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보콩1 농촌을 조명하라, 농사꾼이 힘날 수 있도록!: 이시백 <갈보콩> 아부지는 농사꾼이다. 오십이 넘도록 자기가 나서 자란 마을을 일주일 이상 떠나서 살아 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어려서부터 소꼴 먹이고, 모내고, 타작하고 그런 일들이 지금껏 그의 일상을 채워왔다. 사춘기 때 장성한 소 한 마리를 팔아 소니 라디오로 바꿔 온 게 그 삶에서 조금 어긋난 행보였을 뿐 늘 농사꾼으로 살았다. 아부지가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할 즈음 할배가 돌아가셨다. 할매가 살아계시긴 했지만 워낙 늦둥이로 태어난 탓에 나이고 뭐고 따질 여력이 없었다. 열 서너살 남짓의 눈빛 또랑또랑한 소년은 그날부터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다. 농사만 지으며 사십여년을 살아온 셈이다. 이런 아부지 아래 태어난 나는 농사꾼의 딸이다. 태어나 십오년을 여섯 집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고, 중학교 다닐 즈음 시청.. 2020. 1.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