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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도서관

‘DNA의 세계’로 함께 모험 떠나실래요?

by 사랑해,태진 2013. 1. 20.

‘DNA의 세계’로 함께 모험 떠나실래요?

[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DNA의 법칙(Transnational College of Lex 著, G브레인 刊)

2013년 01월 20일


“염기서열 퍼즐 맞추는 기술 나왔다”

“‘유전자 가위’로 마음에 안 드는 유전자를 싹둑!”
“뚱뚱한 사람이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 찾았다”

최근 한 달간 보도된 ‘유전자’에 관한 뉴스다. 이제 우리는 DNA 염기서열도 맞출 수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유전자를 잘라낼 수도 있으며,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도 찾아낼 수 있다. 심지어 ‘우월한 유전자’ ‘성공DNA’처럼 사회문화적인 현상에도 응용할 정도로 유전자와 DNA는 대중적인 단어가 됐다. 

그런데 정작 DNA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생겼고,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원리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모가 자식에서 특성을 물려주는 유전 현상을 일으키는 게 유전자고, 이것을 구성하는 물질이 DNA라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다. 대중매체에서도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DNA 이중나선 구조가 발견된 후 60년간 밝혀진 내용을 일일이 소개하려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유전현상에 대한 설명은 ‘DNA가 생물 후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한 문장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문장 아래 숨은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도 있다. 내 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를 알고 싶은 건 인간 본연의 궁금증 중 하나니까 말이다. 

●일반인 모임, DNA의 세계에 도전하다

트래칼리(Transnational College of Lex)가 쓴 ‘물질·생명·언어까지 관통하는 질서 발견 : DNA의 법칙’은 바로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800쪽이 넘는 두꺼운 책 속에는 DNA와 유전자, 염색체, 게놈 등의 개념은 물론 40억 년 동안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한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친절한 설명은 물론 도표와 그림, 실습자료까지 있어 누구나 이해하기 좋게 구성돼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인 트래칼리에 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 이뤄진 이 집단은 생물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모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부터 아주머니, 아저씨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이 모여 생물학의 기초이자 세포와 DNA를 이해하는 과정을 써놓았다. 

그 덕분에 생물학의 ‘ㅅ’도 모르는 사람도 이 책을 손에 들면 세포란 무엇인지, 생물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단백질 합성 과정을 보여주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도 따라할 수 있어 놀이를 하는 듯한 재미도 준다. 

저자들이 기본서로 삼은 책은 두껍고 방대한 내용이 실린 ‘Molecular Biology of THE CELL’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주머니끼리 그들 눈높이에 맞는 수다도 떨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DNA와 진화 등을 바라보기도 한다. 연령, 배경지식,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틀 등 모든 것을 뛰어넘어 생명 자체에 대해 이해하려는 것이다. 

●DNA 이중나선에 그렇게 깊은 뜻이?

이들의 탐험은 세포와 염색체, 유전자, DNA, 게놈을 정의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생물은 모두 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세포 속에 있는 핵이 유전을 담당한다. 핵 안에 염색체가 있는데, 염색체 안에는 DNA가 수납돼 있다. DNA 중에서 실제로 단백질을 합성하고 유전을 일으키는 부분이 유전자다. 게놈은 인간은 인간이 되고, 개구리는 개구리가 되는 유전정보의 한 세트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상세한 개념 정리 뒤에는 DNA의 발견부터 구조를 밝히고 복제되는 원리까지 자세히 소개된다. 각각의 발견이 모두 극적이지만 그중에서도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DNA를 이루는 네 가지의 염기는 반드시 두 개씩 짝을 이루며(A-T, C-G), 이중나선 구조로 이뤄져 복제가 가능하게 만든다. 

A-T와 C-G로 결합한 쌍은 크기와 모양이 같기 때문에 안정적인 이중나선 모양을 만든다. 모양만 안정적인 게 아니라 한쪽을 보면 다른 쪽도 알 수 있어 복제가 일어나는 기본이 된다. 만약 이중나선의 한 쪽에 A가 있다면 반대쪽에는 반드시 T가 있고, C가 있으면 맞은편에 G가 오게 되므로, 한쪽 정보만 알면 반대쪽도 만들 수 있는 것. 이들 이중나선의 염기서열에 따라 20개의 아미노산이 조합되면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게 된다. 

●당신도 과학을 즐길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던 트레칼레는 이미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과 ‘양자역학의 법칙’이라는 책을 통해 푸리에 함수와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정복한 바 있다.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은 아무나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생각은 접게 된다. 

과학은 생각보다 재밌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즐거운 콘텐츠다. 이 책은 그걸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다. 고등학교 졸업생도 아주머니, 할아버지도 관심만 있다면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법칙, 생물학자와 화학자의 생기설 그리고 분자생물학의 시작, DNA가 왜 중요한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전문용어에 ‘쫄지’ 말고, 책 두께에 겁먹지 말자. 조금만 집중하면 당신도 DNA는 물론 자연을 이해하는 법칙을 알 수 있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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