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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porter/인터뷰

건축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by 사랑해,태진 2012. 9. 17.

건축하면 마치 예술작품처럼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눈만 뜨면 보는 것이 건축이다. 건축은 박제된 예술품이 아닌 ‘우리가 사는 모든 공간’이다. 건축 본연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강연이 열렸다.

한 방송국의 ‘러브하우스’라는 코너로 유명세를 타게 된 건축가 겸 가수인 양진석 박사(한양대 겸임교수)가 과학으로 풀어보는 ‘건축학개론’ 시간을 가졌다. 17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제14회 ‘톡톡! 과학콘서트’ 강사로 나서 ‘우리가 사는 곳의 비밀-공간 속 과학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건축의 기본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문학과 공학의 만남으로서, 또 과학과 철학이 융합된 공간으로서의 건축에 대해 설명했다. 

●제1강 건축?… 인문학-공학의 만남, 원리를 찾는 여정

“건축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대상입니다. 예술작품처럼 어려운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잘 알고 본다면 중요한 가치와 철학을 얻을 수 있답니다.”

건축을 뜻하는 ‘아키텍처(architecture)’란 단어는 원리(archi)와 기술(tecture)이 합쳐진 말이다. 어원으로 따진다면 건축은 ‘원리를 아는 삶’ 또는 ‘원리를 찾는 여정’으로 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의 3대 요소인 美(아름다움), 用(쓰기 편리함), 强(단단함)은 모두 과학과 밀접하다고 양 박사는 강조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생활관은 LED 조명기술에 힘입어 밤에 수천가지 색깔을 뽐내고, 풍선처럼 생긴 독일월드컵경기장은 수천가지 램프가 들어가 도시 조명탑 역할을 한다. 컴퓨터 를 이용한 설계시스템인 캐드(CAD)의 발달로 미적으로 훌륭하면서도 튼튼한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한층 더 쉬워졌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관점은 1차적 수준으로 겉으로 드러난 것 안에 있는 내용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제2강 어디에서 혹은 어디를 보느냐

“독일 국회의사당과 우리 국회의사당은 모두 돔 구조로 됐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볼 것이냐, 어디를 볼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국회의사당은 의회를 상징하는 돔 구조로 짓는다. 하지만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유리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공개했지만, 우리나라는 꽉 막힌 형태다. 베를린 국회의사당을 유리로 지은 이유는 베를린 시내를 조망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발 밑에서 회의하는 국회의원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데 있다. 

독일 국회의원은 ‘발 밑에서 열심히 일할 테니 베를린을 인들은 마음껏 보세요’라는 철학을 국회의사당에 담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밖에서 ‘저곳이 국회의사당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가치를 담지 않았다는 것. 

이는 자연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과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이다. 세느강은 강폭이나 깊이 면에서 한강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강변에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고 박물관 등을 배치해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강으로 만들었다. 

양 박사는 “수질은 노력하면 좋아지고 강폭이나 강 깊이만 따지면 한강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강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어디에서 보느냐, 어디를 보느냐’에 대한 철학의 차이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3강 무엇을 세울까? 아니면 채울까?

영국 런던의 ‘브릭레인’과 파주 ‘헤이리’는 ‘무엇을 세울 것인가? 무엇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를 보인다. 브릭레인은 런던 동부에 벽돌공장이 있던 자리에 예술인들이 들어오면서 세워진 공간이다. 반면 파주는 계획적으로 세워진 예술인 마을이다.

양 박사는 “둘 다 의미 있는 공간이지만 런던은 무엇을 채울지를 먼저 생각했고, 헤이리는 건물 먼저 세워놓자는 생각이었다”며 “'내용부터 생각할 것인가, 어떻게 세워놓고 볼 것인가는 굉장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레임이 아니라 컨텐츠가 중요하다”고 덧붙이며, 서울에 있는 문화와 가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발논리’만으로는 제대로 된 건축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행사는 국과위가 주최하는 ‘톡톡! 과학콘서트 과학기술, 미래를 말하다’의 일환으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주관했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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