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KISTI의 과학향기]

2013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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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어디 가서 머릿수로 밀리지 않는 나이다. 58년 개띠를 포함해 1955~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라 부른다. 약 90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은 우리나라의 주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이끌어왔다. 


50대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한국경제의 주름살도 늘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퇴직할 경우 생산과 소비 모든 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수명을 생각하면 중장년층 스스로도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지’ 고민이 깊어진다. 청년 세대의 극심한 실업난 못지않은 위기의 그림자가 그들에게도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저출산국가여서,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60세가 넘는 2027년경이 되면 노인인구 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까지 한다. 이 때가 되면 사회 전체에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 벌써부터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둥산을 단숨에 푸른 숲으로 변신시킨 우리나라 산림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있다. 1970년대에 국가 전체적으로 산에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드는 사업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당시 심었던 나무들은 2013년 현재 40년생 내외의 나이를 가지게 되는데, 실제로 우리나라 숲의 평균 나이도 30년 후반으로 이와 비슷하다. 1970년대 심은 나무들이 ‘포레스트붐 세대’ 정도 되는 셈이다.

2010년 산림기본통계에는 나무의 나이별로 차지하고 있는 면적에 대한 자료가 있는데, 30년생 이하가 31.7%이고 31년생 이상이 65.1%이다. 물론 이들 나무는 대부분 40년 미만이다. 숲도 사람들처럼 어린나무에 비해 어른나무가 많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노인나무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사람의 경우 청년이나 장년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과 달리 나무는 오래된 나무가 더 쓸모가 있다. 임업에서는 가슴높이의 나무줄기의 지름에 따라 숲의 이름을 붙이는데, 25cm 미만이면 어린나무 숲, 즉 ‘유령림’이라고 하고 26~40cm 미만이면 ‘장령림’이라고 한다. 40cm 이상이면 ‘노령림’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가 돼야 실제로 목재로 쓰기 좋은 상태가 된다. 

현재 우리 숲은 ‘장령림’ 정도여서 나라 전체에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도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면적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꾸준히 숲을 가꿔온 덕분에 앞으로 쓸만한 목재가 많아질 날이 가까워오고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숲 가꾸기’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나무 사이에 적당한 공간을 주는 솎아베기로 숲을 가꾼 산림과 그대로 둔 산림을 비교한 결과 그동안 자란 지름이 각각 7cm와 2.5cm로 3배 정도 차이가 났다. 아직 어린나무 숲이 많은 우리 산림에 숲 가꾸기를 한다면 지름을 더 빨리 키워 쓸모 있는 목재를 빨리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무에 가지치기를 해주는 숲 가꾸기 방식은 옹이가 없는 고급 목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비슷한 연령대가 밀집된 우리 숲이 가진 한계점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면 전체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슷하다. 우선 비슷한 크기의 나무가 붙어 있으면 산불에 취약한 숲이 되기 쉽다. 나무 크기가 비슷하므로 한번 옮겨 붙은 불이 확산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목재로 쓰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시기가 같아지면 숲이 꾸준한 상태로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린 나무가 적은 산에서 큰 나무를 베어버리면 산이 다시 벌건 맨몸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새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 나무와 중간 크기의 나무, 큰 나무가 골고루 함께 자라는 건강한 숲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발달한 숲은 다양한 나이와 종류를 가진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어린나무가 자라 성숙한 숲이 되면 나무의 활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일부 늙은 나무가 죽고, 이 자리에 어린나무가 자연스럽게 다시 자라 빈 공간을 다시 차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정한 공간에 다양한 나이를 가진 나무들이 섞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숲을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하려면 장령림 일부를 솎아 베어 우량목재로 기르는 동시에, 다른 나무들도 들어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 노령림이나 새롭게 만들어야 할 숲이 있다면 과감하게 벌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공간에 다시 어린 숲을 조성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전쟁 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아기들처럼 1970년대 치산녹화(治山綠化) 운동으로 우리 숲에도 어린나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나라를 풍요롭게 일군 것처럼 30년 넘게 자란 나무들은 우리 산을 푸르고 울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양쪽 모두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이 무너지는 바람에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사람들은 기형적인 인구구조와 빨리 다가올 노령사회에 대비해야 하고, 숲은 지속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는 그대로의 의미를 거뒀으니 이제 앞에 닥친 일을 현명하게 풀 차례다. 

베이비붐 세대도, 포레스트붐 나무들도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란 결말을 맺을 수 있길 바란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삼각팬티도 특허였다고?! 별난 발명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2011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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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또 오디션 열풍이구만! 매회 시청률이 10%를 훌쩍 넘는다던데? 우리는 뭐 색다른 거 없나?”

KHBS 제작팀의 분위기가 또 심상치 않다. 경쟁사들이 금요일 저녁에 방송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입을 다물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이때 천진난만하기로 소문난 허특 PD가 자신만만하게 기획안을 내놓는다. 제목은 <슈퍼특허, 위대한 탄생>이다.

“‘슈퍼특허, 위대한 탄생’? 이거 뭐야? 이젠 경쟁사 프로그램 이름까지 따라해? 허 PD 자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여기저기서 이럴 줄 알았다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오늘 허 PD 때문에 기획회의로 밤을 샐지도 모르겠다. 

“예, 국장님! 발명이나 특허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려고요. 프로그램 제목은 뭐 바꾸셔도 될 것 같고요. (긁적긁적) 여하튼 발명이야기 재미있습니다!”
“뭐가 재밌다는 거야?!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게 재밌지, 사람들이 고리타분한 발명을 알고나 싶어 하겠어?”
“아, 저는…. 그러니까 우리가 편하게 쓰고 있는 것도 특허 받은 제품이 많고, 또 특허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 이야기도 꽤 재미있어요.”

허 PD의 해맑은 표정에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김 국장도 두 손 들고 말았다. 우선 들어나 보자. 다른 뾰족한 대안도 없는 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발명이나 특허라고 하면 전화기나 전구의 발명처럼 굉장히 거창하고 유명한 이야기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먹는 아이스크림콘이나 도넛, 또 일회용 밴드, 삼각팬티, 옷핀(안전핀)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사용하는 것도 발명품입니다.
“그래? 아이스크림콘이나 도넛도 발명품이었어?”

“네. 원뿔형태의 아이스크림콘은 1903년 12월 13일에 이탈리아 사람인 마르치오니(Marchiony)가 특허권을 획득한 것인데요. 이 사람은 뉴욕으로 건너온 이민자였고, 수레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답니다. 처음에는 그릇에 담거나 종이에 둘둘 말아서 아이스크림을 줬는데 뒤처리가 힘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와플조각 같은 빵 과자로 아이스크림 아래를 감싸는 콘을 생각해 냈죠. 마르치오니는 아이스크림콘에 대해서 곧바로 전매특허를 내고 아이스크림 세계에 새 역사를 열었던 거예요. 어때요? 다들 잘 모르셨죠?”

이이스크림콘처럼 간단한 것에 특허가 있을 줄은 잘 몰랐다. 하지만 특별한 사례 하나만 가지고 방송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김 국장은 다른 것은 없냐고 허 PD를 보챘다.

“물론 있죠! 삼각팬티와 일회용 밴드, 옷핀이 발명된 이야기들은 좀 감동적이에요. 우선 삼각팬티는 1951년 일본에서 특허출원 됐어요. 발명자는 놀랍게도 손자를 돌보던 사쿠라이 여사였어요.
“할머니가 삼각팬티를 발명을 했다고? 왜?”

“사쿠라이 여사는 늘 손자를 돌보고 있었는데요. 무더운 여름날 손자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속옷을 입고 있는 걸 본 거예요. 당시에는 속옷이 반바지에 가까웠기 때문에 겉옷 입기에도 불편하고 더운 여름에는 특히 더 불편했다고 해요. 손자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사쿠라이 여사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죠!”
“그게 뭔데?”
“속옷은 단지 가리기만 하면 된다.”

풉!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 굴할 허 PD가 아니었다.

사쿠라이 여사는 데드론이라는 천으로 만든 헌 자루를 싹둑 잘라 다리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만 내고 꿰매서 삼각팬티를 만들었어요. 가볍고 편리한 훌륭한 속옷이 탄생한 거죠. 사쿠라이 여사는 이 팬티의 특허를 받았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삼각팬티로 갈아입었어요. 손자에 대한 사랑이 대히트를 친 거예요!”
“정말 대박특허가 됐겠구만. 아이디어는 작은 거였지만 말이야.”

일회용 밴드는 아내에 대한 사랑 덕분에 탄생한 거였어요.
“아내에 대한 사랑?”

“네, 1920년대 미국에 얼 딕슨(Earle Dickson)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요. 딕슨의 아내는 유난히 요리에 서툴러서 손을 많이 다쳤다고 합니다. 딕슨이 그때마다 붕대와 반창고를 가져와서 한바탕 소동을 피웠죠. 하지만 자신이 없을 때 아내가 다칠까봐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혼자서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반창고를 만들기로 했답니다. 아내의 손에 붕대와 반창고를 붙였던 경험을 살려서 치료용 테이프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그 안에 거즈를 작게 접어 가운데 부분에다 붙였습니다. 그런데 치료용 테이프가 너무 끈적끈적해서 오래 보관하기도 힘들고 깨끗이 떨어지지도 않았죠.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오랫동안 수소문한 끝에 나일론과 비슷한 종류의 직물인 크리놀린을 찾아냈습니다. 표면이 매끄러워 테이프가 깨끗이 떨어지고, 빳빳해서 보관하기도 좋았어요. 결국 이 아이디어는 당시 딕슨이 다니던 회사인 존슨앤존슨에서 상품화하게 됐어요. ‘밴드에이드(Band-Aid)’라는 이름으로요.
“허허. 그거 참 대단한 아내 사랑이구만.”

“에이, 그 정도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특허권으로 벌 돈보다 애인을 선택한 ‘로맨스 발명’도 있는 걸요!”
“특허권과 애인을 바꾸다니? 대체 어떤 발명품인가?”
“바로 옷핀이에요. 1840년 12월 영국에 월터 헌트(Walter Hunt)라는 청년이 옷핀을 발명한 사람인데요. 그는 헤스타라는 아가씨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해요. 헌트는 헤스타의 아버지에게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찾아갔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가난한 자에게 딸을 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헌트는 물러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두뇌가 있다’고 했어요. 그러자 헤스타의 아버지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제안? 발명품 만들라는 건가?”
“아뇨. 10일 안에 1000 달러를 벌어 오라는 거였어요. 헌트는 그러겠다고 했지만 눈앞이 막막했죠. 밤새 궁리해도 특별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진 손재주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살을 찌르지 않는 안전한 핀’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갑자기 웬 안전한 핀인가?”
“당시 미국인들은 부활절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바늘 핀으로 리본을 꽂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바늘 핀은 리본을 단단하게 고정시키지도 못하고, 찔릴 위험도 있었어요. 헌트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철사와 펜치를 가지고 씨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9일째 되던 날 헌트는 안전핀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는 헤스타의 손을 잡고 특허출원을 마치고 리본가게로 안전핀을 팔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1000 달러를 받고 특허를 팔았죠.”

“저런…. 안전핀 특허를 그냥 가지고 있었으면 훨씬 부자가 됐을텐데!”
“헌트에겐 특허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중요했던 거죠. 결국 두 사람은 약속대로 결혼했고 안전핀을 사들인 리본가게 주인도 백만장자가 됐다고 해요.”

허 PD가 말을 마치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곧 박수가 나왔다. 발명과 특허 뒤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 몰랐던 것이다.

“허 PD, 재밌게 잘 들었네. 결국 ‘필요’가 아니라 ‘사랑’이 발명의 어머니였군. 이런 이야기를 잘 소개할 수 있는 포맷은 없을까? 그거 고민해서 가져와. 그러면 설날 특집으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자네도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 발명해야 할 거 아닌가? 허허허.”
“와! 정말요? 국장님, 감사합니다!!!!”

눈치 없기로 유명한 허 PD가 도움이 되는 날도 다 있다. 김 국장은 회의를 끝내고 돌아가면서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이 발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는 그대는 모두 발명가가 아닌가 말이다. 기특한 허특 PD 덕분에 사람들이 ‘자기만의 발명’을 꿈꾸게 되면 좋겠다. 퇴근하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1. 사랑해,태진 2013.07.23 21:10 신고

    삼각팬티와 일회용 밴드, 옷핀도 특허 상품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특허 역시 사랑에서 싹튼답니닷 ^^

“난 내 머리 무게가 궁금해~.”

머리 큰 걸로 유명한 개그맨, 컬투 김태균이 자신의 머리를 체중계에 올렸다. 7.8kg! 앞서 머리 무게를 쟀던 정찬우보다 0.8kg이 더 나갔다. 보통 사람들의 머리 무게가 4kg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2011년 6월 13일에 방송된 SBS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이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장면을 보다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머리 크기가 지능과 상관이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컬투의 입담과 재치도 혹시 남들보다 크고 무거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원시 인류에 비해 현생 인류의 평균 뇌 용량은 2~3배 커졌기 때문이다. 400만년 전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량은 380~450cc인데, 이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의 뇌 용량은 530~800cc로 커졌다. 완전히 직립 보행한 호모 에렉투스의 뇌 용량은 900~1,100cc이고 20만년~5만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은 1,300~1,600cc였다.

19세기 미국의 자연인류학자 사무엘 조지 모턴(Samuel George Morton)은 아예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이 좋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모은 인종별 두개골 약 1,000개의 크기를 쟀다. 그는 작은 겨자씨를 두개골에 가득 채운 다음 그것을 실린더에 부어 부피를 측정했다. 하지만 겨자씨의 크기가 모두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지름 0.125인치의 납으로 된 탄환으로 부피를 쟀다.

모턴의 연구 결과 두개골 크기는 백인이 가장 크고 흑인이 가장 작았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두 인종의 중간이었다. 모턴은 이를 이용해 ‘뇌가 큰 백인종이 지능도 가장 높다’라는 주장을 폈다. 물론 그의 연구결과는 과학적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았고 과학자의 주관이 연구에 개입된 사례로 남겨졌다.

하지만 2011년 6월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린 논문은 모턴의 연구를 옹호하고 나섰다. 적어도 모턴이 연구결과를 조작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이 모턴이 사용한 두개골을 다시 측정한 결과 모턴의 측량이 대부분 정확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도 높다’는 주장까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 뇌 용량보다 중요한 건 ‘대뇌피질’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보다 작았다고 알려졌다. 또 프랑스의 문학비평가인 아나톨 프랑스의 뇌 용량은 1,000cc인데 비해 영국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뇌 용량은 2,230cc였다. 두 사람은 모두 문학 천재로 불리지만 두개골 용량이 현저히 다른 것이다. 또 2004년 10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난쟁이 인간’의 화석도 뇌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는 생각에 반론을 제기한다.

키가 1m로 작은 이 화석에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생존했던 시기는 2만 5,000여년 전으로 추정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살던 시기와 겹친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의 두개골이 무척 작다는 점이다. 두개골 크기로 짐작한 뇌 용량은 400cc 정도. 하지만 주변에 정교한 화살촉과 돌칼이 함께 발견돼 지능은 호모 사피엔스 수준으로 똑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능과 관계있는 것은 무엇일까.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대뇌피질’에 주목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의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인데 화석의 주인공은 이 부분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측두엽(대뇌피질 옆부분)’이 크고 학습과 판단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대뇌피질 앞부분)’이 많이 접혀있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뇌는 침팬지의 뇌와 비슷한 용량이지만 지능은 훨씬 발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대뇌피질 두께와 지능지수(IQ)에 관한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가 어린이 307명을 대상으로 대뇌피질의 발달 과정을 조사했다.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높은 아이들은 7살 정도까지 대뇌피질이 매우 얇았고 12살이 되면서 급속도로 두꺼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능지수가 평균 정도인 아이들은 처음부터 대뇌피질이 두꺼운 편이었다. 얇은 대뇌피질이 두꺼워지는 과정에서 지능지수가 점차 발달한다는 이야기다.

● 인간의 뇌는 작아지는 중…효율의 논리

최근에는 인간의 뇌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자주 나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진화 전문가인 마르타 라르 박사팀은 인류의 체구와 뇌 크기가 선사시대보다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2011년 6월 영국 왕립협회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만년 전 80∼85kg이었던 인간의 몸무게가 현재 평균 70∼79kg으로 줄었고 두뇌 용량도 크로마뇽인은 1,500cc였지만 현대인은 1,350cc로 작아졌다. 150cc정도 줄어든 두뇌 용량, 혹시 인류의 뇌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르 박사는 이 의문에 대해 ‘뇌 크기가 줄어드는 것도 진화의 일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답한다. 인간의 뇌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분업화되면서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는 활동이 줄었다는 게 현재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인류의 진화에서 체형이 직립에 적합하게 바뀌고 뇌 용량이 커진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결국 뇌 용량이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뇌 크기만으로 지능을 얘기할 수는 없다. 뇌 크기가 지능이나 뇌의 복잡성과 비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사람의 뇌 크기와 지능의 관계를 속 시원히 밝힌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뇌 크기가 지능과 비례한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오랜 세월 동안 멋진 문명을 이룬 인류의 지능이 단순히 뇌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도 사실 이상하지 않은가.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1. 모르세 2011.07.14 00:48 신고

    잘보고 갑니다.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1973년 경주 황남대총 남분 무덤 발굴 조사가 한창인 어느 날, 고고학자는 금동의 맞새김판 아래에 영롱한 빛을 드러내는 하나의 유물에 매료돼 그 손길을 멈추고 말았다. 이 유물은 신라왕의 부장품인 말안장 가리개로 1,600년 만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영롱한 빛의 정체는 다름 아닌 비단벌레의 날개였다.

비단벌레 날개는 신라시대 왕릉급 무덤인 황남대총, 금관총과 같은 큰 무덤에서 출토된 말안장 가리개, 발걸이, 허리띠꾸미개 등의 유물에서도 발견됐다. 이러한 유물들은 신라시대 최상위의 계층만이 사용한 장식품이다. 왕실은 왜 이토록 비단벌레를 사랑했을까? 그 이유는 황금빛의 금동판과 비단벌레 특유의 색이 화려하게 서로 어울리는 최상의 공예품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단벌레는 왕실의 곤충으로 불렸다.

비단벌레는 딱정벌레목 비단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우리나라에는 해남, 완도 등 남부 해안에서 일부 서식하고 있다. 개체수가 적어 멸종위기 곤충으로 분류되며 역사적, 문화재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문화재청에서 2008년에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했다.

비단벌레 날개는 초록빛으로 화려한 광택이 난다. 어떻게 이런 빛깔이 가능한 것일까? 비단벌레 날개의 성분은 키틴(chitin)과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키틴은 아미노당으로 이루어진 다당류로 딱정벌레, 새우, 게 등 절지동물의 딱딱한 피부나 껍데기의 골격을 만드는 성분이다.


비단벌레 박제품. 사진 제공 : 국립경주박물관

비단벌레 날개는 15~30개 사슬의 키틴 구조체를 중심축으로 6개의 단백질분자가 나선 공유결합을 형성해 박막을 이루고 있다. 이 박막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유지하면서 층층이 쌓여있는 적층구조를 형성한다. 이와 같이
키틴과 단백질이 이루는 키틴나선 적층 구조가 비단벌레 날개 특유의 탄력과 강인함을 갖게 한다.

비단벌레 표피층에는 구리, 철, 마그네슘 등의 금속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들은 적층구조와 잘 어울려 빛을 받으면 반사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낸다. 대총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날개의 색깔은 녹색의 금속성 광택을 띠며 중간 부분에 붉은색 줄무늬가 있다.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빛이 없고 습도가 높은 무덤 안에서 금속은 산화되고 유기물은 미생물에 의한 분해로 열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그러나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와 발걸이, 말띠꾸미개는 색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벌레 날개는 표면층의 금속이온이 산소와 만나고 빛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건조한 상태가 되면 검게 변한다. 때문에 발굴 후 바로 고순도의 글리세린(glycerin) 용액에 넣어 빛을 차단시키고 항온항습(온도 섭씨 10도 이하, 습도 50%) 보관장에 보관, 관리 있다. 글리세린은 공기를 차단하고 비단벌레 표면에 밀착해 보습을 유지시켜 주어 건조함이나 미생물에 의한 분해를 막아준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2010년 12월 ‘황남대총-신라왕, 왕비와 함께 잠들다’ 특별전을 개최할 때는 까다로운 비단벌레의 보존 특성 상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유물 보호를 위해 36년 만에 처음으로 글리세린 용액에 담겨 있는 상태 그대로 선보였으며 강한 빛을 피하기 위해 조도를 80럭스 이하로 낮추고 단 3일 동안만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80럭스 이하의 조도는 국제박물관협회에서 정한 국제 규격으로, 전시 품목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일반적인 실내조명은 500~700럭스 정도다.

왼쪽 위는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말안장 가리개와 발걸이의 모습, 왼쪽 아래에는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 가리개, 발걸이, 말띠 꾸미개 복원품이다. 사진 : 국립경주박물관

황남대총 비단벌레 날개 장식은 현재까지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문화재다. 지난 특별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된 후 다시 보관장으로 옮겨졌다. 대신 국립경주박물관은 복원품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은 화학약품처리법과 진공동결건조처리방법 등 다양한 처리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화학약품처리법은 폴리에틸렌글리콜 등 보존처리에 많이 사용하는 화학약품을 유물에 침투시켜 보존처리하는 방법이다. 진공동결건조처리방법은 고체에서 기체가 되는 승화원리를 이용해 진공상태에서 유물을 섭씨 영하 40도로 냉동하고 건조시켜 유물을 보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보존방법도 비단벌레 날개를 완벽하게 보호하지는 못한다. 비단벌레 날개의 변색 원인은 복합적이라 아직까지 확실한 보존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필자를 비롯한 국립경주박물관 보존과학팀은 정확한 변색 원인을 밝히고 확실한 보존법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진품을 다시 선보이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신용비 국립경주박물관 보존과학팀
  1. 새끼늑대 2011.06.24 11:51

    역사를 지키고 보존하시는데 노고가 많으십니다.

    작년 경주 박물관에서 본 비단벌레+황금 장식품들이 이런 연유로 탄생한 것이군요.

    경주가 또 가고싶네요.



“악, 사람 살려!! 이 언니가 날 죽이려고 해요!!”
주사실에서 들려오는 태연의 절규에 병원 전체가 풀썩풀썩 요동을 친다. 겨우 해열 주사 한 대 맞으면서 간호사에게 살인치사 혐의까지 들이대는 태연이다.

“태연아, 조금만 참자. 앞으로 1~2년쯤 후면 주사를 놓는데 1/10초 밖에 걸리지 않아서 주사를 놓는지 안 놓는지도 모를 정도로 고통이 없는 무통주사가 개발될 예정이니까 말이야.”

“지, 진짜요? 와~~ 끝내준다. (잠시 생각) 뭐야!! 결론은 지금 없다는 얘기잖아. 그런즉슨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음보다 끔찍한 주사를 맞아야한다는 거고. 난 용납할 수 없어요. 약을 달라고, 약을!”

“내가 살다 살다 열이 40도가 넘는데도 너처럼 괴력을 발휘하는 애는 처음 본다. 그러지 말고 태연아, 주사 딱 한 번만 맞자. 엉? 1분이라도 빨리 열을 내리지 않으면 쇼크가 올지도 모른단 말이야. 약을 먹으면 소화기관과 간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약 성분이 혈관에 도착하기 때문에 빠른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주사는 혈관에 직접 주사되는 거라서 열을 금방 떨어뜨릴 수 있다고. 그러니까….”

태연, 아빠의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발을 동동 구르며 억지를 쓴다. 두 명의 간호사가 달려들어도 헐크처럼 밀쳐낼 뿐이다.
“어쨌거나 주사는 안 돼!! 주사 고통으로 인한 쇼크로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에욧!”

“물론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이 주사만 있는 건 아냐. 약물을 목표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반대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기술을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라고 해. 이러한 기술에는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단다. 가장 쉬운 게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거고 붙이는 파스, 좌약, 흡입하는 약 등도 있지. 특히 에어로졸(액체나 미세한 가루 약품을 가스의 압력으로 뿜어내 사용하는 약품)을 흡입하면 침투성이 매우 뛰어난 뺨 안쪽 조직을 통해 직접 약물이 흡수되기 때문에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어.”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에어로졸을 안 뿌리고 주사를 놓냐고요!”

“지금 당장은 없으니까 그러지!”

갑자기 태연은 바람난 고무풍선처럼 기운이 쑥 빠져버린다. 급기야 점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축 늘어지기 시작한다. 이때를 놓칠세라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는다. 태연도 별 저항 없이 주사를 맞고는 잠에 빠져든다.

“휴…, 간호사 생활 5일 만에 가장 힘이 센 환자였어요. 그나저나 태연 아버지는 참으로 박학다식하시네요. 멋지세요. 호호호. 전 똑똑한 남자를 좋아하거든요.”

아빠는 신참 간호사의 노골적인 호감표현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결국 아빠의 지식자랑놀이에 불이 붙는다.

“뭐, 무식한 편은 아니죠. 하하하! 아까 어디까지 들으셨더라? 약물전달시스템에 대해 얘기했었죠 아마? 요즘엔 최첨단 시스템도 여럿 개발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자성 나노캡슐’ 같은 겁니다. 이게 뭣이냐 하면 암 덩어리 주변에 자기장을 걸고 항암제를 자성을 지닌 나노캡슐에 넣은 다음 인체에 주입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기장 때문에 캡슐이 암세포 주변에 모이겠죠? 이때 항암제를 집중적으로 쏘아대도록 하는 방법이에요. 간호사시니까 잘 아시겠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까지 죽여서 부작용이 컸잖아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그런 문제를 크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어머 어머, 정말 똑똑하시다~~.”

“뭐, 이 정도를 가지고. 쿠할할할! 가장 최근의 약물전달시스템들을 보면 이런 것도 있어요. 약물이 들어간 나노캡슐에다 전기 자극에 따라 기공이 열리고 닫히는 ‘스마트 고분자’인 폴리피롤을 붙이는 거예요. 그 다음 인체에 주입시키면 원할 때마다 전기 자극을 줘서 캡슐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거든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정확히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동안만 약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한 거죠. 몸 밖에서 리모콘으로 나노캡슐을 조절할 수도 있어서 아주 편리하답니다.”

“와, 대단하다. 그리고 또요?”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뇌혈관은 혈뇌장벽이라는 특수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 장벽은 대사와 관련된 물질은 통과시키고 그 밖의 물질은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때문에 뇌로 약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큰 장애물이었지요.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레이저빔을 1,000분의 1초 동안 뇌혈관 벽에 쏘아서 장벽의 차단기능을 일시적으로 막고 그 틈에 약물을 쏙 집어넣는 기술을 개발했답니다.”

딱, 여기까지였다. 간호사의 향학열이 즐거울 수 있었던 건…. 그러나 이후로도 아빠의 지식자랑놀이는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고 갓 졸업한 신참 간호사의 얼굴은 잘 띄운 메주처럼 변해갔다. 잠든 줄 알았던 태연이 어느샌가 일어나 간호사의 참담한 얼굴빛을 즐기고 있다.

“흥, 언니. 내 엉덩이에 무지막지한 주사바늘을 꽂더니만 아주 깨소금 맛이에요.”

“태, 태연아. 정말 미안하구나. 나의 잘못된 칭찬 한 마디가 이토록 참담한 결과를 낳을 줄은 내 미처 몰랐단다. 이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이니?”

“딱 하나 있어요. 아빠한테도 주사바늘을 꽂으세요. 주사를 죽음과 동격으로 여기는 공포증은 아빠로부터 유전된 거니까요.”

태연의 대답 직후 간호사는 빛의 속도로 태연 아버지의 팔뚝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영양제 주사바늘을 꽂는다. 그리고 들려온 아빠의 절규.

“악!!!”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우리나라처럼 음악과 노래를 즐기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거리나 지하철에는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노래방이 새로운 여가문화 장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느끼는 인체의 오감(五感) 가운데, 소리에서 비롯되는 음악이나 노래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다채롭게 분화된 문화는 없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사실 소리는 인체의 다른 감각기관과 달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인기가수는 확실하고 뚜렷한 경제적 수익을 올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인기가수의 노래는 소리의 측면에서 보통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언젠가 방송국의 의뢰를 받아 트로트 가수 이미자 씨의 목소리를 분석한 적이 있다.

이미자 씨는 얼굴에 비해 입이 큰 편이다. 속설에 따르면 입이 큰 사람이 노래를 잘한다고 하는데 이 말은 대체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입이 크다는 것은 입 안의 공간이 넓다는 것으로, 이는 소리가 커다란 울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입이 크다고 해서 모두 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목소리 자체를 만들어내는 성대와 발성능력이다.

음성분석기에 나타난 그녀의 목소리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와 달리 톤이 명료하고 배음의 울림이 악기음 같았다. 배음이란 진동체가 내는 여러 가지 소리 중 원래 소리보다 많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를 말한다. 흔히 소리가 갈라지기 쉬운 고음에서도 음정의 대역 차이가 또렷했고 음정의 높낮이 변화가 3옥타브(8배 음폭) 동안 안정적이었다.

특히 이미자 씨의 목소리에는 저음에서 중음을 거쳐 고음 영역에 이르기까지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구구절절 애절한 느낌이 더해졌다. 결과적으로 이미자 씨는 천부적으로 매끄럽고 정교한 성대를 갖고 태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조물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빼어난 악기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유의 3단 고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어떨까. 아이유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가창력과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새로운 국민여동생으로 급부상했다. 그녀의 특기는 팬들 사이에서 ‘3단 고음’으로 불리는 고음처리다. 그녀의 3단 고음을 바로 분석해 발표하고 싶었으나 급상승한 인기를 피해서 수개월 후에 그 분석결과를 학술논문지에 발표했다.(견두헌, 배명진 “아이유의 고음 발성 특성 분석”, 한국음향학회, 2011년 춘계학술대회 학술발표논문지 5월 12일)

아이유는 길고 미끈한 목과 큰 입속에서 울리는 고음이 아주 자연스럽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소리의 근원은 바로 폐활량에 있다. 소리는 폐에 공기를 모으면서 시작하고 성대의 떨림을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기본음을 만들게 된다. 기본음의 음 높이는 성대가 1초에 몇 번 열리면서 공기가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고음 톤일수록 빠져나가는 공기가 많아져서 긴 시간동안 소리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아이유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고음 톤이면서도 소리의 지속시간이 길다. 폐활량이 아주 큰 편인 것이다.

가창력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고음발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하느냐에 달렸다. 보통 일반인들도 가성을 통해 특정고음을 낼 수 있지만 길게 지속하거나 안정된 음정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이유의 고음발성은 한번에 3단계 변음을 하면서도 음높이의 안정도가 95%이상이다. 게다가 그 상태로 8초 이상을 지속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것은 발성음정의 안정도가 기계적인 정확도에 근접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유는 3단 고음을 낸 다음에 바로 정상적인 목소리 톤으로 돌아온다. 즉 평소에 노래 음정이 300헤르츠(Hz) 대에 머무르는데 500~700Hz 대역의 메조소프라노 3단 음정을 길게 지속하다가 금방 자신의 목소리 톤으로 복귀한다. 이 사실은 그 노래의 음정을 잡는 청감특성이 아주 탁월하다는 의미이다.

아이유 3단 고음의 발성특성을 학술논문에 발표하자 그 파급성은 대단했다. 주요 인터넷 뉴스에 메인뉴스로 다루어졌고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로 탑10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자 KBS ‘스펀지 ZERO’에 재미있는 제보가 올라왔다. ‘아이유의 좋은 날을 저속으로 재생하면 (현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현빈과 아이유가 서로 비슷한 음정을 가졌다는 것은 두 사람의 발성기관이 유사하다는 의미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현빈은 입대하기 전 인기절정의 드라마 주인공으로 연기하면서 그 주제가도 부를 만큼 노래실력도 뛰어나다. 실험 결과 아이유의 목소리를 저음화하면 현빈의 목소리로 들린다는 놀라운 일이 사실로 확인됐다.


아이유의 ‘좋은 날’을 저속화하면서 현빈의 노래와 스펙트럼 비교를 통해 유사도를 측정했다. 78%로 속도를 늦췄을 때 두 노래의 스펙트럼은 92% 정도로 유사했다. 일반적으로 두 노래의 스펙트럼 유사도가 90%를 넘으면 동일한 가수가 부른 노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노래가 서로 비슷한 음정을 가졌다는 것은 두 사람의 발성기관이 유사하다는 의미다. 현빈과 아이유의 명함판 사진을 같은 크기로 좌우 배열해 목 길이와 입, 코의 길이 등을 비교해봤다. 그러자 눈 이하의 얼굴 형태와 발성기관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내친김에 노래 발성기관인 목의 길이를 비교해 봤다. 한국 사람들의 목구멍 길이는 신장에 비례해 나타낼 수 있다. 남자는 신장의 10%가 목구멍 발성의 길이를 나타내고 여자는 자신의 키에 9%가 된다. 공식적으로 현빈의 키는 184cm이고 아이유는 162cm이므로 목구멍 길이 비율을 측정해보면 두 사람의 음관비율은 79%가 된다. 따라서 그 비율만큼 저음화하면 아이유의 발성이 현빈의 목소리로 바뀐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발성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
 
“너는… 입, 입양됐다.”

이 말을 들은 쿵푸팬더 ‘포’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입양이라니! 충격을 감출 수 없는 포의 얼굴.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은 ‘빵’ 터졌다. 당연한 사실을 믿고 있는 포와 거위 아빠의 오버액션 덕분이다. 하지만 입양 사실에 놀란 포는 상심에 빠졌다. 그리고 친부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2011년 5월 말 개봉한 ‘쿵푸팬더2’는 쿵푸를 지키고,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포의 이야기를 그렸다. 거위를 친아빠로 알았던 포. 그가 만약 유전자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DNA는 생물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다.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염기로 구성된 이 물질에는 각 생물의 설계도가 담겨있다. 이것만 있으면 생물의 겉모습이나 전체가 없어도 원래 주인이 어떤 생물인지 알 수 있는 셈이다. 동물의 털이나 살점처럼 아주 작은 부분만 있어도 DNA를 추출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만든 ‘DNA 바코드’가 유전자 신분증이다.

쿵푸팬더 포와 같은 자이언트판다의 경우 이미 중국에서 만든 유전자 신분증이 있다. 저쟝대학 생명과학원에서 완성한 이 유전자 신분증에는 가족번호와 가족명칭, 성별, 나이, 유전자신분증 번호, 부모이름 등 비교적 자세한 정보가 기록돼 있다. 1996년과 1997년 자이언트판다의 배설물에서 DNA조직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 개발한 결과다. 만약 포가 자신의 털 하나를 뽑아들고 연구소를 찾았다면 자신의 정체와 부모까지 상세히 알 수 있었을지 모른다.

DNA 바코드 분석 과정. 사진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다른 생물도 판다처럼 자신의 고유한 DNA 바코드를 가질 수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이미 2005년부터 생물종의 DNA 바코드를 만드는 ‘DNA 생물 바코드 프로젝트(Barcode of Life)’를 시작했다. 포처럼 ‘나는 누구인가’하는 의문을 가지는 생물에게 정체성을 찾아주려는 것이다.

지구의 모든 생물은 종마다 다른 DNA 염기서열을 가진다. 이 차이를 구분하고 분류하면 겉모습이나 세포 조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여러 생물 종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희귀생물을 보존하고, 품종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할 수 있다. 생물자원의 관리와 유통에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생물 바코드 컨소시엄(CBOL)’은 세계 45개국 150여개 연구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학교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수목원 등 5곳이 참여하고 있다.

구렁이(Elaphe schrenckii, 왼쪽)와 DNA 바코드 증폭 확인을 위한 전기영동사진(오른쪽). 사진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의 일부분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면 나오는 고유한 코드가 나온다. 이를 사진과 설명, 과학적 정보와 연결시키는 게 DNA 바코드의 핵심이다. 이를 이용하면 범죄수사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립생물자원관은 DNA 바코드를 사건해결에 사용했다. 2011년 3월에는 멸종위기의 구렁이(Elaphe schrenckii)를 몰래 수입하려던 밀수업자가 붙잡혔다. 밀수업자는 구렁이 수백만 마리를 다른 뱀과 섞어 수입하려다 경찰에 잡혔고, 구렁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생물자원관의 DNA 바코드 분석결과 구렁이로 최종 확인돼 사건이 해결된 것이다.

2010년에는 국내로 몰래 들어온 호랑이 가죽이 가짜임이 밝혀졌다. 가죽의 일부를 이용해 DNA 바코드를 분석하자 호랑이가 아니라 개(Canis lupus familiaris)라는 결과가 나왔다. 밀수범은 가짜 호랑이 가죽을 들여 비싼 값에 팔고 있었던 것이다. 2009년에는 꿀벌 농가에 피해를 준 짐승을 알아내기도 했다. 현장에 남겨진 몇 가닥의 털에서 DNA를 추출, 분석한 결과 농장을 습격한 동물이 반달가슴곰(Ursus thibetanus thibetanus)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보조작이 불가능한 DNA 바코드를 이용하면 멸종위기의 생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는 생물의 종을 보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또 DNA 바코드로 어떤 생물이 어디에 사는지 파악하게 되면 생태계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이는 더 다양한 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짜 호랑이 가죽(a)과 DNA 바코드 분석에 쓰인 분석용 시료(b)(c)(d)(e)의 모습. 사진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마침 국립생물자원관은 2011년 4월 말부터 야생생물의 DNA 바코드 확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1년 주요 생물자원 200종에 대한 DNA를 확보하고 2015년까지 5,000여종의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대한 DNA 바코드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태계 연구와 생물의 산업적 활용에 도움이 되려는 것이다.

‘쿵푸팬더2’에서처럼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생물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사는 생물 대부분이 이름도 모른 채 살다가 멸종되는 건 슬픈 일이다. DNA 바코드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5,000만종 이상의 생물에게 정체성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170만종, 이름조차 모르는 4,830만종 이상의 생물이 ‘이 땅에서 멋지게 살았노라’는 증명이 되도록 말이다.

결국 유전자 신분증(DNA 바코드)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1. †마법루시퍼† 2011.06.09 21:58 신고

    잼있게 봤습니다.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너무 날씬하면 더 일찍 죽는다?

[KISTI의 과학향기]

2011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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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키가 163cm인 사람 다섯이 있다. 이들의 몸무게는 각각 46kg, 54kg, 65kg, 70kg, 75kg이다. 이중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또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이 54kg이나 46kg인 사람이 가장 오래 살고, 75kg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대답할 것이다. 약간 마른 몸이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때 마른 몸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 Body Mass Index)’다. 

BMI지수는 몸무게(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서 얻은 값이다. 이는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와 대한비만학회에서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 왔다. BMI지수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경도 비만, 30 이상은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BMI지수가 23만 돼도 주의해야 하고, 25를 넘으면 각종 질환 및 사망 위험이 1.5~2배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BMI 지수를 조사한 결과는 조금 달랐다. BMI지수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았던 것이다. 이는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사람부터 비만에 속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범위다. 기존의 BMI지수 기준으로 봤을 때 약간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셈이다. 

비만으로 분류된 사람의 사망 확률이 높다는 보고는 주로 유럽인과 미국인을 연구한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서양인과 체질이 다르다. 따라서 서양에서 개발한 BMI지수 기준을 한국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로도 아시아인에게 맞는 BMI지수 판단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강대희, 박수경 교수가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Asia Cohort Consortium)’을 꾸렸다. 이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7개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대상은 한국인 2만 명을 포함해 114만 명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동아시아인의 BMI지수와 사망위험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인의 BMI 지수-사망위험도
연구 결과 동아시아인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구간은 BMI지수가 25.1~27.5일 때였다. BMI지수 기준치로 본다면 경도비만 구간이다.심지어 정상 체중에서 사망위험도는 경도 비만보다 높았다. 비만에 해당하는 BMI지수를 가졌다고 해도 사망위험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BMI지수가 35 이상인 초고도 비만일 경우의 사망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5배 정도 높았다. 초고도 비만일 경우 사망 위험이 2배가 넘을 수 있다는 경고와는 다르다. 이는 그동안 비만과 사망위험을 분석할 때 인종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인들은 비만한데도 사망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극심한 저체중’이다. BMI지수가 15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에 경우는 BMI지수 22.6~25.0인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8배나 높았다.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사망위험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키가 163cm인 사람의 몸무게가 63~73kg일 때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다. 앞에 소개한 5명 중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이는 몸무게가 70kg(BMI지수:26.35)인 사람과 65kg(BMI지수:24.46)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뒤를 몸무게 75kg(BMI지수:28.23)과 54kg(BMI지수:20.32), 46kg(BMI지수:17.31)인 사람이 따른다. 

키가 163cm이고,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은 약간 뚱뚱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BMI지수도 25를 넘어 비만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망위험도는 다른 몸무게보다 낮았다. 우리가 너무 과도한 살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비만이 당뇨병이나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같은 서구형 암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만에 대한 논의가 상업적 측면과 연결되면서 인종별 특성을 고려한 연구 없이 비만기준이 정리된 측면이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분야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소개됐다. 아시아인의 BMI지수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이번 결과를 활용하면 BMI지수로 한국인의 비만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 ‘한국형 BMI지수 기준’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 날이 오면 우리에게 꼭 맞는 지침을 갖고 똑똑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도움=유근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예방의학교실 교수

“어서 오세요, 손님! 주문하시겠습니까?”
“…….”

패스트푸드점 직원이 명랑한 목소리로 손님을 맞았다. 하지만 메뉴판 앞에 선 여자는 말이 없다. 한참 뜸을 들인 여자는 입 대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화였다.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주문은 오랫동안 진행됐다. 청각장애인이었던 여자는 햄버거 주문마저도 이렇게 버겁게 끝냈다.

2000년 미국, 우연히 이런 장면을 보게 된 사람이 있다. 당시 17세의 고등학생이었던 라이언 패터슨(Ryan Patterson)이다. 청각장애인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누구나 수화를 읽을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라이언이 만든 기계는 골프장갑에 여러 센서가 붙은 ‘사인 변환기(sign translator)’다. 장갑에 붙어 있는 센서가 손가락을 구부리는 동작을 잡아낸다. 이 신호를 컴퓨터로 옮기면 알파벳으로 해석해서 모니터에 표시하게 된다. 장갑을 끼고 손동작을 하면 모니터에 글자가 써져서 하고 싶은 말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최초의 ‘수화번역장갑’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1년에는 인텔 ISEF(Intel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에서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이 됐다. 이후 여러 연구팀에서 조금씩 발전한 ‘말하는 장갑’을 내놓고 있다.

2003년에 선보인 ‘액셀러글러브(AcceleGlove)’는 장갑을 끼고 한 손동작을 말소리로 바꾸기까지 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연구원인 호세 에르난데스 레볼라의 작품이다. 액셀러글러브는 장갑 표면에 소형 컴퓨터칩이 있고, 팔과 손에 연결할 수 있는 장치로 구성돼 있다. 수화 동작을 하면 팔과 손에 연결된 장치가 이것을 해석한다. 이 정보는 장갑에 있는 컴퓨터칩으로 전달돼 한 차례 변환을 거친 뒤 스피커로 나오는 것이다. 그야말로 ‘말하는 장갑’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수화번역기’도 있다. 2004년 KAIST에 다니던 강효진 씨가 특허출원한 기계다. 이 기계는 기존에 장갑을 이용하던 방식의 단점을 보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상대방의 말도 문자로 변환해서 보여주므로 소통하기 한결 쉽다.

기존 장갑 모양의 수화번역장치에는 손 전체를 감쌀 수 있는 장갑에 모니터 같은 디스플레이가 연결된 선이 있어 크고 무겁다. 이 때문에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다니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청각장애인의 수화만 번역할 뿐, 상대방이 하는 말까지 문자로 바꿔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강 씨가 만든 수화번역기는 손톱에 붙이는 투명스티커 모양의 센서와 목걸이와 팔찌처럼 생긴 번역 장치로 구성됐다.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평상시에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팔찌 모양은 뗐다 붙일 수 있어 대화하지 않을 때는 따로 보관할 수도 있다.

강 씨는 수화를 배우러 다니면서 청각장애인들이 거추장스러운 수화번역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덕분에 그는 청각장애인이 더 쉽고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2001년 인텔 ISEF에서 대상을 받은 라이언 패터슨의 수화번역장갑(좌)과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컵에서 준우승한 핑거코드(우) 사진 출처 : 인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시청각 모두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것도 있다. ‘핑거코드(Finger Code)’라는 장치다. 이 장치는 점자를 소리로 바꿔주고, 소리를 점자로 바꿔주는 기계다. 점자와 진동점자를 익혀야 알아들을 수 있기는 하지만 보고 듣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일반인과 소통하는 데 더없이 유용한 기계다.

핑거코드는 장갑과 핑거코드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로 구성된다. 컴퓨터에 말을 하면 문자로 바뀌고, 문자가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변해서 장갑에 전달된다. 장갑의 진동을 읽으면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장갑을 이용해 점자를 입력하면 컴퓨터에서 말소리가 나온다. 진동신호가 다시 문자로 음성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아직 진동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문자나 음성인식 기술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진동점자와 점자를 익힌 사람도 드물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는다는 점이 기특하다. 앞으로 부족한 점을 더 보완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덕분에 핑거 코드는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최한 이매진컵(Imagine Cup)에서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도 2010년 일본 교토대에서 개발한 ‘손가락문자번역기’와 중소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휴대용 수화번역기’도 있다. 이들은 기존 기술보다 한층 더 발전된 센서기술과 통신기술 등을 사용해 손가락 인식률을 높였다. 물론 제작비도 예전보다 훨씬 저렴해졌다. 이렇게 많은 연구자들이 꾸준히 연구하고 있으니 시청각장애인들과 무리 없이 소통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매년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이날보다 꼭 하루 앞에는 늘 ‘장애인의 날’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뻐만 하기보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도와줄 사람을 생각해보라는 뜻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태양폭발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미국 동북부와 같은 넓은 지역이 2~3일간 대규모 정전을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조세프 데이빌라 박사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11년 3월 17일에 한국천문연구원을 찾아 ‘2013년 우주환경재난 전망과 대응’에서 발표했다. 이런 세미나가 열린 배경에는 2011년 2월 15일에 관측된 태양폭발이 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경(한국 시각) 강력한 태양폭발이 일어났다. 태양 정면에서 일어난 이번 폭발은 초속 900km의 태양폭풍을 동반했다. 약 3일 후에 지구에 도달한 태양폭풍은 일부 고위도 지방에 통신 장애를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최근에 볼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태양폭발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태양폭발은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다. 태양폭발이나 태양폭풍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대규모의 폭발이라고 하기에 우리가 겪은 현상은 미미하다. 실제로 태양폭풍은 통신장애와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까?

태양폭풍에 대해 알려면 우선 태양활동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 태양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듯 항상 일정하게 똑같은 빛을 내는 천체가 아니다.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으로 볼 때 태양은 꽤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자외선, 엑스선 등으로 시야를 넓히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태양활동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흑점 출현, 홍염 분출, 플레어 폭발, 태양물질방출 등의 현상이 모두 이런 사례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이런 다양한 현상을 태양활동이라 한다.

태양활동 중 우주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플레어(flare)’와 ‘태양질량방출(CME·Coronal Mass Ejection)’이다. 플레어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태양폭발이고, CME는 태양폭풍인데, 두 가지 현상은 대부분 함께 일어난다.

태양폭발은 태양의 자기에너지(magnetic energy)가 열이나 빛의 형태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빛의 폭발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태양폭풍은 빛의 형태가 아닌 직접적인 물질이 방출된다. 따라서 두 현상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태양폭발의 영향은 즉각적이다. 이 때문에 방출된 빛은 8분 정도면 지구 근처까지 도달한다. 반면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빠른 태양폭풍은 초속 3,000km 정도다. 이 속도로 지구까지 도달하려면 최소한 하루나 이틀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태양폭발이나 태양폭풍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먼저 태양폭발이 일어나면 강한 엑스선과 극자외선이 생긴다. 이런 파장은 지구 전리층까지 도착해 전자의 밀도를 높이는데, 이 때문에 통신이 끊어질 수 있다.

전리층은 30MHz보다 짧은 주파수의 전파를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질은 원거리 통신에 이용돼 왔다. 그런데 태양폭발 때문에 전리층에 있는 전자의 밀도가 변하거나 자기장폭풍 때문에 전리층이 교란되면 통신에 장애가 온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위성통신뿐 아니라 위성을 활용한 항법 시스템은 여러 곳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신호는 모두 전리층을 통과하고 있으므로 전리층의 밀도가 변하거나 교란되면 통신장애가 생기거나 항법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킨다.

태양폭풍은 대기권 밖의 우주비행사나 인공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에너지 입자에 노출된 우주비행사는 생명에 위협을 받고, 인공위성은 훼손되거나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또 태양폭풍은 지구자기장을 압축시키고, 고에너지 입자 일부는 지구 극지방의 대기권 상층부로 들어온다. 이렇게 들어온 태양폭풍은 지구 자기권을 변형시켜 지자기폭풍을 일으키고 극지방에 오로라를 만든다.

지구 자기권의 변형은 땅 속에 흐르는 자연전류(지전류)를 유도한다. 지전류가 흐르면 지상의 전력시스템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의 정전이 일어나거나 송유관이 부식돼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태양흑점을 관측한 이래로 태양흑점수가 평균 11년을 주기로 증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태양활동 주기라 한다. 전통적으로 1755년~65년 주기를 태양활동 제1주기라 한다. 2011년 현재는 태양활동 24주기의 상승기에 해당하며 태양활동극대기는 2013년 중반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 점차 태양활동이 증가할 것이며 그에 따라 태양폭발과 태양폭풍도 점점 빈번해 질 것이다. 우리가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듯이, 태양활동에 의한 피해도 자연재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태양활동에 의한 우주환경의 변화 역시 우리가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으며 그 특성을 정확히 알고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의 태양폭발이나 태양폭풍 발생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매우 어렵다. 다만 대개의 경우, 특히 큰 태양폭발의 경우 태양폭풍이 같이 발생하기 쉽다. 태양폭풍의 경우는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태양폭풍이 발생하면 언제 지구에 도달해 영향을 줄지는 예측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연구결과에서 대개 12시간의 오차 이내에서 태양폭풍의 지구도달 시각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태양폭발과 그에 따른 태양폭풍으로 인해 통신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태양활동을 적절히 예보할 수 있다면 통신장애의 문제를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폭발에 의한 전리층의 급변은 일조지역의 비행통제에서 사용되는 통신 주파수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단파(1~30MHz) 통신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서는 전리층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높은 주파수로 주파수 운용을 변경하든지 대체 통신수단을 강구하면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07년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우주환경예보센터구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초보적인 우주환경감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2013년경에는 태양활동에 따른 우주환경예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적인 차원의 우주환경 변화를 예·경보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통신장애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통신 환경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한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연구그룹장

  1. 공룡우표매니아 2011.03.31 16:57

    지구과학 시간 공부하는 기분....
    새로운것을 알게되는 기쁨을 맞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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