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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porter/기자의 눈

‘모르는 게 약’이란 답한 국민의 공복(2012.09.04.)

by 사랑해,태진 2012. 9. 4.

지난해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해 학교 ‘영양교사’가 꿈인 A씨. 그래서 임용고사를 일찌감치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전 교수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단다. 올해 전국에서 뽑는 영양교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 시험 준비는 고사하고 앞으로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명치 끝이 아려오기만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왜 선발할 교원 숫자를 미리 알려주지 않을까?’ 선발 인원이 제로라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진로를 고민했을텐데, 이 때문에 A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첫 발판부터 삐그덕대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은 비단 A씨 뿐만 아니라 국영수를 제외한 비인기 및 비교과 교사를 준비하는 이들 대부분이 겪는 문제다. 이 때문에 해당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로 문의했다.

담당자는 교과부는 ‘교원 정원 사전예고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3년 신규 교원 정원은 이미 지난 5월에 발표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영양, 상담, 사서, 보건 등 비교과 교사 정원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담당자는 비교과 교사 정원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학생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답을 했다. 왜 학생들에게 유리한지 궁금해 물었지만 마땅히 설명하지 못했다.

교원 임용시험은 시험 교과목 자체가 독특하기 때문에 일반기업이나 공무원 준비와 달리 그동안 공부한 내용으로 여러 군데 지원할 수 없다. 게다가 비교적 긴 시험 준비기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채용인원을 모르고 무작정 준비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교과부는 교원 임용 사전예고제가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비교과 교사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숫자가 계속 줄고 있는데다가, 공무원 신분인 교원은 선발 인원도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하며, 비교과 교사의 경우 학교별 예산 상황에 따라 정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백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학생들은 몰라도 된다, 소위 ‘모르는 게 약’이라는 식의 대응은 문제다.

교과부에서 보기에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도 될 행정절차일지 모르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채용인원 때문에 1년이라는 시간을 날린 예비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다.

문제가 있는 곳에는 해결책도 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미뤄졌던 교원 임용 사전예고제도 결국은 시행되고 있지 않나.

차별없는 보편 행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직업선택 자유 조항에도 걸맞는다. 그저 모르는게 약이라고 무시하는 공무원의 답을 들으니 정권 말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전형을 보는 듯 해 씁쓸하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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