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지구를 위한 과학.’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홈페이지에 이런 제목의 짧은 동영상이 실렸습니다. 시작 장면은 빈 그릇과 숟가락인데, 곧 과자 상자에서 지구가 나와 그릇에 담깁니다. 지구 주변에는 3대의 인공위성이 빙글빙글 돌고 있죠. 배고픈 지구와 인공위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만남입니다. 이 동영상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동영상 캡쳐 : NASA



지난 2008년 세계는 옥수수 가격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평소보다 2배 정도 올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먹을 곡식뿐만 아니라 물론 소나 돼지에게 먹이는 사료까지 덩달아 비싸졌죠. 사료가 비싸지니 고기 가격도 올랐고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이 영향은 우리 생활 전체로 전해졌습니다. 다른 물건 가격까지 모두 올라 세계 경제 전체가 뒤흔들리게 된 것이죠. 옥수수 가격이 세계 경제까지 변화시키다니!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현상은 이제 ‘애그플레이션’이라 이름 붙여졌고, 전 세계는 여기에 대비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곡식 값이 오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먹을 사람은 많은데, 곡식이 충분하지 않아서죠. 소나 돼지의 사료로, 또는 석유 대신 사용할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재료로 곡식이 이용되다보니 정작 사람이 먹을 양이 줄어든 것입니다. 또 기후변화 때문에 가뭄이나 폭우 같은 이상 현상이 일어났고, 이것이 곡식의 생산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학자가 나서야 합니다. 영양분이 더 많이 들어 있는 슈퍼옥수수나 병해충에 강한 벼나 밀 등을 만드는 거죠. 이런 일에는 생명공학자가 제격입니다. 또 지구온난화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도 도움을 줄 수 있죠. 그런데 인공위성이나 로켓을 연구하는 우주과학자는 이러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NASA ‘광합성 지도’의 모습. 붉은 빛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일수록 광합성이 활발하게 일어난다.(사진출처 : NASA)



NASA는 6월 초에 발표한 ‘광합성 지도’로 여기에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광합성 지도’는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내는 붉그스름한 빛(형광)을 재서 지도로 만든 것인데요. 이것을 보면 전 세계에 있는 식물의 광합성을 살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지구의 북쪽 부분은 여름날, 광합성이 활발한 7월에 산이나 들에서 형광이 강하게 표시됩니다. 반대로 12월에는 지구의 남쪽 부분이 여름을 맞아 형광이 강하게 나타나죠.

광합성은 식물이 영양분을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식물에는 ‘엽록체’라고 불리는 기관이 있는데요. 여기서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를 영양분(탄수화물)과 산소로 바꾸게 됩니다. 식물에서 녹색을 띠는 거의 모든 부분에는 ‘엽록체’가 들어 있고, 특히 잎에 가장 많습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영양분 덕분에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면 나중에 우리가 얻을 열매가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구에 광합성이 얼마나 활발한지 알면 식량생산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에 NASA는 전 지구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을 살피기로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식물의 잎의 색깔을 살폈습니다. 식물 잎이 녹색이면 엽록체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인공위성에서 본 지구에 녹색이 많으면 광합성이 활발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잎이 말라서 녹색 잎이 사라지는 데는 얼마 동안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녹색 잎만 살펴서는 광합성을 정확하게 살피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NASA는 식물이 광합성할 때 내놓는 불그스름한 빛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을 재면 광합성 여부를 곧바로 정확하게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예를 들어 옥수수 농장에서 광합성한 양이 평소보다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시다. 이 정보는 인공위성을 통해 농부에게 전달됩니다. 농부가 광합성이 적게 일어난 지역으로 가서 살피면 문제를 알 수 있겠죠. 물이 부족하다거나 새로운 질병이나 해충이 나타났다는 걸 빨리 알게 되는 것입니다. 덕분에 농장은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광합성이 활발하지 않다면 나중에 우리가 얻을 곡식이 적어질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 광합성이 활발하다면 곡식이 넉넉하게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이렇게 전 세계 곡식 생산량을 미리 안다면 식량위기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식량으로 사용할 곡식이나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데 사용할 곡식에 대해서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2008년처럼 갑자기 곡식 가격이 올라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 일도 적을 것입니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질 중에 하나죠. 식물이 광합성을 활발히 한다면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어 지구온난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점에서도 지구 식물의 광합성을 살피는 것은 중요합니다.

인공위성이 농작물이 광합성하는 정도를 측정하고, 이 정보를 농장에 보내면 병충해나 가뭄 등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사진출처 : NASA)



결국 우주과학자들은 우주나 지구를 관찰하면서 배고픈 지구를 위한 연구도 함께 하는 셈입니다. 인공위성이 식물의 광합성까지 정확하게 보고, 이것으로 한 해의 수확량을 계산하면 갑작스러운 식량위기를 맞을 위험은 줄어들 것입니다. 또 식물의 광합성으로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도 알 수 있어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배고픈 지구를 위한 과학은 생명공학 분야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분야 과학자들은 지구가 처한 위기에 맞서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주는 정보를 받아 농사짓는 미래 사회가 기대되지 않나요?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1. 모르세 2011.06.29 09:41 신고

    잘보고 갑니다.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