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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porter/과학 기사

올해를 뒤흔든 과학계 인물은 누굴까?

by 사랑해,태진 2011. 12. 25.

올해를 뒤흔든 과학계 인물은 누굴까?

[표지로 읽는 과학] 네이처, 올해 10대 화제 인물 선정

2011년 12월 25일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는 올 한 해 동안 과학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했던 화제 인물 10명을 선정해 이번 주 표지로 장식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인물은 달리오 아우티에로(Dario Autiero) 박사. 아우티에로 박사는 올해 9월 23일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를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인물이다. 아우티에로 박사가 소속된 연구팀은 ‘오페라(OPERA) 검출기로 측정한 중성미자(neutrino)의 속도’라는 논문 한 편으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오페라에서 검출해 측정한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0.00000006초) 빠르다는 내용이었다.


연구팀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양성자가속기에서 양성자끼리 충돌시켜 중성미자를 얻었다. 이를 732km 떨어진 이탈리아의 오페라 검출기로 튕겨 보내 속도를 측정한 한 결과 중성미자 1만6000개가 732km의 거리를 평균 0.00243초 만에 주파하는 걸 확인했다. 

처음에는 100명에 이르는 오페라 연구팀도 실험 결과를 믿지 못해 각 연구자에게 실험 결과에 동의하는지 확인한 뒤에야 논문 초고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아직도 이 실험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아우테리오 박사는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우리가 측정한 방법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는 측정도구를 정의했고 바로 이점이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두 번째 올해의 인물은 지구와 닮은 외계행성을 찾는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주인공은 MIT 천문학자인 사라 시거(Sara Seager) 박사.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 프로젝트팀에서 활동하며 태양계 밖에서 ‘쌍둥이 지구’를 찾고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을 찾는다. 이달 5일 NASA 발표에 따르면 2009년 3월에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확인한 외부 항성계 행성의 개수는 2326개로 이중 ‘케플러-22b’는 지구보다 2.4배 크고 평균 온도가 22℃로 알려졌고, 최근 발견된 ‘케플러-20e’와 ‘케플러-20f’도 지구 크기와 거의 비슷해 화제를 모았다. 

시거 박사는 “미래에 인류는 우리를 ‘지구 닮은 세계를 처음 발견한 세대’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UC버클리대 천문학자인 제프 마시(Geoff Marcy) 박사는 “외계행성을 찾는 과학자는 수천 명이 있지만 그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말로 시거 박사를 평가했다.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왼쪽부터 달리오 아우티에로, 사라 시저, 리사 잭슨. 사진 출처 : 네이처

미국 환경청장 리사 잭슨(Lisa Jackson)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그는 행정부 내 다른 부처들의 압박 속에서도 환경을 지키려 한 ‘오염 막는 경찰관’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온실가스가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점이 돋보였다는 것이 네이처의 평가다.

잭슨 청장은 2009년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여섯 종류의 온실가스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이라고 선언했고, 미국 환경청은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계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를 내세워 미국 환경청(EPA)의 행동을 막았다. 

EPA는 지난 6월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발전소에 대한 규제법안을 상정했지만 연기됐고, 9월에도 한 번 더 상정이 미뤄졌다. 최근 잭슨 청장은 내년 초 온실가스 규제법안이 상정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도 잭슨 청장처럼 강하게 맡은 바를 해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 봄 이집트의 거리에서 시위하며 엔지니어의 목소리를 높인 에삼 샤라프(Essam Sharaf) 이집트 전 총리가 네 번째 인물이다. 그는 카이로대 교수로 있으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정권을 격렬하게 비판했고, 불황의 해결책으로 과학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과학으로 이집트의 물 문제부터 에너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수 년에 걸쳐 사회를 개혁하는 방법으로 과학기술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다. 또 “과학적인 연구 결과 없이 국가가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샤라프의 ‘과학혁명의 꿈’은 정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권력은 모두 군대로 넘어갔고 샤라프는 지난 11월 총리에서 사임했다.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왼쪽부터 에삼 샤라프, 다이데릭 스타펠, 로지에 레더필드. 사진 출처 : 네이처

 

다섯 번째 인물은 유럽 사회심리학계의 스타였던 다이데릭 스타펠(Diederik Stapel)이 차지했다. 그는 유명 저널에 거의 매달 논문을 낼 정도로 뛰어난 학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연구생 3명이 그의 데이터 조작의 의혹에 대해 고발해 ‘지는 별’ 신세가 됐다.

스타펠이 거쳐 간 대학교 3곳을 조사한 결과 그는 대학원 시절부터 데이터를 조작한 게 드러났고, 거의 모든 논문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됐다. 그가 데이터를 모았다는 장소나 학교 등은 존재하는 않았던 것이다. 현재 스타펠의 박사 학위는 취소됐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2010년 12월 4일 NASA에서 발표한 ‘비소 생명체’에 대한 비판을 한 로지에 레더필드(Rosie Redfield) 박사가 여섯 번째 인물로 뽑혔다.

NASA의 울프 사이먼 박사는 인을 비소로 대체해 살아가는 박테리아 발견을 발표하며 외계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주장했다. 그러나 레더필드 박사는 실험 방법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비소가 인을 대체했을 거라는 결론을 반박했다. 그의 주장은 지난 6월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으며, 자신의 블로그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과학적인 의문을 제시하고 소통했다. 덕분에 이제 많은 과학자들이 사이먼의 실험에 결함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레더필드 박사는 “과학자들은 가능한 한 많이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며 “우리는 사람들을 통해서 절대로 만날 수 없는 것을 만나거나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70억 번째로 태어난 필리핀 아기. 다니카 코마초. 사진 출처: 네이처

 

 
일곱 번째 인물은 지구에서 70억 번째로 태어난 아기, 다니카 코마초(Danica May Comacho). 이 아기는 필리핀에서 태어났으며 필리핀 정부는 이 아기를 70억 인구의 상징으로 선정했다. UN은 코마초가 태어난 10월 31일을 세계 인구 70억의 날로 정했다. UN은 2023년에는 80억 명, 2041년에 90억 명, 2081년 이후 언젠가 인구는 100억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찾는 과학자가 여덟 번째 인물이다. CERN의 마이크 라몬트(Mike Lamont) 박사는 80명의 과학기술자와 함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조정하며, 수많은 입자들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힉스 입자는 137억 년 전 우주 탄생 당시 모든 입자에 질량을 준 뒤 사라진 입자로, 이론상으로만 존재했고 실제로 발견된 적은 없다. 이달 13일 CERN의 과학자들은 LHC에서 양성자 다발을 거의 빛의 속도로 충돌시킬 때 힉스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는 흔적을 관찰했고, 힉스 입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좁혔다.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왼쪽부터 마이크 라몬트, 고다마 다스히코, 존 로저스. 사진 출처 : 네이처

 

아홉 번째 인물은 아시아에서 나왔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해온 고다마 다쓰히코(Tatsuhiko Kodama) 도쿄대 교수다. 그는 올해 3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일본 국회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물질 제거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고 방사성 물질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해왔다. 

또 7월 27일에는 일본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해 효과적인 오염물질 제거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던 일본 정부를 비판하던 장면이 유투브를 통해 알려져 큰 호응을 얻었다. 순식간에 원전사고 피해자의 대변자로 부상한 것이다. 고다마 교수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과학적인 방법을 고민하면서 지원을 추진해 온 것이 이번 선정의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인물은 미국 일리노이대 존 로저스(John Rogers) 교수다. 그는 1회용 문신처럼 사람 피부에 직접 붙이는 형태의 칩을 개발했다. 칩이 장착된 부분의 피부를 늘리거나 구부려도 작동하는 데 지장이 없다. 

로저스 교수팀은 얇은 고무형태의 소재에 센서와 LED소자, 무선주파수용 커패시터, 무선안테나, 태양전지 기능까지 집어넣은 집적회로를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이 칩은 의료용이나 전자부품, 커뮤니케이션,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와 같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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