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주어서 참말로 고마운 그 이야기들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 서진영  

참 고마운 친구가 한 명 있다. 어디 손 뻗을 데 없이 곤궁한 처지인 내게 곁을 내주고, 초라하고 구석진 마음을 달래줬던 사람이다. 내가 옹졸한 탓에 한동안 연락도 뜸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조차 귀한 기회를 선물했다. 일 년 동안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사람 여섯 명을 만나고 글을 써보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을 추천했다. 내용도 구성도 참고할 수 있을 거라고 살뜰하게 마음을 써준 것이다. 이렇게 읽게 된 책에는 일종의 팔도 여행기가 펼쳐져 있었다. 열두 명의 공예 무형문화재 찾아 서천(한산모시), 나주(쪽 염색과 소반), 서울(바느질), 영덕(옹기), 단양(사기), 수원(창호), 통영(발과 나전), 남원(백동연죽), 곡성(낙죽장도), 청주(배첩)를 밟았으니 전국 팔도를 웬만큼 둘러본 셈이다. 그러나 글들은 여느 여행기와 달랐다. 잊혀져가는 공예품과 그를 만드는 장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남다름을 빚어내고 있었다. 조상들이 입고, 먹고, 살아가는 데 사용했을 물품은 고왔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것들을 이날 이때껏 손수 만들며 전통을 이어온 장인들의 소신에는 머리가 숙여졌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정성을 다해 물건을 만드는 어르신들의 솜씨와 삶은 공예품 못지않게 빛이 났다. 그래서 한 장씩 넘길수록 몰라주어서 미안한 마음이 커졌지만 알게 되어서 기쁜 마음도 늘어났다. 어설픈 관광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진짜 이야기를 캐낸 서진영 작가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마 책 속에 소개된 장인들의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자신의 재주를 알아주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나는 법이니까. 이 책으로 그런 사람이 몇 곱절로 늘었으니 더욱 좋지 않을까 넘겨 짚어본다.  박태진 評

<PAPER> 2014년 8월호 '클립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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