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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porter/인터뷰

“기반 기술 ‘나노’, 이제는 산업화에 주력해야”

by 사랑해,태진 2013. 4. 9.

※ 2013년 4월 9일 '더사이언스' [나노人] 코너에 실린 최만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의 인터뷰입니다.

 

“그동안 기반기술로만 알려져 있는 나노기술도 이제는 산업화에 힘써야 할 시점입니다. 문제는 아직 연구 현장과 산업체 사이에 있는 ‘괴리감’이죠. 지금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대 공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만난 최만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나노 분야 경쟁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왔다며 입을 뗐다. 이런 기반을 살려 나노기술을 산업화하려면 기업과 연구 현장을 이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최 교수는 이런 자신의 견해에 맞춰 연구 촛점을 나노기술 상용화 쪽에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나노입자를 만드는 것을 넘어 나노입자를 자유롭게 배열하고 쌓는 연구. 현재 그가 이끄는 ‘멀티스케일 에너지시스템 글로벌프론티어연구단’은 이런 나노기술을 이용해 기존 태양전지와 연료전지의 설계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나노기술은 이제 실험실에서는 기존의 마이크로 정밀도를 넘어 나노 수준의 소자를 만들고 혁신적 장치를 만드는 수준까지 왔다”며 “이러한 성과를 산업체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기업, 모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부도 양쪽 모두에 동기 부여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협력 이끌어내는 정책 개발 절실

우리나라 나노 연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2000년 이후 활발하게 전개됐다. 미국도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하던 2000년 정도부터 나노 분야에 투자가 활성화됐으니 미국과 비교해도 늦지 않은 출발이다. 그 덕분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 많이 개발된 상태다. 그렇지만 나노기술이 산업화되는 속도는 무척 더디다.

최 교수는 그 이유로 ‘기업과 연구현장의 태도’를 꼽았다. 투자하면 이익을 내야하는 기업의 속성상 당장 상업화하기 곤란한, 연구가 더 필요한 기술에 눈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기적인 이익에 치중해 거의 100% 확실한 분야가 아니면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산업체에서는 당장 1~2년 안에 상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그런데 연구라는 게 늘 그렇게 확실할 수만은 없습니다. 연구 현장에서 실현가능성을 80~90% 정도 끌어올린 기술이라면 기업도 과감하게 투자해서 함께 산업화를 이뤄나갔으면 해요.”

기업만큼 연구자들도 소극적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산업화보다는 연구 자체의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신기술을 기업에 알려 산업화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새로운 현상을 밝히거나 미래에 도움이 될 연구를 하는 데서 더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기업은 기술을 잘 모르는데다 찾으려하지 않고, 연구자는 굳이 알리려하지 않는다”며 “산업계와 학계가 협력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이 나노산업화의 가장 큰 걸림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양쪽 모두를 움직이는 과제를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며 “연구자와 산업체 모두 서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좋은 기술이 더 빨리 산업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개선돼야

최 교수는 현재 나노 분야 연구 환경은 선진국에 비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자에 대한 지원이나 혜택이 비교적 풍족하다는 것.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장비 지원’이라고 답했다.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측정 장비 등 대형 기자재가 꼭 필요한데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바로 실험해보고 싶지만, 공동으로 기자재를 쓰다 보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연구실 가까이에 장비를 두고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겠죠.”

장비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의 지원 외에 ‘나노’를 바라보는 학계의 태도가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최 교수가 기계공학자로서 나노 분야를 접근할 때만 해도 ‘기계공학자가 왜 나노 분야를 연구하나?’는 식의 시선이 많았다는 것. 

그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 과학기술계는 새로운 분야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색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통적인 학문 분야에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저항은 지금도 남아있는데, 앞으로는 전통과 혁신이 함께 공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노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공계 전체의 사기 진작’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결국 전체 과학기술계 발전과 더불어 나노 분야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나노뿐 아니라 전체 과학기술계에 대해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도 이 분야로 오기 쉽지 않습니다. 부모의 기대, 사회적 편견 등이 그들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적성에 맞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이끌 수 있거든요. 그들이 이 이 분야로 와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개발하고,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노 분야도 자연히 발전할 겁니다.”


●최만수 교수가 말하는 ‘나노기술’ 발전 방향

① 산업체와 연구자가 ‘나노산업화’ 위한 협력
② 정부에서는 산업체와 연구자 양쪽에게 동기 부여할 정책 개발 
③ 연구 장비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과제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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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더사이언스’(www.thescience.co.kr)는 대한민국 나노기술계를 지원하는 ‘나노융합산업협력기구’와 공동으로 기획 시리즈 ‘나노人’을 시작합니다. 국내외에 나노기술 과학자, 정책전문가를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를 매월 두 차례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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