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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영화관

보라색 샅바가 준 감동, <천하장사 마돈나>

by 사랑해,태진 2010. 6. 7.

천하장사 마돈나
여기 7살 때 마돈나를 보고 반해 버린 남자가 있다. 그는 마돈나를 이상형으로 삼고 그녀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산다. 좀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이것이 마돈나에게 반했던 대부분의 남성들의 인생 이야기가 아닐까한다. 오동구만 빼고.

이름마저 씨름에 재능이 있을 것 같은, 씨름 선수의 몸매를 지닌 오동구. 그는 마돈나에게 반해 마돈나가 되고자 한다. 그녀를 처음 본 그 날부터 마돈나가 되는 그 날까지 동구의 노력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마돈나와는 정반대 편에 서 있을 것 같은 씨름 선수의 길까지 걷게 된다. 제작사 측에서 홍보한 그대로 '뒤집기 한판이면 여자가 된다'는 영화가 바로 '천하장사 마돈나'다.


보라색 샅바

교복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씨름을 하겠다는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구는 장학금 500만원을 위해 씨름판에 뛰어든다. 그런데 '이름도 재능있네'라던 코치 선생님은 늘 화장실에만 계시고 무기력한 저팔계 3형제와 까칠한 주장은 동구를 본 척도 안 한다. 그래서 샅바를 빨기로 한 동구. 빨갛고 파란 샅바들을 열심히 빨고 있는데 저팔계 선배들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다음날부터 그들은 보라색 샅바를 두르고 씨름해야 했으니까. 

보라색 샅바는 동구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세상에는 파란색의 남자와 빨간색의 여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라색의 오동구도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동구가 샅바를 빨았고, 그래서 두 가지의 색이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샅바 또한 청색과 홍색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제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끗이 빨고 조화를 이루어도 세상은 거꾸로 돌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보라색 샅바의 파격은 씨름판을 패셔너블하게 만들어 줄 신선한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그냥 살고 싶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여러 동아리를 들락날락하는 동구의 친구가 동구에게 부럽다고 한다. 그래도 꿈이 있으니까 열심히 살 수 있지 않느냐고. 그런데 동구가 벌떡 일어나 외친다. '꿈이 나한테 얼마나 잔인한지 알아? 난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 

거대한 망치가 머리를 쾅 친다. '꿈이 잔인하다 그리고 그냥 살고 싶다.' 처음부터 무엇이었던 사람에게 그것이 되고 싶어서 좋겠다는 말은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 꿈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 마돈나의 외침은 '성 정체성'을 이해한다던 우리의 가면을 완벽히 부숴 준다. 진정한 의미의 이해란 무엇인가.


행복이 뭔지 아니?

맨날 화장실에서 똥을 누시는 씨름부 코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도사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동구를 제명시켜달라는 주장에게 '모두 저절로 굴러가는 거다'라는 말을 남기시며 낱말 퀴즈에 몰입하다가도 본능에는 충실해 늘 화장실로 선수들을 집합시키는 코치님. 그은 자신의 매력을 맘껏 뽐내면서 영화 속 감초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리고 결승전에 오른 주장과 동구를 화장실에 불러놓고 결정적 대사를 던진다.  '행복이 뭔지 아니? 지금처럼 심장이 쿵쾅거리는 거, 그게 행복이야.'


존재, 그 소박한 매력
 
오동구라는 존재,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고, 마돈나처럼 멋진 여자 가수가 되고 싶은 평범한 사람. 그를 통해 존재의 소박한 매력을 발견한다. 동구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보라색 5번이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무슨 색 몇 번인가. 그저 존재하고 그것으로 심장이 뛰는 행복을 느끼는 것, 그 매력을 위해 이 땅의 많은 이들이 웃고 울면서 달린다. 이렇게 '천하장사 마돈나'는 동구를 우리 개개인의 존재와 행복을 조명한다. 그래서 특별하고 소중하다.  

굳이 예전에 썼던 글들을 블로그에 올린다. 이 공간을 멋지게 일구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것을 열심히 표현할 작정이다. 앞으로도 많이 들러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 파란토마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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