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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porter/기자의 눈

2% 부족한 과학기술 원조…“착한 욕망 어떻게 채울까”(2012.06.27.)

by 사랑해,태진 2012. 6. 12.


“신문 기사를 보고 울산에 사는 어르신 한 분이 자기도 에티오피아를 돕고 싶다며 연락해왔습니다.”


지난 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불고 있는 ‘과학한류’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최영락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전문교수는 이장규 에티오피아 아다마과학기술대 총장의 활약상을 소개하면서 대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입을 뗐다.

최 교수 이야기의 주인공은 현대중공업 발전플랜트사업부에 근무하다 퇴직한 노해균(65) 씨. 그는 9월 20일자로 본지가 보도한 ‘이장규 前서울대 교수, 에티오피아 국립대 총장 취임하게 된 사연은…’이란 기사를 읽다가 에티오피아를 돕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기사를 쓴 기자를 통해 최 교수와 연락이 닿은 노 씨는 ‘에티오피아의 의대생 한 명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질병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에서 ‘좋은 의사’가 많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였다.

최 교수는 이장규 총장에게 연락해 노씨의 후원을 받을 아다마과학기술대 의대생 한 명을 선발했다. 덕분에 노 씨는 한 달에 5만 원씩 지원하는 보람을 얻었고, 얼마되지 않는 돈 같지만 지원받는 학생은 학비와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이 총장의 행보가 에티오피아에 ‘과학한류’를 몰고 왔을 뿐 아니라 국내 뜻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행’의 길도 열어준 셈이다. 

하지만 노 씨처럼 착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개도국을 돕는 제도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개도국 원조 사업의 체계는 OECD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과학기술’이라는 세부항목이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개도국 지원으로 ‘빈곤과 기아 퇴치’라는 현재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미래를 생각하는 부분이라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 원조를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에티오피아가 해외에서 과학기술계 리더를 데려오는 예산은 독일에서 나온다. 이장규 총장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독일 돈으로 한국 인력의 재정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다. 개도국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다. 고기를 직접 잡아주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개도국 과학기술 지원을 추진하는 게 개도국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뜻있는 사람이 모여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과학한류’는 좋은 성과들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제2의 에티오피아’와 ‘제2의 노해균’이 나오려면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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