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신약개발 시스템만 탓할 것인가

[기자의 눈] 더사이언스 박태진 기자

2013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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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DGMIF)’에 다녀왔다. 재단 산하 신약개발지원센터가 마련한 작은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재단에 대한 첫 이미지는 아직 건물이나 장비, 인력 등이 2%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신약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연구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매달 한 번씩 개최하는 세미나의 이번 핵심 주제는 단백질 구조를 밝힌 뒤 신약을 설계하는 ‘구조기반 신약 발굴법’. 첫 세미나에서는 이지오 KAIST 화학과 교수가 초청됐다. 이 교수는 사람 몸에 있는 면역수용체인 ‘톨유사수용체(TLR)’의 구조를 밝힌 것으로 유명하다. 10개의 TLR 중 구조가 밝혀진 것은 6개인데, 이 가운데 4개를 이 교수가 찾아냈다. 이 자료들은 TLR의 문제로 일어나는 각종 질병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기초로 쓸 수 있다. 

보통 면역작용에 이상이 생겨 일어나는 ‘패혈증’이나 ‘자가면역질환’은 TLR 단백질이 과하게 활성화된 경우가 많다. 만약 TLR 단백질에 활성화 신호를 주는 부분에 ‘딱 맞는 물질’을 설계해서 넣는다면 이런 질병을 고칠 수 있다. 구조기반 신약 발굴법의 원리다.

자물쇠의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딱 맞는 열쇠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과거 신약 개발은 자물쇠에 수많은 열쇠를 꽂아 본 뒤 효과를 살피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병을 일으키는 원인부터 파악하고 그에 맞는 물질을 합성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게 생소하다. 단백질 구조를 밝히고 정확한 목표를 찾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X선결정학 장비나 핵자기공명분광학(NMR) 장치는 비싼 장비다. 선진국에서 이미 대중적인 방법이라도 장비가 없고 방법을 몰라 못 쓰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안 그래도 낙후된 신약개발이 더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가운 소식은 신약센터가 이런 장비를 대량으로 갖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핵자기공명분광학(NMR) 장치는 구입한 상태고, X선 결정학에 필요한 장비에 대해서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최첨단 고가의 장비를 지원받게 된다면 아이디어가 있어도 쉽게 진행하지 못했던 신약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큰 신약 개발에 웬만한 규모의 기업은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투자비가 많이 드는 장비 구매나 새로운 기법에 도전하는 등의 시도는 정부가 지원하는 신약센터가 한 발 앞서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앞으로 2~3년이 뒤면 ‘신약센터에서 어떤 성과를 냈나’로 평가하려 들지 모른다. 어떤 약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를 기준으로 갖다 댈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기간의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십년 넘게 뒤처진 신약 연구개발 방법을 빠른 속도로 세계 수준에 올려놓는 게 더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신약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일, 그게 신약센터에서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신약개발 동향을 소개하고, 국내 제약계의 연구개발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신약센터가 서 있었으면 한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창조’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능력인가

[기자의 눈] 더사이언스팀 박태진

2013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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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9일 열린 ‘2013 자연모사공학 국제심포지엄(ISNIT)’에 참석했다. 자연모사공학에서 한·미·중을 대표할 만한 연구자가 강사로 초청됐고, 미세전자시스템(MEMs) 기술로 생체 모사하는 분야에서 촉망받는 일본 연구자의 발표도 마련됐다. 또 뇌과학과 자연모사공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세미나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보기는 어려웠다. 강연장과 별도로 설치된 포스터 전시장에서는 자연모사공학의 주제로 익숙한 ‘연꽃잎’이나 ‘스테노카라 딱정벌레’의 껍질,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홍합’ 등을 다룬 연구가 많았다. 

물론 연꽃잎 표면에 있는 나노 돌기들이 물을 싫어하는 특성을 만든다거나, 스테노카라 딱정벌레의 껍질이 물을 잘 모을 수 있는 나노 구조로 돼 있다는 내용은 몇 해 전부터 알려져왔다. 게코 도마뱀 발바닥이나 홍합의 접착력 등도 유명한 내용이다.

얼핏보기에 기사로 소개할 만한 획기적인 주제를 찾기 어려워 진땀까지 났다. 그렇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포스터로 소개된 연구를 살펴보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대상을 연구한다고 해도 어떤 사람은 원리를 찾고, 다른 사람은 재현할 기술을 개발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을 생활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식이었다.

연꽃잎이 물에 잘 젖지 않는 이유가 나노 구조에 있다는 게 밝혀졌다고 해서 이와 똑같은 구조를 곧바로 구현할 수는 없다. 또 어떻게 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우리에게 맞는 기술이 될지 알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몇 단계의 연구가 꾸준히 더 진행돼야 ‘성에가 끼지 않는 유리’ 같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의 정보라도 더 축적하기 위해 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리 없이 묵묵히 진행되는 연구가 하나 둘 모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 과학기술이 탄생한다.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기술도 하루아침에 뚝딱 하고 ‘창조’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을 바라보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창조’라는 허울 좋은 단어에 수많은 연구자가 땀 흘려 쌓은 연구결과는 사라지고, 산업에 유용한 성과들만 빛을 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디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이름 없이 쌓이는 수많은 기초연구들을 돌아보고 지원하는 방향이길 바란다. 창조가 과학을 꾸미는 부처 이름 때문에 우려했던 부정적인 느낌이 기우일 뿐이었다고 뒤돌아봤으면 좋겠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국과위의 100분 ’토의‘를 바라보며

[기자의 눈] 더사이언스팀

2012년 10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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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교수의 칼 같은 진행으로 유명해진 ‘MBC 100분 토론’. 이제 손 교수 대신 다른 사회자가 진행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주는 토론의 묘미는 여전하다. 


시청자들은 토론을 통해 주요한 사회문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꼼꼼히 듣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거나 반박의 근거를 찾는다. 토론은 본디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하나의 해결책을 찾는 ‘토의’와 다르므로 토론을 바라보는 청중은 참가자가 세우는 견고한 논리를 지켜보는 데서 재미와 가치를 찾는다.

과학기술계에도 이와 유사한 토론회가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과학기술 100분 토론회’다. 올해 4월 23일 처음 시작한 이 토론회는 지난달까지 모두 여섯 번 열렸다. 과학기술 각 분야 이슈를 토론의 형태로 다뤄 대중의 관심을 끌고, 향후 정책에도 반영하겠다는 게 행사의 취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과학기술 100분 토론회’는 갈수록 박진감이 떨어지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듯하다. 워낙 딱딱한 정책 분야 토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토론의 기본 조건을 지키지 않아서라는 생각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근거를 들어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로 정의된다. 주제는 긍정과 부정의 입장을 취할 수 있어야 하며, 토론자는 찬성과 반대의 분명한 의견을 지녀야 한다. 사회자가 토론을 공정하게 진행하며 토론자의 발언시간이나 순서 등을 공정하게 정한 규칙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정의에 맞춰 과학기술 100분 토론회를 바라보자. 우선 주제 선정부터 토론이라 하기 어렵다.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1회)’, ‘한국형 발사체, 앞으로 가야할 길은?(3회)’, ‘에너지 분야 R&D 전략(4~6회)’ 등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주장을 펼친다기보다 하나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토의’의 형태에 가깝다. 그나마 2회 주제였던 ‘대형 가속기 필요한가?’로 유일하게 찬반을 나눠 논쟁할 수 있다. 

4회부터 6회까지는 ‘에너지 분야 R&D 전략’을 3회로 나눠 에너지 확보와 향후 과제,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등을 두루 다뤘는데, 이 행사는 그야말로 토의의 장이었다. 세부 주제로 등장한 것들도 모두 전문가들이 해법을 찾아 이야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각 전문가들이 발표한 해법들을 한 방향으로 모아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 부분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 토론의 형태를 취한 모양이다. 문제는 토의 주제를 내놓고 토론처럼 진행하다보니 토론 본연의 논리 전개를 보는 맛도 없고, 토의처럼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도 못했다는 데 있다. 

토론이나 토의, 어느 것이 더 좋다는 게 아니다. 각자의 말하기 형태는 고유한 목적이 있다. 애초에 국과위가 토론의 형태를 취한 이유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토의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과위 100분 토론회는 이름만 토론일 뿐 정작 내용은 정책토의의 장에 가깝다. 토론의 기본을 지켰더라면 지금처럼 과학기술 100분 ‘토의’회가 아닌 재미있는 과학기술 100분 토론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모르는 게 약’이란 답한 국민의 공복

[기자의 눈] 더사이언스팀

2012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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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해 학교 ‘영양교사’가 꿈인 A씨. 그래서 임용고사를 일찌감치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전 교수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단다. 올해 전국에서 뽑는 영양교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 시험 준비는 고사하고 앞으로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명치 끝이 아려오기만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왜 선발할 교원 숫자를 미리 알려주지 않을까?’ 선발 인원이 제로라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진로를 고민했을텐데, 이 때문에 A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첫 발판부터 삐그덕대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은 비단 A씨 뿐만 아니라 국영수를 제외한 비인기 및 비교과 교사를 준비하는 이들 대부분이 겪는 문제다. 이 때문에 해당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로 문의했다.

담당자는 교과부는 ‘교원 정원 사전예고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3년 신규 교원 정원은 이미 지난 5월에 발표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영양, 상담, 사서, 보건 등 비교과 교사 정원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담당자는 비교과 교사 정원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학생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답을 했다. 왜 학생들에게 유리한지 궁금해 물었지만 마땅히 설명하지 못했다.

교원 임용시험은 시험 교과목 자체가 독특하기 때문에 일반기업이나 공무원 준비와 달리 그동안 공부한 내용으로 여러 군데 지원할 수 없다. 게다가 비교적 긴 시험 준비기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채용인원을 모르고 무작정 준비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교과부는 교원 임용 사전예고제가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비교과 교사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숫자가 계속 줄고 있는데다가, 공무원 신분인 교원은 선발 인원도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하며, 비교과 교사의 경우 학교별 예산 상황에 따라 정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백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학생들은 몰라도 된다, 소위 ‘모르는 게 약’이라는 식의 대응은 문제다.

교과부에서 보기에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도 될 행정절차일지 모르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채용인원 때문에 1년이라는 시간을 날린 예비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다.

문제가 있는 곳에는 해결책도 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미뤄졌던 교원 임용 사전예고제도 결국은 시행되고 있지 않나.

차별없는 보편 행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직업선택 자유 조항에도 걸맞는다. 그저 모르는게 약이라고 무시하는 공무원의 답을 들으니 정권 말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전형을 보는 듯 해 씁쓸하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바이오시밀러’가 한국 바이오계의 트렌드?

[기자의 눈] 더사이언스팀

2012년 0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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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2012 바이오 국제컨벤션’에 다녀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박람회인 만큼 세계 각지의 생명공학기술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 생명공학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은 지역대표 과학자를 소개하며, 진안지역의 바이오의료파크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브라질은 자신들의 강점인 바이오연료 쪽 연구와 정책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일본, 터키, 벨기에 등도 자신의 나라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몄다. 

우리나라 부스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해 ‘바이오시밀러’를 대표 선수로 내놓았다. 홍보책자에도 바이오시밀러 현황과 전망 등을 자세하게 다뤘다. 담당자 역시 올해 한국 바이오 업계의 트렌드는 ‘바이오시밀러’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의 세포나 유전자를 이용해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약이다. 화학물질로 만드는 합성의약품은 화학식을 똑같이 따라해 동일한 약(합성제네릭)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의 세포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100% 똑같은 약을 만들 수 없고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만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른다. 

올해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셀트리온은 일련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바이오시밀러가 한국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견인차로 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부스의 대표 선수로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은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문제는 부스 안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와 벤처기업, 연구소가 입주한 부스들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다루는 곳은 없었다. 또 한국 부스 맨 앞에 있는 안내 책자를 제외하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어떤 전시물도 볼 수 없었다. ‘올해도 바이오시밀러가 트렌드’라고 말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정보는 사기업인 셀트리온 부스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해당 기업이 최근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이 같은 풍경은 바이오시밀러를 대표 주자로 내놓은 한국 부스에서 보였어야 한다. 

매년 바이오컨벤션 행사에 참가하며 세계에 한국바이오산업을 홍보하느라 애쓰는 한국바이오협회의 노력은 잘 알려졌다. 힘을 기울인만큼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면 ‘헛힘’만 썼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번 전시회부터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잘 알릴 수 있는 홍보기획에 좀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이왕 참가하는 전시회라면 한국의 대표 바이오산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2% 부족한 과학기술 원조…“착한 욕망 어떻게 채울까”

[기자의 눈] 더사이언스팀

2012년 0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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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를 보고 울산에 사는 어르신 한 분이 자기도 에티오피아를 돕고 싶다며 연락해왔습니다.”


지난 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불고 있는 ‘과학한류’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최영락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전문교수는 이장규 에티오피아 아다마과학기술대 총장의 활약상을 소개하면서 대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입을 뗐다.

최 교수 이야기의 주인공은 현대중공업 발전플랜트사업부에 근무하다 퇴직한 노해균(65) 씨. 그는 9월 20일자로 본지가 보도한 ‘이장규 前서울대 교수, 에티오피아 국립대 총장 취임하게 된 사연은…’이란 기사를 읽다가 에티오피아를 돕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기사를 쓴 기자를 통해 최 교수와 연락이 닿은 노 씨는 ‘에티오피아의 의대생 한 명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질병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에서 ‘좋은 의사’가 많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였다.

최 교수는 이장규 총장에게 연락해 노씨의 후원을 받을 아다마과학기술대 의대생 한 명을 선발했다. 덕분에 노 씨는 한 달에 5만 원씩 지원하는 보람을 얻었고, 얼마되지 않는 돈 같지만 지원받는 학생은 학비와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이 총장의 행보가 에티오피아에 ‘과학한류’를 몰고 왔을 뿐 아니라 국내 뜻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행’의 길도 열어준 셈이다. 

하지만 노 씨처럼 착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개도국을 돕는 제도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개도국 원조 사업의 체계는 OECD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과학기술’이라는 세부항목이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개도국 지원으로 ‘빈곤과 기아 퇴치’라는 현재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미래를 생각하는 부분이라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 원조를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에티오피아가 해외에서 과학기술계 리더를 데려오는 예산은 독일에서 나온다. 이장규 총장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독일 돈으로 한국 인력의 재정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다. 개도국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다. 고기를 직접 잡아주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개도국 과학기술 지원을 추진하는 게 개도국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뜻있는 사람이 모여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과학한류’는 좋은 성과들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제2의 에티오피아’와 ‘제2의 노해균’이 나오려면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고맙다, 문화재 보존과학

과거와 역사 이어주는 과학적 근거 제공해줘

2012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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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앞에는 오래된 전차가 한 대 있다. 그 앞에는 전차 안에서 손을 흔드는 학생과 배웅하는 가족의 모습이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다. 근대로 막 접어든 우리나라의 한 풍경인 것이다. 


필자는 그 앞을 지나며 전차를 볼 때마다 ‘그저 잘 만든 모형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깨끗하게 페인트칠도 돼 있고, 보존상태도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 갔다가 그 전차가 일제시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실제로 운행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 

등록문화재 467호로 지정된 ‘전차 381호’는 1930년경 일본 나고야에 있는 일본차량제조주식회사에서 만들어져, 1968년 11월까지 서울 시내를 다녔다 한다. 지난 2009년 서울역사박물관이 인수해 보존처리 후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 보존과학과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은 2009년 보존처리 당시 도색작업을 위해 벗겨낸 페인트를 분석해 1900년대 사용한 도료를 밝혀냈다. 이를 통해 당시 도료 성분과 여러 번 덧칠을 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개인적으로는 신기했지만, 보도하기는 솔직히 어렵다는 것이 당시 판단이었다. 숭례문이나 동대문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연구 결과를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회에서 만난 강형태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회장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수십 개의 연구결과가 담긴 책자를 보이며 그 의미를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재미있는 연구 결과”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근대 문화재에 대한 연구에도 한 발 다가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는 것 같았다.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존재감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 1961년 한국전쟁 이후 훼손된 숭례문을 해체 수리한 과정을 담은 보고서에는 “해체 수리 당시 숭례문 목부재 일부를 악기 등을 만드는 데 기증했다”라는 기록도 남아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지만 당시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는 일이었던 것 같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땅에서 나무를 구하기는 어려웠고, 공사 후 남은 목재를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 내린 판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복원된 광화문도 콘크리트로 복원한 적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당시 문화재 복원이나 보존에 대한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랬던 우리나라에 어느새 ‘문화재 보존과학’이라는 분야가 든든하게 자리를 잡았다. 각종 유물과 유적지의 연대를 밝히고 당시 사회문화상을 살펴보는 고고학과 역사학부터,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화학과 문화재 구조적 특징과 재료의 성질을 연구하는 건축공학, 지질연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지구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돼 과거를 복원하고 있다. 

지난 해부터는 중학교 과학2 교과서에 ‘문화재 과학적 분석’ 내용이 실렸다. 숭례문을 받치고 있던 목재를 악기 만드는 데 기증했던 시대에서 근대 전차의 페인트칠까지 연구하는 시대까지 왔다.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인 역사의 빈 부분을 과학적으로 찾아내고, 찾아낸 과거를 소중하게 지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과학기술이다. 이 분야가 고유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또 과학적으로 성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역사를 밝혀주는 고마운 문화재 보존과학과 관련 연구자들이 앞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길 기대한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기자의 눈]당신은 ‘회의’만 좋아하는 회의주의자인가

동아사이언스 박태진

2012년 0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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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밀인 K-1 전차 부품의 설계도를 미국에 빼돌린 국책기관 연구원이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이 사람의 범죄, 이뿐만이 아닙니다.”


연구자가 과학기술 보도가 아닌 사회부성 범죄 보도에 등장했다. 정년을 몇 년 안 남긴 55세의 한국기계연구원 소속 책임연구원 김 모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방위사업청이 육군의 주력 K-1 전차의 성능평가를 맡기자 설계도면을 미국의 한 부품업체로 빼돌렸다. 

또 2008년에는 부품업체 3곳을 차리고 가격을 부풀려 자신의 연구원에 납품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 3년 동안 그가 챙긴 돈만 5억 6000만원. 여기에 납품업체의 성능평가 작업을 대신하고 7000여만의 뒷돈을 받기까지 했다.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과학자’란 이름이 갖는 선량하고 공익적인 이미지에 흠집을 낸 충격적인 소식이다. 더군다나 국가 대표 연구기관 소속의 연구자란 점은 더욱 놀랍다. 묵묵히 진리를 탐구하고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려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들들에겐 기운이 '쭉' 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자’라는 명함을 갖고 있는 필자가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먼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과학기자는 회의주의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난해 한 강의에서 선배 기자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예로 들며 ‘과학기자의 회의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과학자와 일반인의 차이는 크게 없기 때문에, 그들을 포장하고 있는 ‘과학자’의 양심만을 믿고 과학자들의 말을 ‘절대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받아쓰는 것은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분야에 있든 기자는 취재원의 말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독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다. 그렇지만 필자가 운이 좋았던지, 실제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과학자=믿을 만한 사람’을 더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도 과학자는 전문성을 담보하는 존재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에 대해 명쾌하게 판단을 내려줄 사람은 오랫동안 그 분야를 연구해온 연구자라는 믿음이 강하다. 

그러나 세상사가 복잡하듯 어떤 분야에 있는 사람들 전체를 하나의 성격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과학자의 성향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선량한 연구자들이 더 많겠지만, 이번 사건의 주인공처럼 자기 주머니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황우석 박사처럼 논문을 조작해서라도 명예를 높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회의주의’로 무장하지 않은 과학기자는 그저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쓰이는 ‘나팔수’에 불과하다.

이런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독자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의문을 품어야 한다. 연구에 대한 도덕적 가치를 판단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분야의 연구자를 통해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도 여러 차례 거쳐야 한다. 과학자 간 이해관계도 파악해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과학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못 믿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네이처’는 ‘과학기자는 치어리더인가 감시자인가?’란 제목의 글을 실은 적이 있다. 과학저널리즘의 역할을 소개하면서 ‘과학과 저널리즘은 서로 낯선 문화가 아니’라고 썼다. 결론에는 증거가 필요하며, 그 증거를 만인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모든 것이 물음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과학기자는 물론 과학자도 끊임없이 질문하는 ‘회의론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이렇게 돼야 연구 투명성의 확보는 물론 대중의 과학이해를 높일 수 있다.

자, 당신은 ‘진정한’ 회의주의자인가, 아니면 ‘회의’만 좋아하는 ‘사이비’ 회의주의자인가.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기자의눈]참을 수 없는 지방대 연구자의 외로움

2011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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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은 여러 가지다. 과학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보니 대부분은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만나게 되지만 가끔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을 만날 때도 있다. 지난해 겨울 만났던 충남대 김동표 교수의 눈빛이 그랬다. 


공무원에서 학문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과학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의 눈빛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자신의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보란 듯이 해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어딘지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자리 잡은 지역과 ‘지방대’가 가지는 연구 환경의 한계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런 선입견을 가진 기자만의 느낌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KAIST나 포항공대처럼 소위 명문 대학이 아니라면 지역에서 기초과학 연구나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많지 않다보니 함께 머리 맞대고 생각할 사람들도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대학 자체도 이들을 위해 어떻게 재원이나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할지 모르는 경우까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함께 연구할 학생을 찾는 일이다. 지금 지역 대학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도 계속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면 더 나은 환경이 갖춰진 수도권 대학을 찾거나 유학을 간다. 또 취업을 하기에도 소위 ‘in 서울’ 대학을 졸업하는 게 유리하다. 한마디로 지역에 있는 대학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교수 연구실에는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채우고 있다. 조금 어렵겠지만 ‘긍정의 힘’으로 꿋꿋하게 연구를 진행하겠다며 김 교수가 찾은 탈출구다. 덕분에 올해 연구실이 진행하는 과제의 중간 평가도 무사히 통과했고, 논문실적도 좋아졌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그의 연구실에 지원한 한국인 대학원생은 없다. 

정부에서는 해마다 지역 대학을 육성시키겠다고 대책을 발표한다. 물론 개인 연구자나 지역 대학 연구자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도만 마련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지역 대학의 연구토양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여전히 서울로, 명문대로 가려하고 지역 대학에 남은 연구자는 외로워진다. 

최근 김 교수는 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 교수에게 “참 외로우셨겠다”는 말을 들었단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듣고 기자의 마음도 울컥했으니 그의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이런 외로움은 비단 김 교수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서도 꿋꿋이 연구하고자 하는 수많은 연구자는 오늘도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그들에게 희망을 줄 때, ‘지방대’의 모습도 한국 전체의 연구환경도 달라질 것이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1. 사랑해,태진 2013.07.23 21:04 신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진심으로 김 교수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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