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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tories/푸른하늘

GPS 기술로 지진해일 알 수 있다?

by 사랑해,태진 2011. 3. 21.

“일본 동쪽 바다에서 강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높이 10m 이상의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옵니다. 주민 여러분, 지금 당장 높은 곳으로 대피하세요.”


지난 11일 오후 3시, 일본 미야기현의 미나리산리쿠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2시 46분에 일본 동북부 도호쿠 근처에서 일어난 규모 9.0의 지진 때문입니다. 강한 지진이 일어나자 바다가 크게 들썩였고, 이 정보를 받은 일본 기상청이 지진해일 경보를 내렸습니다. 경보가 발표된 지 10여분이 흐르자 미야기현과 아와테현에 있는 마을에 지진해일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런 지진해일 경보 시스템(Tsunami Warning System)은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이후 여러 곳에 갖춰졌습니다. 덕분에 일본과 미국 등 태평양 근처에 있는 나라와 인도양은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미국해양대기청(NOAA)에서 쓰나미 경보 센터(Tsunami Warning Center) 2곳을 운영하며 여러 나라와 정보를 공유합니다. 지난 2004년 12월에 있었던 인도네시아 지진해일로 여러 나라가 많은 피해를 입은 뒤 전 지구적으로 힘을 모아야 함을 깨달은 것이죠. 이 경보 시스템에는 지진과 해양, 기상은 물론 우주과학까지 동원됩니다.

● GPS 신호로 지진해일 현상 중계

지진해일은 바다 밑에서 지진이 일어나거나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깁니다. 지구의 껍질인 지각은 몇 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는 땅이나 바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판이 만나는 부분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지층이 아래위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때 생기는 에너지가 바닷물로 전달되면 바닷물이 갑자기 솟아올랐다가 꺼지면서 거대한 파도가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지진해일입니다.

지진해일을 미리 알려면 파도의 움직임을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지진해일 경보 시스템은 해저센서와 중계기(부표)를 이용해 파도를 살핍니다. 우선 바다 밑에 설치된 해저센서는 갑자기 위아래로 움직이는 바닷물을 감지합니다. 수백만톤의 바닷물이 순간적으로 높이가 달라지면 센서에 전해지는 압력이 달라지는데, 센서가 이 정도를 잡아내는 것입니다.

해저센서는 이 정보를 음파에 담아 통신부표에 보냅니다. 바다 위에 떠 다니는 통신부표에는 GPS가 붙어 있어 인공위성과 통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위성은 부표로 전해진 정보를 받는 동시에 통신부표의 위치도 살핍니다. GPS가 붙어 있는 부표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파도의 높이와 방향을 짐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들은 인공위성에서 경보센터에 전달되고, 사람들은 지진해일에 대비하게 됩니다.

● 지진해일의 그림자(shadow)를 아세요?

인공위성에서 본 해수면, 즉 바닷물의 높이가 달라지는 것도 지진해일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은 바다에 전파를 쏘고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서 바닷물의 높이를 알아냅니다. 그런데 만약 바닷물의 높이가 갑자기 높아진다면 지진해일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최근에는 인공위성으로 지진해일을 더 정확하게 살피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그림자(shadow)’ 영상입니다.

지진해일이 일어나면 바닷물이 위아래로 깊게 패입니다. 이를 위성으로 보면 검은 띠 모양입니다. 바닷물이 패인 부분 때문에 주변 부분이 어두워지는 것이죠. NOAA의 연구결과 이 그림자의 길이는 지진해일의 강도와 비례합니다. 이 연구가 더 진행되면 앞으로는 위성영상만 보고도 지진해일의 세기와 진행방향을 알게 될지 모릅니다.

● 지각판의 제자리 찾기… 땅이 이동한다고?!

이번처럼 규모 9.0의 강한 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반드시 작은 지진이 뒤따릅니다. 지각 판이 제자리를 찾으려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일본이 2.4m 정도 이동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수영장에 수영보조용 킥 판을 가득 띄워놓고, 이중 하나의 끝을 눌러봅시다. 그러면 누른 판의 반대쪽이 들썩입니다. 반대쪽 판과 맞닿은 부분도 이 영향을 받게 되고요. 이런 식으로 물 위에 떠 있는 판이 조금씩 움직이게 됩니다. 지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각의 판이 강하게 부딪히면 반대쪽 판도 영향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작은 지진이 일어나게 됩니다. 실제로 이번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은 지진 이후 잇따르는 작은 지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GPS를 이용해 지진의 에너지가 어느 방향으로 몇 cm 움직이는지 볼 수 있는 거죠. 결국 인공위성이 지진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지각판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땅이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미 미국지질조사국은 일본이 동쪽으로 약 2.4m 움직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GPS 분석 결과에서도 일본이 지역에 따라 2m 내외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반도도 최대 5cm 정도 동쪽으로 옮겨졌고요. 인공위성과 GPS로 더 자세히 살피면 지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자리를 찾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공위성과 GPS 같은 우주과학의 산물은 지진해일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이번 지진해일을 계기로 우주과학 분야에서 지진해일을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10분보다 빨리, 더 정확하게 지진해일을 예측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겠죠?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도움 : 박종욱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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