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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영화관

닥치고 춤이나 춰! 매력적인 <삼거리 극장>

by 사랑해,태진 2010. 6. 11.


새롭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물랑루즈'나 '시카고', '어둠속의 댄서'가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엔 이 영화도 그런 지루하고 느끼한 영상과 음악이 펼쳐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극장에 들어갔다. (물론 그 영화들이 전혀 지루하지도 느끼하지도 않다고 주장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나에게 위의 세 영화는 우울하고 지루하며 느끼했다.;;)

'삼거리 극장'은 달랐다. 똑같이 어두운 조명을 사용하고 노래와 춤이 나오는 영화였지만, 우울한 무언가를 다루었지만, 신나고 새로웠다. 놀라운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고, 기괴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며, 화려하고 섬세한 조명들이 감정을 조율하는 '삼거리 극장'. 혹시 지금 극장으로 향할 생각이 있다면 주저말고 이 영화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유쾌한 판타스틱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활동사진을 보러 떠난 할머니를 찾아 삼거리 극장에 이르게 된 '소단'은 극장에 살고 있는 매력적인 유령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한다. 그들은 각자의 한을 풀어 놓으며 소단에게 이렇게 외친다. "울지마라 소녀야, 서글픈 사람이 세상에 너 뿐이더냐! 닥치고 춤이나 춰!" 이 유쾌한 대사 한 마디를 영화가 담고 있는 세계관이라고 하면 오버일까. 에리사 공주, 완다, 히로시, 모스키토는 과거의 한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떠나지 못해 삼거리 극장에 남았다. 하지만 이들은 유령으로서의 삶을 즐긴다. 심지어 '그들이 얼마나 거시기한가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도 현재의 삶을 즐기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우기남 사장이 만든 영화 '소머리 인간 미노수(米怒獸)'는 영화 속에서 우기남의 한을 담은 소재가 되고, 영화 밖에서는 전계수 감독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소재가 된다. 일제 시대 산미증식계획으로 인한 조선인의 삶을 건드리는 것부터 '쌀의 노여움을 받아서 탄생한 짐승'이라는 뜻의 미노수라는 이름까지(미노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스 왕'의 아들 '미노타우로스'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음악과 춤, 영상에 이어 이야기의 입체감까지 세심하게 살핀 영화를 보노라면 팽팽하게 불어놓은 예쁜 풍선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생긴 커다란 미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온통 산만하게 웃게 떠들 것만 같던 영화는 우기남 사장의 변화와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문 닫은 삼거리 극장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에리사 공주, 완다, 히로시, 모스키토, 소단, 그리고 우기남 사장. 그들의 환하고 밝은 웃음을 보며 다시 한번 모스키토의 말이 떠올랐다.

"
서글픈 자가 세상에 너 뿐이더냐, 닥치고 춤이나 춰!"

* 개인적으로 모스키토 역을 맞은 '조희봉'의 연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그가 맡은 세 가지 캐릭터(청소부, 모스키토, 박사)는 같은 사람이 연기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개성이 보인다. 삐에로 분장이 그렇게 멋진 것인 줄 이번에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ㅡ^

나도 이런 영화를 찾아다니며 보고 글쓰던 시절이 있었다. 맛있는 거 사먹을 돈은 없어도 극장갈 돈은 있었던지.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극장을 찾던 내가 좀 그리운 요즘이다. 영화보고 글쓰기는 언제쯤 시작할런지. /파란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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