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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영화관

구원을 말하는 <밀양>, 결론은 글쎄?

by 사랑해,태진 2010. 7. 1.
"제가... 힌트 한 가지 드릴까요?

사장님은요, 우리 누나 취향이 아니에요."

 
[밀양], 제 6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초청작, 이창동 감독, 송강호, 전도연, 쏟아지는 찬사 등에 더해 힌트를 한 가지 더 주자면 "박태진의 취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원'이라는 소재, 전도연과 송강호의 끝내주는 연기, 가슴 절절한 신애의 사연과 묵묵한 종찬의 보살핌이 한데 어우러져 볼 만한 영화가 탄생했으니 기쁜 일이다. 더불어 많은 이가 '용서'와 '구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전부다. (물론 이것도 못하는 영화가 많고 많지만;)

이 영화에는 '영화적임'이 뿜어내는 맛깔스러움이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영상, 현란한 음향, 절묘한 편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스토리의 전개도 그저 물에 물탄 듯 술렁술렁이다. 영화 속 장치가 은유하는 바를 찾는 것은 오히려 무의미하고, 손뼉을 칠만큼 절묘한 시츄에이션도 거의 없다. (딱 한 장면 있다 - '거짓말이야')

이야기는 흘러가고 있으며, 관객들은 지극히 수동적으로 신애을 바라봐야만 한다. 그녀의 슬픔, 그녀의 원망, 그리고 그녀만 찾지 못하는 비밀의 볕-종찬을 따라 2시간의 여행이 끝나면 당신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인물에 공감했거나 허리가 아파서.

구원, 용서, 그리고 나를 비추는 따뜻한 볕. 세상을 살면서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들임에 틀림없다. 영화 한 편을 통해 치열한 삶의 속도에서 벗어나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천천히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밀양]이 극찬을 받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영화'라는 장르를 선택했어야 했을까. 물론 배우들의 수준급 연기는 볼만했지만, 주제를 깊이 표현하고 넓게 대화하기에는 '소설'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적 미학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영화, [밀양]은 "박태진의 취향"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영화적 철학'이 좋은 당신이라면 200%만족할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감각보다 이성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사장님, 꽃 안 주세요?"
신애의 여동생이 결국엔 종찬의 편이 되었듯 [밀양]이라면 일정 부분 취향의 폭을 넓혀봐도 괜찮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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