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넷, 내 꿈으로 가는 길


어릴 적 내가 죽어도 하기 싫었던 일 중에 하나가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기자였다. 국가의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사람을 길러내는 일, 그리고 세상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거창한 일 등은 나 같은 범인(凡人)이 할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직업의 특성이 싫기도 했다. 내 손끝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그 무거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즐거운 쇼를 기획해 세상에 공급하고 싶었다. 멋들어지는 영상물을 창작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선물하며 “당신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대가 있어 참 좋은 세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나로 인해 누구라도 기운을 얻고, 모두가 낙천적이고 즐거운 세상을 살기를 바랐다.


그런 내가 매일 “안녕하세요? 대덕넷 박태진 기자입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사람이 됐다. 이름 앞뒤로 ‘대덕넷’과 ‘기자’를 달고 대한민국의 과학•산업 뉴스를 세상에 전달하며 취재원의 삶에 깊숙이 상관하며 살고 있다. 과연 나는 꿈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것일까?


1년 전 대덕넷을 선택한 이유는 성장하고 싶어서다. 졸업한 지 2년, 꿈을 향한 뜨거움만으로는 사람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경험하든 누구를 만나든 더 이상 혼자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꾸려는 노력, 그 비슷한 것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기자라는 탈을 쓰는 것이 두려웠지만 ‘전문지’라는 데 희망을 뒀다. 과학과 산업을 중심으로 한 뉴스라면 일간지 기자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대덕을 아우르는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주고 현재 진행되는 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일은 재미도 있어 보였다.


3개월 간의 수습을 마친 초짜 기자는 대덕연구개발특구라는 한국의 과학 심장을 보게 됐고, 50~100년 뒤의 한국을 준비하는 멋진 과학자들을 만났다. 출입처를 산업으로 바꾸면서부터는 IT·BT·ET 등 첨단기술을 이끌어 가는 벤처 기업들을 보게 됐다. 각자 꿈꾸는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말로 다 못할 에너지가 응축돼 있었다.


6개월 정도 됐을 즈음 기자라는 직업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것을 기록해 전달하는 일이 보람되기까지 했다. 나 아니면 잘 몰랐을 별을 발견해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가 참 대견한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라서 1년차 기자, 박태진은 책상에 앉아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현장’을 알게 됐다.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데 익숙해졌고 지역사회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지만 분명 그전보다 성장했다. 그것도 비교적 훌륭하고 빠른 속도로 말이다.


첫 직장으로 모두가 알아주는 미디어에 입사하는 것은 물론 좋다. 나도 KBS·MBC·SBS에 입사해 부모님의 어깨를 떡 벌려주고 싶었다. 보수나 사회적인 지위 면에서 봐도 대덕넷이라는 회사는 작고 열악하다. 그러나 이 매체는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만든다. 여기에 있어 사람들의 진짜 삶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비록 웃음이 끊이지 않는 쇼를 기획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을 신나게 비춰줄 수 있었다. 훌륭한 영상물을 한편도 생산하지 못했지만 펄떡거리는 현장이 소리를 글로 표현하며 기뻤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덕넷에서 보냈던 2008년 동안 나는 몇몇 사람을 향해 “당신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대가 있어 참 좋은 세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쇼와 영상을 다루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꿈으로 가는 길에 서 있다. 2009년을 준비하는 나는 이곳에서 배운 고마운 것들을 담아 꿈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혼란한 요즘이지만 확실한 것은 ‘내 꿈이 언젠가 이뤄진다’는 사실. 목표를 잃지 않는 자는 그곳에 도달하기 마련이니까 힘을 낼 작정이다.


강렬하게 바라는 꿈, 세상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그것들에게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모두가 좀 덜 외롭도록 더 웃을 수 있도록 소통과 기록의 매개자가 되겠다. 그를 위해 더 부지런히 살겠다. 성장을 통한 꿈의 실현, 멀리 바라보고 있어 오늘도 즐거운 박태진이었다.


p.s.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는 가족이 있는 곳, 대덕넷. 기쁘면 크게 웃고 슬퍼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과 보낸 1년여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줬던 고마운 매체가 그 비전을 이뤄낼 수 있기를. 대표님을 비롯한 식구들이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김세원 국장님과 함께! "박태진은 큰 일을 해낼 거야"라고 말씀해주셨다.

 

2008년 7월 대덕넷 워크숍. 국장님 옆에서 경례 중인 박태진이다.

내 동기 임은희 기자. 나보다 오래 멋진 과학기자로 버텨낸 사랑스러운 친구다.

 

수습기간 동안 다정했던 나영, 은희, 그리고 나.

 

후배지만 동갑인 유상영 기자. 퉁명스러운데 따뜻한 좋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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