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을 말하는 <밀양>, 결론은 글쎄?
"제가... 힌트 한 가지 드릴까요? 사장님은요, 우리 누나 취향이 아니에요." [밀양], 제 6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초청작, 이창동 감독, 송강호, 전도연, 쏟아지는 찬사 등에 더해 힌트를 한 가지 더 주자면 "박태진의 취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원'이라는 소재, 전도연과 송강호의 끝내주는 연기, 가슴 절절한 신애의 사연과 묵묵한 종찬의 보살핌이 한데 어우러져 볼 만한 영화가 탄생했으니 기쁜 일이다. 더불어 많은 이가 '용서'와 '구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전부다. (물론 이것도 못하는 영화가 많고 많지만;) 이 영화에는 '영화적임'이 뿜어내는 맛깔스러움이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영상, 현란한 음향, 절묘한 편집은 거의 찾아볼 수 없..
2010. 7. 1.
아름다운 공포영화, <기담> … "쓸쓸함이 진짜 공포다"
선물 무지 오랜만에 홀로 극장을 찾았다. 졸업 2주년을 기념해서, 세 살을 맞은 나를 축하하며, 내가 나에게 좋은 영화 한 편 구경시키고 싶었다. 그만큼 많이 고민하고 고른 영화, [기담]. '1942년 경성 안생병원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 셋'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좋았던 영화.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만났다. 한국영화 위기론아, 훠이훠이 물렀거라. 사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봉인된' 소녀와 묵묵히 외로웠던 의대 실습생, 박정남. 새 아빠를 사랑한 소녀와 그녀의 담당 의사, 이수인. 그림자가 없는 아내, 김인영과 영혼의 존재를 믿는 의사, 김동원. 이 주인공들은 모두 사랑에 목마른 존재들이다. 공허한 정남의 마음에 싸늘한 시체가 들어 온 것도, 온 가족이 죽어 버린 소녀에게 의사..
2010. 6. 22.
[문예위 독후감] 핑. 퐁. 핑. 퐁 -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렁그렁, 크지도 않은 눈망울에 커다란 물방울이 고였다. 펑펑, 흘러내리지 않고, 그렁그렁 고드름처럼 매달려만 있다. ‘못’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60억 인류를 생각하면서, 지구의 미래를 위한 ‘언인스톨’을 떠올리면서, 울고 있었는데도 그것들을 흘려버릴 수 없었다. 이렇게 아프고 속상한 이야기, 그렇게 담담하게 흘러가는 문체, 그리고 박민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나를, 인류를, 지구를 정말로 ‘언인스톨’할 때가 되었거나 박민규가 천재이거나 둘 중에 하나를 명백히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왕따와, 인류와, 지구와, 탁구의 이야기 - 내가 당신들을 만난 것에 감사드린다. 중학교 2학년 무렵의 왕따라면 내 주위에도 있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이 특별한 인간의 눈 밖에 나 특별하게 정신적으로 다쳤던 ..
2010.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