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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tories/푸른하늘

[나로호 특집] 한국 로켓의 진화…나로호가 있기까지

by 사랑해,태진 2010. 6. 4.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2차 발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우주강국에 들어가게 된다. 그간 인공위성 개발의 눈부신 성과보다 덜 알려지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발사체가 꾸준히 개발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로호 탄생이 있기까지 우리나라의 로켓기술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한국에서 현대식 로켓 연구가 시작된 것은 우주개발이 아니라 군사적 목적에서였다. 1958년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1, 2, 3단의 로켓을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고, 공군사관학교에서도 1969년부터 로켓을 개발했다. 공군사관학교의 로켓은 AXR-55, AXR-73, AXR-300 3종류로 아스팔트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로켓에 대한 기본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1960년대 인하대에서는 군사 목적이 아닌 로켓 개발이 진행되기도 했다. 인하우주과학회는 1962년부터 소형 실험용 로켓을 개발했고, 1964년에는 실험용 쥐를 캡슐에 넣고 로켓에 실어 날리는 실험도 했다. 하지만 캡슐이 분리되지 않아 실험쥐를 회수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로도 몇 차례의 로켓실험이 진행됐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고체로켓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할 수 있는 것은 1978년 발사된 지대지 탄도미사일 ‘백곰’(NHK-1)이다. 백곰은 고체 추진체를 사용하며 사거리가 180km인 2단 로켓이다.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기술적 도움을 받았고, 1979년 한-미 미사일 협정을 맺게 된다. 협정 내용은 ‘사거리 180㎞ 로켓체계를 개발 또는 획득하지 않는다’는 것. 이 내용은 우리나라가 액체연료 로켓을 연구개발하는 계기가 된다. 현재는 고체 미사일은 사거리 300㎞까지, 과학적 목적의 액체엔진은 제한 없이 개발하는 것으로 협정 내용이 개정돼 유지되고 있다.

본격적인 과학로켓 연구는 1990년 항공우주연구소가 탄생하면서 시작됐다. 항공우주연구소가 탄생하고 3년 뒤인 1993년 6월 첫 번째 결과물인 과학관측로켓 1호(KSR-1 : Korea Sounding Rocket-1, 이하 과학로켓)의 발사가 성공했다. 1단 고체로켓인 과학로켓 1호는 나로호의 상단(2단)을 만든 기술로 연결되는 중요한 성과다.

과학로켓 1호는 6월과 9월에 두 차례 발사됐는데, 6월에 1차 발사된 로켓은 고도 39km, 낙하거리 77km를 비행했다. 과학로켓 1호는 관측인 목적인 만큼 주로 한반도 상공의 오존층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했고, 이와 더불어 로켓의 성능인 가속도, 응력, 온도, 추진기관 내부압력 등을 살폈다. 이 내용들은 9월에 2차 발사된 로켓의 성능 보완에 활용됐다. 덕분에 과학로켓 1호가 두 번째 발사됐을 때는 1호보다 더 높아진 고도 49km, 낙하거리 101km를 비행할 수 있었다.

과학로켓 1호의 성공으로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는 데 자신감을 얻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단 고체연료 로켓인 과학로켓 2호(KSR-2)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과학로켓 2호의 1단에는 백곰의 기술을 활용했고, 2단 로켓은 KSR-1의 기술을 사용했다.

특히 과학로켓 2호는 날아오른 뒤 예정된 낙하지점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하는 유도제어기술과 높은 고도에서 1단과 2단을 분리하는 기술이 추가됐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발사체 기술력을 한층 올렸고, 1978년 7월에 있었던 1차 발사와 2차 발사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 로켓은 발사 10초 후 1단과 2단이 분리돼 2단 로켓이 점화됐고, 최고 고도 137.2km에 도달한 뒤에는 6분 4초간 123.9km를 비행했다.

과학로켓 1호와 2호의 개발과 발사에 성공했지만 이들로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없었다. 100kg급의 소형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려면 170톤급의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과학로켓 1호와 2호의 추력은 8.8톤과 30.4톤에 불과했다. 고체연료로 대형 로켓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한-미 미사일협정 때문에 고체로켓을 만드는 데 제한이 있었고, 대형 고체로켓을 대형 미사일로 쉽게 바꿀 수 있다보니 외국에서 기술이전을 받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액체연료 로켓엔진을 개발하기로 했다. 액체연료 로켓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고, 우리나라가 주로 개발해 온 분야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체연료 로켓보다 추진력이 강하고 발사 뒤에도 점화와 소화를 반복하면서 원하는 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진입시킬 수 있다. 우주발사체에 필수적인 로켓인 셈이다.

1997년 말부터 액체연료 로켓의 개발에 들어간 결과 2002년 11월 서해안에서 과학로켓 3호를 발사할 수 있게 됐다. 과학로켓 3호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첫 액체연료 로켓으로 추력이 12.5톤에 불과했지만 30톤급 액체연료 엔진 개발의 기초가 됐다.

비록 이번 나로호 발사에는 과학로켓 3호의 엔진 기술이 사용되지 못했지만, 과학로켓 3호의 기술 덕분에 러시아와 나로호를 공동개발할 수 있게 됐다. 또 2018년 발사가 예정된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으려는 목적으로 개발 중인 KSLV-2에서는 과학로켓 3호에 사용했던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용 미사일로 시작했던 우리나라의 발사체는 과학로켓 1호와 2호, 2개의 고체연료 로켓을 거치면서 1, 2단을 분리 기술을 익혔다. 또 과학로켓 3호를 개발하면서 액체연료 로켓기술의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어 러시아와 공동으로 나로호를 개발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18년 만에 우주로 나가는 우주발사체, 나로호. 그 덕분에 한국은 우리 손으로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만들고, 우주로 보낸 나라가 된다. ‘우주강국 코리아’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나로호 발사가 반드시 성공하길 빌어본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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