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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도서관19

박주영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에 밑줄 긋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시인은 스물한 살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네 살에 죽는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시인도 혁명가도 로큰롤 가수도 아니다. 술에 취한 채 전화 부스 안에서 웅크리고 자거나 얼이 빠지도록 술을 마시거나 새벽 네 시에 도어즈의 레코트 불륨을 소리 높여 듣거나 하는 일도 그만 두었다. 생명보험에도 들었고, 호텔의 바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치과 의사의 영수증도 잘 챙겨서 의료비 공제를 받게 되었다. 이제는 스물여덟이니까." 나는 젊은 게 싫다. 지금도 충분히 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젊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젊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분명 있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할 수 없어지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과 무관해지고 있는 내가 좋고 내 삶이 그런 것들과 상관.. 2020. 3. 23.
거한 손님맞이, 그래서 굿 한판: 황석영, <손님> 황석영과 '손님' 황석영. 그는 한국에서 민족작가로 불린다. 쉼 없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중적인 인기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딱 한 번 방송프로그램에서 스스로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밝히던 그의 미소에 반한 적이 있을 뿐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를 내내 차지하고 있던 '개밥바라기별'도 아직 표지밖에 보지 못했다. '손님'은 그와 나의 첫 만남이다. 어떤 사람일까 참 궁금했는데, 역시 민족작가인데다 이야기꾼의 팔자를 타고난 모양이다. 북한이 고향인 목사 형제를 중심으로, 해방부터 6.25전쟁까지의 역사가 이야기와 버무려진다. 선도 악도 없는 공간, 어떤 상황 속에서 어리기만 했던 우리 민족의 과거가 소설 속에 푹 배어 있다. 참, 우리 역사가 그랬.. 2020. 1. 9.
농촌을 조명하라, 농사꾼이 힘날 수 있도록!: 이시백 <갈보콩> 아부지는 농사꾼이다. 오십이 넘도록 자기가 나서 자란 마을을 일주일 이상 떠나서 살아 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어려서부터 소꼴 먹이고, 모내고, 타작하고 그런 일들이 지금껏 그의 일상을 채워왔다. 사춘기 때 장성한 소 한 마리를 팔아 소니 라디오로 바꿔 온 게 그 삶에서 조금 어긋난 행보였을 뿐 늘 농사꾼으로 살았다. 아부지가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할 즈음 할배가 돌아가셨다. 할매가 살아계시긴 했지만 워낙 늦둥이로 태어난 탓에 나이고 뭐고 따질 여력이 없었다. 열 서너살 남짓의 눈빛 또랑또랑한 소년은 그날부터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다. 농사만 지으며 사십여년을 살아온 셈이다. 이런 아부지 아래 태어난 나는 농사꾼의 딸이다. 태어나 십오년을 여섯 집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고, 중학교 다닐 즈음 시청.. 2020. 1. 3.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장편소설 P. 68 "아니야, 우주는 무한할 거야. 이 우주에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뿐이라면, 생각만 해도 추워. 무주에서 보내던 그해 겨울이 기억나.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때 달달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은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었어.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뭐래도 상관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구인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우주가 무한해야만 가능 한 일이라면 나는 무한한 우주에서 살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울 것 같아."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모든 게 끝장나도 내겐.. 2019. 10. 20.
축소된 대한민국, '빈스토크': 배명훈, <타워> 빈스토크(Beanstalk). 에 나오는 하늘로 솟은 거대 콩나무 줄기의 이름다. 그리고 에서는 2408m, 674층, 50만명이 밀집해 사는 초대형 복합빌딩이자 일종의 국가다. 작가는 상상의 건물에 세상을 구축한 뒤 세상살이의 은밀한 촌극과 서글픈 모순, 그리고 희망을 그린다. 작가가 의도한 바 없다지만 는 한국 SF계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히며 인기를 얻는 중이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여러차례 비틀어진 대한민국을 그리는 소설, 그것이 바로 다. 책 속 6개의 작품은 모두 타워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담겨있다. 별도의 이야기이면서 또 연결되는 '연작소설'의 형태인 셈. 혹시 674층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다 담다보면 작가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지도 모른다. (큭큭) 빈스토크는 일반적인 빌딩처럼 나.. 2019. 10. 16.
[PAPER 클립보드] 알려주어서 참말로 고마운 그 이야기들 알려주어서 참말로 고마운 그 이야기들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 서진영 作 참 고마운 친구가 한 명 있다. 어디 손 뻗을 데 없이 곤궁한 처지인 내게 곁을 내주고, 초라하고 구석진 마음을 달래줬던 사람이다. 내가 옹졸한 탓에 한동안 연락도 뜸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조차 귀한 기회를 선물했다. 일 년 동안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사람 여섯 명을 만나고 글을 써보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을 추천했다. 내용도 구성도 참고할 수 있을 거라고 살뜰하게 마음을 써준 것이다. 이렇게 읽게 된 책에는 일종의 팔도 여행기가 펼쳐져 있었다. 열두 명의 공예 무형문화재 찾아 서천(한산모시), 나주(쪽 염색과 소반), 서울(바느질), 영덕(옹기), 단양(사기), 수원(.. 2017. 5. 9.
[PAPER 클립보드]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간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지구의 정복자 | 에드워드 윌슨 作수학이라면 진저리가 날 정도라 과학과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런 나를 과학의 세계로 이끈 책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다. 이 책에는 진화가 인간이나 인류 단위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벌어진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들어 있었다. 인간은 그저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하기 위한 기계에 불과하고,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해 혈연관계에 있는 남을 돕는 성향이 나타난다는 논리였다. 불편했지만 그럴 듯 했다. 이 논리에 이끌려 과학기자가 됐고 한참 과학 세계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 일반인으로 돌아올 즈음 서점에 라는 책이 등장했다. 시뻘건 띠지에 “‘이기적 유전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선명한 문구를 써놓은 터라 놀라서 책을 펼쳤다.. 2017. 5. 7.
[PAPER 클립보드] 사는 공간이 생각의 틀을 만든다 사는 공간이 생각의 틀을 만든다아파트 :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 박철수 作아파트,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60%가 사는 집이다. 똑같은 넓이와 공간 배치로 이뤄진 성냥갑 같은 건축물이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아파트가 단순히 집일 뿐 아니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물론 아파트가 여러모로 살기 편한 건 맞다. 단지로 꾸며놓은 터에는 상가, 주차장, 공원 등 웬만한 시설은 다 있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안락함에 함정이 있다. 전화 한 통이면 가로등이 고쳐지고 택배까지 경비실에서 대신 받아주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 2017. 5. 4.
전쟁보다 무서운 바이러스의 공습을 대비하라! 전쟁보다 무서운 바이러스의 공습을 대비하라![과학기자가 읽은 과학책]바이러스 폭풍(네이선 울프 著, 김영사 刊)2013년 03월 29일 최근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 두 편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OCN의 ‘더바이러스’와 JTBC의 ‘세계의 끝’이다. 등장인물은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를 쫓는 위기대책반인데, 이들이 바이러스의 숙주를 찾고 백신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더바이러스’는 한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화재사고 이후 세상에 등장한 바이러스가 나온다. 호흡기 장애와 출혈로 발병 사흘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변종 바이러스다. ‘세계의 끝’에서는 원양어선 선원을 전부 감염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바이러스 M이 등장한다. 유빙이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추정되며 이 바이러.. 2013. 3. 29.
“꽁치랑 내가 식구?”…과학에서 말하는 가족이란? “꽁치랑 내가 식구?”…과학에서 말하는 가족이란?[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해피패밀리(고종석 著, 문학동네 刊)2013년 02월 23일 “꽁치나 장미꽃이 우리 식구라구?” “그럼, 그런 것들도 우리랑 조상이 똑같거든. 지현이의 엄마가 이 할미지? 그런데 이 할미의 할미의 할미의 할미가 있을 거 아냐. 그런 식으로 수천만 명의 할미를,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할미를 따라 올라가면 하나의 조상이 나오지. 그 조상은 우리 지현이의 조상이기도 하구. 소나무의 조상이기도 하지.” “하느님을 말하는 거야? “응. 하느님일 수두 있구. 아니, 하느님은 아닌데, 그래 하느님이라구 하자. 아무튼 세상에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단다.” “꽁치랑 내가?” (중간생략) 그렇지만 꽁치랑 내가 식구라구? .. 2013. 2. 23.
‘DNA의 세계’로 함께 모험 떠나실래요? ‘DNA의 세계’로 함께 모험 떠나실래요?[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DNA의 법칙(Transnational College of Lex 著, G브레인 刊)2013년 01월 20일 “염기서열 퍼즐 맞추는 기술 나왔다”“‘유전자 가위’로 마음에 안 드는 유전자를 싹둑!” “뚱뚱한 사람이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 찾았다” 최근 한 달간 보도된 ‘유전자’에 관한 뉴스다. 이제 우리는 DNA 염기서열도 맞출 수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유전자를 잘라낼 수도 있으며,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도 찾아낼 수 있다. 심지어 ‘우월한 유전자’ ‘성공DNA’처럼 사회문화적인 현상에도 응용할 정도로 유전자와 DNA는 대중적인 단어가 됐다. 그런데 정작 DNA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생겼고,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원리가 어떤 것.. 2013. 1. 20.
인간은 ‘불로 요리하는 동물’ 인간은 ‘불로 요리하는 동물’[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著, 사이언스북스 刊)2012년 11월 25일 ‘고기를 굽고 채소를 삶고 국을 끓이고….’ 엄마 손을 거쳐 밥상에 차려진 음식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벌건 고깃덩어리는 맛있는 구이, 쓴맛이 돌던 채소들은 맛깔나게 변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기운 없을 때 ‘집밥’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싶어한다. 요리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맛 뿐만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로 요리한 화식(火食)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요리가 인간을 진화시켰을까.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리처드 랭엄 교수가 쓴 ‘요리 본능’에 그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대한 뇌를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요리’ 프랑.. 2012. 11. 25.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이언 레슬리 著‧김옥진 譯, 북로드 刊)2012년 10월 07일 “어머~ 아이가 정말 예쁘네요!” 갓 태어난 신생아를 지켜보며 이런 감탄사를 내뱉는다면 열에 아홉은 거짓말이 아닐까?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기라고 할지라도 이런 감탄사의 절반 이상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탄성이 터질 정도로 예쁘게 생긴 아기를 실제로 만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아기를 예쁘다고 칭찬한다. 굳이 칭찬하지 않더라도 ‘못 생겼다’는 진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게 인간관계를 잘 지키는 예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하얀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거짓말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배우지도 .. 2012. 10. 7.
사바나가 좋고 물만 보면 쾌적한 마음 드는 이유 사바나가 좋고 물만 보면 쾌적한 마음 드는 이유[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著, 사이언스북스 刊2012년 07월 29일 “전생에 무엇이었다고 생각합니까?” 5년 전 필자가 들어갔던 면접 시험장에서 들은 말이다. 8명의 면접관이 온갖 ‘압박 질문’을 던진 뒤, 한 면접관이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짧은 시간 동안 별다른 답을 찾지 못한 필자는 ‘아프리카 주민’이었을 거라고 대답했다.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과 야생동물만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고. 왠지 그곳에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질문을 던졌던 면접관 역시 의도를 알 수 없는 대답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만 ‘허허’ 웃어버렸다. 그리고 필자는 그 면접에서 낙방했다. 지원자도 면접관도 시쳇말로 ‘멘붕’인.. 2012. 7. 29.
식물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가 식물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가[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수잔네 파울젠 著2012년 06월 03일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먼 산들을 바라보라. 어린애들의 웃음 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 이양하의 ‘신록예찬’ 중에서 신록이 피는 5월을 지나고, 녹음이 세상을 정복하는 6월이 왔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새로 피는 꽃과 잎이 주는 감동은 늘 그대로다. 일찍이 문학가들은 싱그러운 잎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해 또 다른 감동을 전하곤 했다. 온통 세상을 뒤덮고 있는 꽃과 신록과 녹음, 단.. 2012. 6. 3.
그때 그랬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때 그랬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모든 것의 나이, 매튜 헤드만 지음/박병철 옮김2012년 04월 01일 “이 모든 것은 언제 여기에 나타났을까?” 호기심이 가득한 이 질문 덕분에 과학자들은 마야의 오래된 달력을 탐구하고, 피라미드의 방향과 이집트 시기의 밤하늘을 연구했다. 그들은 또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의 성분을 조사하고, 아메리카 대륙의 동굴을 뒤지거나 방사성 물질을 다루고, 밤하늘의 은하를 탐구했다. 덕분에 고작 100년 정도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이집트 피라미드가 수천 년 전에 지어졌다는 것은 물론, 수천만 년 전에 원시 포유류가 등장했으며, 137억 년 전에 우주가 탄생했다는 걸 알고 있다. 미국 코넬대 천문학과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매튜 헤드만은 우리가 ‘모든 것.. 2012. 4. 1.
두근두근 내 죽음… ‘죽음’을 인정하고 행복하자! 두근두근 내 죽음… ‘죽음’을 인정하고 행복하자![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2012년 01월 29일 #1. “엄마, 이 사람이 그러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요……. 사라질 것 같은 사람이래요.” 어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곤 한없이 슬픈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아름아.” “네?” “그 책 읽지 마라.” #2. “이 사람이 그러는데 여드름은 청소년이 지적, 육체적으로 부모 자격을 갖출 때까지 몇 년 동안 그 주변에서 잠재적으로 배우자를 내쫓는 역할을 한대요. (중략) 누나도 사춘기 때 잠재적 배우자를 내쫓는 데 성공했어요?” 그녀는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짓다, 어딘가 매혹적인 미소를 보이며 내게 답했다. “그랬음 의대 갔지.” 김애란의 장편소설 ‘.. 2012. 1. 29.
생활에 밑줄 긋는 '과학향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 “지구를 지금보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하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 태양과 지구가 멀어지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빛이 줄어들어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그레그 래플린 박사가 내놓은 지구온난화 해법이다. 그는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를 스쳐지나갈 때 얻은 중력에너지를 이용해 지구와 태양이 좀 더 멀리 떨어지도록 만들자고 주장한다. 물론 소행성과 혜성의 궤도를 조정할 방법은 마땅치 않고, 궤도를 조정해도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힐 위험이 있다. 가축이 내뿜는 방귀와 트림의 성분을 바꾸자는 사람도 있다. 소나 돼지의 방귀와 트림,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료 성분을 바꾸거나 특정 물질을 첨가해 가축이.. 2010. 7. 2.
[문예위 독후감] 핑. 퐁. 핑. 퐁 -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렁그렁, 크지도 않은 눈망울에 커다란 물방울이 고였다. 펑펑, 흘러내리지 않고, 그렁그렁 고드름처럼 매달려만 있다. ‘못’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60억 인류를 생각하면서, 지구의 미래를 위한 ‘언인스톨’을 떠올리면서, 울고 있었는데도 그것들을 흘려버릴 수 없었다. 이렇게 아프고 속상한 이야기, 그렇게 담담하게 흘러가는 문체, 그리고 박민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나를, 인류를, 지구를 정말로 ‘언인스톨’할 때가 되었거나 박민규가 천재이거나 둘 중에 하나를 명백히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왕따와, 인류와, 지구와, 탁구의 이야기 - 내가 당신들을 만난 것에 감사드린다. 중학교 2학년 무렵의 왕따라면 내 주위에도 있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이 특별한 인간의 눈 밖에 나 특별하게 정신적으로 다쳤던 .. 2010.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