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가 좋고 물만 보면 쾌적한 마음 드는 이유 [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著, 사이언스북스 刊 2012년 07월 29일 |
“전생에 무엇이었다고 생각합니까?” ●진화를 일상생활로 초대하려는 노력 ‘오래된 연장통’이라는 제목은 저자가 인간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비바람은 어떻게 피할 것인가, 어떤 배우자를 고를 것인가, 포식동물은 어떻게 피할 것인가’ 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리적 공구’가 빼곡히 들어있다는 것.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 남아 있던 각종 적응 기제는 망치와 톱, 니퍼, 대패 등이 잔뜩 들어 있는 연장에 비유됐고, 이런 것이 담긴 마음이 오래된 연장통으로 표현된 것이다. 물론 마음 속 공구가 최근에 등장한 현대적인 문제까지 대비하지 못해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연선택에 따르면 먹이 공급이 충분하기 않았던 원시 우리 조상들은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도록 진화했고, 이 때문에 단 것을 즐기게 됐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이런 성향은 생존에 유리한 게 아니라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을 부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진화이론이 인간 심리와 행동에 미친 영향을 하나 둘씩 이해하게 된다. 오랫동안 믿어졌던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생물학자들이 진화이론으로 동물의 행동을 설명하듯, 진화심리학자들도 진화심리학으로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유머, 소비, 종교, 도덕, 음악, 예술 등 진화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이 진화와 연결되는 장면을 보면 어느새 진화심리학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을 설명하는 가까운 학문이면서, 인지과학과 뇌과학 등 여러 분야의 과학을 두루 활용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진화심리학의 처음과 끝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의 관심사를 진화와 엮어 이 분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분야가 재밌다는 점과 진화심리학에서 보는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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