게 채울까”(2012.06.27.) “신문 기사를 보고 울산에 사는 어르신 한 분이 자기도 에티오피아를 돕고 싶다며 연락해왔습니다.” 지난 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불고 있는 ‘과학한류’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최영락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전문교수는 이장규 에티오피아 아다마과학기술대 총장의 활약상을 소개하면서 대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입을 뗐다. 최 교수 이야기의 주인공은 현대중공업 발전플랜트사업부에 근무하다 퇴직한 노해균(65) 씨. 그는 9월 20일자로 본지가 보도한 ‘이장규 前서울대 교수, 에티오피아 국립대 총장 취임하게 된 사연은…’이란 기사를 읽다가 에티오피아를 돕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기사를 쓴 기자를 통해 최 교수와 연락이 닿은 노 씨는 ‘에티오피아의 의대생 한 명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2012. 6. 12.
고맙다, 문화재 보존과학(2012.04.04.)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앞에는 오래된 전차가 한 대 있다. 그 앞에는 전차 안에서 손을 흔드는 학생과 배웅하는 가족의 모습이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다. 근대로 막 접어든 우리나라의 한 풍경인 것이다. 필자는 그 앞을 지나며 전차를 볼 때마다 ‘그저 잘 만든 모형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깨끗하게 페인트칠도 돼 있고, 보존상태도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 갔다가 그 전차가 일제시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실제로 운행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 등록문화재 467호로 지정된 ‘전차 381호’는 1930년경 일본 나고야에 있는 일본차량제조주식회사에서 만들어져, 1968년 11월까지 서울 시내를 다녔다 한.. 2012. 4. 4.
당신은 ‘회의’만 좋아하는 회의주의자인가(2012.02.01.) “국가 기밀인 K-1 전차 부품의 설계도를 미국에 빼돌린 국책기관 연구원이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이 사람의 범죄, 이뿐만이 아닙니다.” 연구자가 과학기술 보도가 아닌 사회부성 범죄 보도에 등장했다. 정년을 몇 년 안 남긴 55세의 한국기계연구원 소속 책임연구원 김 모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방위사업청이 육군의 주력 K-1 전차의 성능평가를 맡기자 설계도면을 미국의 한 부품업체로 빼돌렸다. 또 2008년에는 부품업체 3곳을 차리고 가격을 부풀려 자신의 연구원에 납품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 3년 동안 그가 챙긴 돈만 5억 6000만원. 여기에 납품업체의 성능평가 작업을 대신하고 7000여만의 뒷돈을 받기까지 했다.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과학자’란 이름이 갖는 선량하고 공익적.. 2012. 2. 1.
참을 수 없는 지방대 연구자의 외로움(2011.01.21.) 취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은 여러 가지다. 과학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보니 대부분은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만나게 되지만 가끔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을 만날 때도 있다. 지난해 겨울 만났던 충남대 김동표 교수의 눈빛이 그랬다. 공무원에서 학문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과학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의 눈빛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자신의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보란 듯이 해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어딘지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자리 잡은 지역과 ‘지방대’가 가지는 연구 환경의 한계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런 선입견을 가진 기자만의 느낌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KAIST나 포항공대처럼 소위 명문 대학이 아니라면 지역에서 기초과학 연구나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 2011.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