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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도서관

그때 그랬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by 사랑해,태진 2012. 4. 1.

그때 그랬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모든 것의 나이, 매튜 헤드만 지음/박병철 옮김

2012년 04월 01일


“이 모든 것은 언제 여기에 나타났을까?”


호기심이 가득한 이 질문 덕분에 과학자들은 마야의 오래된 달력을 탐구하고, 피라미드의 방향과 이집트 시기의 밤하늘을 연구했다. 그들은 또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의 성분을 조사하고, 아메리카 대륙의 동굴을 뒤지거나 방사성 물질을 다루고, 밤하늘의 은하를 탐구했다.

덕분에 고작 100년 정도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이집트 피라미드가 수천 년 전에 지어졌다는 것은 물론, 수천만 년 전에 원시 포유류가 등장했으며, 137억 년 전에 우주가 탄생했다는 걸 알고 있다. 

미국 코넬대 천문학과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매튜 헤드만은 우리가 ‘모든 것의 나이’를 알 수 있었던 방법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역사적 사건과 유물의 연대를 추정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과정에는 언어학과 고고학, 인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책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마야 문명의 사례는 마야인의 독특한 달력을 해독해 얻은 결과다. 중앙아메리카에서 거의 1000년 전에 살았던 마야인은 얼굴 그림이 그려진 상형 문자로 기록을 남겼는데, 학자들이 30년 간 해독한 결과 그들이 연대를 20진법으로 표시했다는 걸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 속 마야인의 첫 번째 날은 기원전 3114년 8월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다. 

마야인과 달리 이집트인의 기록은 왕의 즉위를 중심으로 한 상대적인 연도만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피라미드가 건축된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이 필요하다. 3000~4000년 전 이집트 피라미드의 네 꼭짓점은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이집트인들이 별자리로 방위를 맞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피라미드 네 꼭지점의 위치가 시대마다 약간씩 다르다는 데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4000년 전 이집트인이 북극성이 아닌 다른 두 별(북두칠성 중 하나인 미자르별과 작은 곰자리의 코자브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지금과 달랐던 이집트 밤하늘을 통해 방위를 정한 방식을 거꾸로 추적하자 쿠푸왕의 대피라미드가 기원전 2480년에 건축됐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연대측정법으로 널리 알려진 탄소 동위원소(탄소-14)의 반감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됐다. 탄소 원자핵은 양성자 6개, 중성자 8개로 이뤄졌는데 시간이 지나면 양성자 7개, 중성자 7개의 질소-14로 바뀐다. 한 무더기의 탄소-14의 절반 정도가 질소-14로 변하는 데 걸리는 반감기는 평균 5730년이다.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은 이미 연대가 알려진 나무배 조각 등을 이용한 자료로 보정된다. 현재 화석이나 유물에 남아있는 탄소-14의 양을 알더라도 과거 한 시점의 탄소-14의 양을 모르면 정확한 연대를 추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대별로 기준이 되는 탄소 동위원소의 양을 조사하는 것이다. 탄소 동위원소로 연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래된 유물이나 화석의 경우에는 반감기가 1억2800만년인 칼륨-아르곤 연대측정법을 사용한다. 

일 년에 하나씩 만들어지는 나이테의 수와 패턴으로 연대를 추정하는 연륜연대측정법도 있다. 나이테의 두께는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나이테 성장 연대기와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을 활용해 기후를 연구하기도 한다. 

생물학자는 DNA의 돌연변이 비율을 조사해 연대를 측정한다. 북극곰과 회색곰의 DNA 염기서열이 다른 부분은 1%이고 늑대와 코요테의 차이가 3%인데, 이는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상대적인 시기를 추정하는 데 쓰인다. 이 경우 늑대와 코요테로 분리된 시기가 북극곰과 회색곰으로 분리된 것보다 3배 오래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이나 먼 별과 은하에서 오는 빛을 이용해 우주의 역사도 추측할 수 있다. 헬륨 원자핵의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양을 계산하거나, 운석을 분석한 결과 인간은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라는 걸 알아냈다. 

모든 것의 나이를 쫓는 과정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부터 핵물리학, 양자역학, 생물학, 유전학 등 현대 첨단 과학지식이 모두 등장한다. 고고학자들이 천문학의 도움을 받고 언어학자나 역사학자들이 생물학과 화학의 도움을 얻어 우리가 몰랐던 과거를 밝히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애초에 자연은 학문에 따라 구분 짓고 제각각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 등장한 각종 연대측정법은 여러 분야의 통섭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 왜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20세기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가 남긴 말처럼 말이다. 

“자연을 수학,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등 여러 분야로 쪼개서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이해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은 채 10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 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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