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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도서관

[PAPER 클립보드] 사는 공간이 생각의 틀을 만든다

by 사랑해,태진 2017. 5. 4.

사는 공간이 생각의 틀을 만든다

아파트 :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 박철수

아파트,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60%가 사는 집이다. 똑같은 넓이와 공간 배치로 이뤄진 성냥갑 같은 건축물이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아파트가 단순히 집일 뿐 아니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물론 아파트가 여러모로 살기 편한 건 맞다. 단지로 꾸며놓은 터에는 상가, 주차장, 공원 등 웬만한 시설은 다 있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안락함에 함정이 있다. 전화 한 통이면 가로등이 고쳐지고 택배까지 경비실에서 대신 받아주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그만이다. 문을 걸어 잠그고 집 안에 들어앉아 각자 삶을 위한 열정을 불태우는 게 영리한 선택이다. 아파트가 많아지고 거기에 사는 사람이 늘수록 사회가 더 각박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사회를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표현한 강준만 교수의 책을 보고 아파트를 떠올렸다고 한다. 한국을 이런 사회로 만든 중심에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단지 형태로 개발된 아파트 속에 사는 사람들이 이룬 공동체는 앞으로도 공적으로 차갑고 사적으로만 뜨거울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다른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아파트 단지 대신 다른 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꿈꾸게 됐다. 딱딱한 건축 이야기로 이뤄진 책이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뜨끈해지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박태진 評

<PAPER> 2014년 2월호 '클립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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