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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영화관

<트루먼쇼> -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

by 사랑해,태진 2020. 3. 18.

영화 <투루먼쇼>의 한 장면. 인생 전체가 생중계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카메라로 중계된 사람, 트루먼. 그는 크리스토프가 기획하고 제작한 가공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 투르먼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연기자이며 세상의 질서는 트루먼의 행동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평범한 이웃, 회사, 가정, 친구 등 어느 것 하나 결핍된 것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그곳에 사는 트루먼은 마땅히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는 트루먼의 혼잣말과 크리스토프와 시청자의 인터뷰가 교차되면서 시작한다. "이것은 진짜 이야기이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물하죠."라는 크리스토프의 말 뒤로 따라 나오는 트루먼의 혼잣말은 "당신 미쳤군, 메스꺼워."이며, '트루먼쇼'를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는 시청자의 인터뷰 뒤에 트루먼이 하는 말은 "내가 죽으면 내 시체를 먹고 힘을 내줘."이다. 멋지게 포장된 프로그램은 감독과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줄지 모르나 트루먼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메시지다. 감독과 시청자는 트루먼의 '시체'를 통해 그들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늘에서 조명기구가 떨어지고, 라디오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방송되며,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나타나면서 트루먼은 서서히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던 단 한 사람, 실비아를 찾아 나선다. 트루먼의 호기심을 경계해 어릴 적 만들었던 물에 대한 공포의 기억도, 크리스토프가 만든 폭풍우도 진실을 향한 그의 열정 앞에는 무용지물이다. 마침내 세트를 빠져나가는 문을 발견한 트루먼은 다시는 못 볼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를 하며 떠난다. "Good afr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마지막까지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을 설득하려 했다. 세상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하지만 자신이 만든 공간을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쇼'를 위한 삶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의 삶보다 나은 것인가. 오히려 하루를 몽땅 타인에게 공개해야 하는 삶을 행복이라고 말하는 크리스토프가 진정한 위선자가 아닐까.

 

  '트루먼쇼'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트루먼의 삶을 그저 자신들의 오락거리로 여긴다. 트루먼에게는 진실한 첫사랑을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삼고, 세트를 벗어나려는 트루먼을 두고 내기를 건다. 그들에게 트루먼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쇼를 보고 즐기는 자신들의 행복만이 중요하다. '트루먼쇼'에 관한 방송에서 시청자가 물어대는 것은 고작 '카메라가 몇 대인지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였다. 그들이 '트루먼쇼'에 보내는 열광적인 지지는 훌륭한 장난감에 대한 애정과 다르지 않다.

 

  이제 트루먼은 행복해졌을까? 글쎄다. 물론 실비아를 만나 사랑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 것이 예상되지만, 이미 전 세계에 알려진 유명한 사람이라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리며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스스로가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낱낱이 공개하기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자신의 틀을 짤 수 있는 자유도 얻음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찾게 되었다. 

 

  트루먼의 해방, 그것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에 의해 짜여진 틀에서 아무런 각성 없이 살아가는 것에서는, 그것이 아무리 안정되고 평화롭더라도, 진실한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고 삶의 방향을 선택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다.

 

2006년 11월 29일 싸이월드 등록

2020년 3월 18일 티스토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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