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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tories/과학향기

원자로가 바닷물을 마시게 해준다고?

by 사랑해,태진 2010. 6. 24.

한반도의 가장 동쪽 끝, 독도. 일반인이 이 땅을 밟을 수 있게 된 건 2005년 3월 26일 독도 관광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비록 30분 정도만 머물러 선착장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지만, 날씨가 허락하는 한 이곳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들 관광객을 태운 배가 섬에 도착하면 섬에 살고 있는 주민이 바빠진다. 배에 싣고 온 물통을 옮기기 위해서다. 이 물통에는 독도주민을 위한 식수가 담겨져 있다. 독도에는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플랜트가 있지만, 아무래도 그 양이 충분치는 않다. 


독도에는 물뿐 아니라 전기도 귀하다. 최근에는 태양광발전 설비가 설치돼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이전까지는 디젤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들었다. 145kW급 디젤발전기를 가동하는 데 드는 기름은 연간 17만L. 이는 모두 육지에서 가져와야 한다. 아직 사람이 정착하기 어려운 땅, 독도를 보며 인류 공통의 걱정거리가 떠오른다. 바로 물과 에너지다.

지구의 약 70%가 물이지만 이중 97.5%는 소금물이다. 식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민물, 즉 담수는 2.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 사용할 수는 없다. 담수의 대부분은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로, 일부는 토양수나 지하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빼고 나면 인간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담수의 약 0.007%뿐이다.

하지만 이 적은 양의 담수도 세계에 골고루 나눠져 있지 않다. 또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 주민 5억여 명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2030년 정도가 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UN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 중 하나라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사막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구의 70%의 물이 있는 바다로 눈을 돌렸다. 바닷물에서 소금기를 제거해 민물로 만들면 사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수담수화라고 부르는데, 이 방법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증류법이다. 바닷물을 끓이면 소금기만 남고 수분이 증발하게 되는데, 이 증기를 다시 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밖에 특수한 막을 사용하는 막분리법과 바닷물을 얼려서 물과 소금기를 분리하는 냉동법도 있다.

우리나라는 증류법을 이용한 담수화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원도 주로 화석연료라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그래서 원자력을 이용해 환경오염 없이 해수를 담수화하는 원자력 기술이 주목받았다.

원자력발전은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생기는 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원자력 해수담수화 기술은 원자력 에너지로 얻은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대신 바닷물을 끓여서 민물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1997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중소형 원자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스마트)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스마트 원자로는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자로로, 원자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바닷물을 민물로 바꿀 수 있다. 이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 출력은 330MW에 이르며, 이를 이용해 하루에 9만kW의 전기와 4만톤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인구 10만 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와 물을 함께 공급하기 좋은 크기인 셈이다. 그래서 대형 원자력발전소가 필요 없으면서 물 부족을 겪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지역 등의 섬나라와 사막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스마트 원자로는 일반 대형 원자력발전시설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가압기나 냉각펌프, 증기발생기 등이 한 개의 압력용기 안에 들어있는 일체형이기 때문이다. 각각을 연결하는 배관이 없으니 배관이 파열돼 대형사고가 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방사능 물질이 외부에 누출될 가능성도 적다. 또 일체형이라 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작하고 현장에서 바로 설치할 수도 있다. 덕분에 품질도 유지할 수 있고,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향후 중소형 원자로 시장이 해수담수화용 1,000억 달러 규모, 소규모 전력생산용 2,50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본다. 소규모 전력 생산과 해수담수화 기능이 모두 있는 스마트 원자로에게는 희소식이다. 만약 스마트 원자로를 해외로 수출하게 되면 원전 수출의 이익과 기술 수출, 산업체 동반 진출 등 부가가치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0년에 원자로의 노심과 냉각계통, 안전계통의 표준설계를 마치고 기술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2011년에는 표준설계 인가를 받고, 2012년에는 스마트 원자로가 들어설 부지를 선정해 2017년까지 스마트 원자로 1호기를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전력, 포스코 등 국내 13개 기업이 민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이 총사업비 1,7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해 스마트 원자로 건설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스마트 원자로는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면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는 꿈의 원자로다. 어서 이 원자로를 완성해 물과 전기가 귀한 섬이나 사막에 설치할 수 있길 바란다. 그날이 오면 우리땅 독도에서도 물과 전기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독도에 스마트 원자로를 설치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말이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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