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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porter/기자의 눈

‘바이오시밀러’가 한국 바이오계의 트렌드?(2012.07.17.)

by 사랑해,태진 2012. 7. 17.

지난달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2012 바이오 국제컨벤션’에 다녀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박람회인 만큼 세계 각지의 생명공학기술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 생명공학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은 지역대표 과학자를 소개하며, 진안지역의 바이오의료파크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브라질은 자신들의 강점인 바이오연료 쪽 연구와 정책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일본, 터키, 벨기에 등도 자신의 나라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몄다. 

우리나라 부스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해 ‘바이오시밀러’를 대표 선수로 내놓았다. 홍보책자에도 바이오시밀러 현황과 전망 등을 자세하게 다뤘다. 담당자 역시 올해 한국 바이오 업계의 트렌드는 ‘바이오시밀러’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의 세포나 유전자를 이용해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약이다. 화학물질로 만드는 합성의약품은 화학식을 똑같이 따라해 동일한 약(합성제네릭)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의 세포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100% 똑같은 약을 만들 수 없고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만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른다. 

올해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셀트리온은 일련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바이오시밀러가 한국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견인차로 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부스의 대표 선수로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은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문제는 부스 안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와 벤처기업, 연구소가 입주한 부스들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다루는 곳은 없었다. 또 한국 부스 맨 앞에 있는 안내 책자를 제외하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어떤 전시물도 볼 수 없었다. ‘올해도 바이오시밀러가 트렌드’라고 말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정보는 사기업인 셀트리온 부스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해당 기업이 최근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이 같은 풍경은 바이오시밀러를 대표 주자로 내놓은 한국 부스에서 보였어야 한다. 

매년 바이오컨벤션 행사에 참가하며 세계에 한국바이오산업을 홍보하느라 애쓰는 한국바이오협회의 노력은 잘 알려졌다. 힘을 기울인만큼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면 ‘헛힘’만 썼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번 전시회부터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잘 알릴 수 있는 홍보기획에 좀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이왕 참가하는 전시회라면 한국의 대표 바이오산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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