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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을 말하는 <밀양>, 결론은 글쎄? "제가... 힌트 한 가지 드릴까요? 사장님은요, 우리 누나 취향이 아니에요." [밀양], 제 6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초청작, 이창동 감독, 송강호, 전도연, 쏟아지는 찬사 등에 더해 힌트를 한 가지 더 주자면 "박태진의 취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원'이라는 소재, 전도연과 송강호의 끝내주는 연기, 가슴 절절한 신애의 사연과 묵묵한 종찬의 보살핌이 한데 어우러져 볼 만한 영화가 탄생했으니 기쁜 일이다. 더불어 많은 이가 '용서'와 '구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전부다. (물론 이것도 못하는 영화가 많고 많지만;) 이 영화에는 '영화적임'이 뿜어내는 맛깔스러움이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영상, 현란한 음향, 절묘한 편집은 거의 찾아볼 수 없.. 2010. 7. 1.
원자로가 바닷물을 마시게 해준다고? 한반도의 가장 동쪽 끝, 독도. 일반인이 이 땅을 밟을 수 있게 된 건 2005년 3월 26일 독도 관광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비록 30분 정도만 머물러 선착장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지만, 날씨가 허락하는 한 이곳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들 관광객을 태운 배가 섬에 도착하면 섬에 살고 있는 주민이 바빠진다. 배에 싣고 온 물통을 옮기기 위해서다. 이 물통에는 독도주민을 위한 식수가 담겨져 있다. 독도에는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플랜트가 있지만, 아무래도 그 양이 충분치는 않다. 독도에는 물뿐 아니라 전기도 귀하다. 최근에는 태양광발전 설비가 설치돼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이전까지는 디젤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들었다. 145kW급 디젤발전기를 가동하는 데 드는 기름은 연간 17만L... 2010. 6. 24.
아름다운 공포영화, <기담> … "쓸쓸함이 진짜 공포다" 선물 무지 오랜만에 홀로 극장을 찾았다. 졸업 2주년을 기념해서, 세 살을 맞은 나를 축하하며, 내가 나에게 좋은 영화 한 편 구경시키고 싶었다. 그만큼 많이 고민하고 고른 영화, [기담]. '1942년 경성 안생병원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 셋'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좋았던 영화.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만났다. 한국영화 위기론아, 훠이훠이 물렀거라. 사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봉인된' 소녀와 묵묵히 외로웠던 의대 실습생, 박정남. 새 아빠를 사랑한 소녀와 그녀의 담당 의사, 이수인. 그림자가 없는 아내, 김인영과 영혼의 존재를 믿는 의사, 김동원. 이 주인공들은 모두 사랑에 목마른 존재들이다. 공허한 정남의 마음에 싸늘한 시체가 들어 온 것도, 온 가족이 죽어 버린 소녀에게 의사.. 2010. 6. 22.
콩가루도 뭉치면, <좋지아니한가> 1. 감독이 부러웠다, 얼마나 좋을까.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하기 시작한 지는 고작 5년 정도. 따라서 과거 화려한 헐리우드 배우나 감독에 대해선 잘 모르며,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다. 대신 좋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보게 된 영화들에 대해선 최대한 느끼고 즐겼다. 물론 대부분 국내산이며 따끈따끈한 신작들을 보았으므로 감상의 폭이 좁기는 할 터이다. 그렇게 짧은 기간 좁은 폭의 영화들을 보았음에도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감독은 참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런 이야기를 만들고, 필름에 담고, 찬찬히 정리하면서 감독은 적어도 수백 번 정도 외치지 않았을까, “영화를 만드니 좋지 아니한가!”라고. 특별하게 큰 줄기의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지치기하는 에피소드들.. 2010. 6. 19.
더 차갑게~ 더 높이! 초저온 로켓 우주강국을 꿈꾸는 인도가 지난 4월 15일 인도 스리하리코타 우주센터에서 로켓 한 기를 발사했다. 세계에서 6번째로 자체 개발에 성공한 초저온 엔진(cryogenic engine)을 3단으로 사용한 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 ‘D3’이다. 아쉽게도 이 로켓은 발사 후 정상궤도를 벗어나 바다로 떨어졌지만, 인도가 자체적으로 초저온 엔진 로켓을 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대체 초저온 엔진 로켓이 무엇이기에 인도가 17년이나 걸려 개발했던 것일까? 초저온 로켓 엔진이란, 저온 상태의 연료와 산화제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로켓을 말한다. 로켓이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가려면 연료를 빨리 연소시켜야 한다. 따라서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산소를 기체 상태로 로켓에 실으면 부피가 상당해진다. 그래서 로켓연료의.. 2010. 6. 17.
[문예위 독후감] 핑. 퐁. 핑. 퐁 -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렁그렁, 크지도 않은 눈망울에 커다란 물방울이 고였다. 펑펑, 흘러내리지 않고, 그렁그렁 고드름처럼 매달려만 있다. ‘못’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60억 인류를 생각하면서, 지구의 미래를 위한 ‘언인스톨’을 떠올리면서, 울고 있었는데도 그것들을 흘려버릴 수 없었다. 이렇게 아프고 속상한 이야기, 그렇게 담담하게 흘러가는 문체, 그리고 박민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나를, 인류를, 지구를 정말로 ‘언인스톨’할 때가 되었거나 박민규가 천재이거나 둘 중에 하나를 명백히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왕따와, 인류와, 지구와, 탁구의 이야기 - 내가 당신들을 만난 것에 감사드린다. 중학교 2학년 무렵의 왕따라면 내 주위에도 있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이 특별한 인간의 눈 밖에 나 특별하게 정신적으로 다쳤던 .. 2010. 6. 14.
낙천주의자는 비행기를, 비관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든다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길 스턴은 “낙천주의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들었다”라는 말을 했다. 비행기와 낙하산은 모두 인간이 하늘 위에 떠 있도록 도와주는 기구다. 그런데 둘의 진행방향은 정반대다. 바로, 비행기는 목적지를 향해 위로 날아오르고 낙하산은 땅으로 내려오는것! 비행기는 ‘도전’을, 낙하산은 ‘안전’을 의미한다. 생각이 낙천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기를 즐긴다. 무엇이든 생각하면 이룰 수 있다는 삶의 자세는 새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결국 비행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반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고려한다. 그래서 늘 만일의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둔다. 비.. 2010. 6. 14.
닥치고 춤이나 춰! 매력적인 <삼거리 극장> 새롭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물랑루즈'나 '시카고', '어둠속의 댄서'가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엔 이 영화도 그런 지루하고 느끼한 영상과 음악이 펼쳐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극장에 들어갔다. (물론 그 영화들이 전혀 지루하지도 느끼하지도 않다고 주장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나에게 위의 세 영화는 우울하고 지루하며 느끼했다.;;) '삼거리 극장'은 달랐다. 똑같이 어두운 조명을 사용하고 노래와 춤이 나오는 영화였지만, 우울한 무언가를 다루었지만, 신나고 새로웠다. 놀라운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고, 기괴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며, 화려하고 섬세한 조명들이 감정을 조율하는 '삼거리 극장'. 혹시 지금 극장으로 향할 생각이 있다면 주저말고 이 영화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유쾌한 판타스틱 세계를 .. 2010. 6. 11.
화성에도 계절이 있을까? 지난해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봇 피닉스가 화성에서 눈이 내리는 것을 발견했다. 피닉스는 화성 상공 약 3.2㎞의 구름에서 하얀 눈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관측했으며, 이 눈은 화성 표면에 도달하기 전 녹은 것으로 NASA는 추정했다.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훨씬 춥고 눈이 내리는 화성, 과연 그곳에 계절이 있을까? 화성은 크기가 지구 절반 밖에 되지 않고, 질량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성의 자전축이 약 25도 기울어져 있고, 이는 23.5도 기울어진 지구와 비슷하고, 자전주기도 24시간 30분으로 지구와 비슷하다. 이런 특성으로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계절 변화를 보인다. 특히 화성은 겨울에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결합해 응결하면서 때때로 눈이 내리기도 한다. 화성을 망원경으.. 2010. 6. 10.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 <라디오스타> 우리는 모두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으면 최고가 되어야 하고, 그러면 더 큰 것을 이루어 세상에 중심에 서고자 한다. 남보다 멋지고 훌륭한 삶을 살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인간은 자신이 지나온 하류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설령 현재의 위치에 그대로 주저앉아 창백한 인생을 살게 되더라도, 보다 낮은 자리로 돌아가면 소박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말이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더라도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서울은 일종의 자존심이다. 그 욕망과 자존심을 다루고 있는 영화가 '라디오스']다. 번쩍거리는 '중심인'인 대신 이도 저도 아닌 '주변인'이 만드는 은은한 울림, 그것이 '라디오스타'다. 88년도 가수왕 최곤, 이름에 '최.. 2010. 6. 8.
보라색 샅바가 준 감동, <천하장사 마돈나> 천하장사 마돈나 여기 7살 때 마돈나를 보고 반해 버린 남자가 있다. 그는 마돈나를 이상형으로 삼고 그녀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산다. 좀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이것이 마돈나에게 반했던 대부분의 남성들의 인생 이야기가 아닐까한다. 오동구만 빼고. 이름마저 씨름에 재능이 있을 것 같은, 씨름 선수의 몸매를 지닌 오동구. 그는 마돈나에게 반해 마돈나가 되고자 한다. 그녀를 처음 본 그 날부터 마돈나가 되는 그 날까지 동구의 노력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마돈나와는 정반대 편에 서 있을 것 같은 씨름 선수의 길까지 걷게 된다. 제작사 측에서 홍보한 그대로 '뒤집기 한판이면 여자가 된다'는 영화가 바로 '천하장사 마돈나'다. 보라색 샅바 교복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씨름을 하겠다.. 2010. 6. 7.
[나로호 특집] 한국 최초발사체, 곧 우주로! 1969년 7월 21일,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다. TV로 중계됐던 달 착륙을 지켜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처럼 그의 작은 걸음이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후,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래서 지금은 인공위성으로 태양계를 탐사하거나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심지어 사람이 며칠씩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생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물론 이것은 우주선진국의 이야기다. 개발도상국들은 아직 우주개발을 꿈꾸지 못한다. 인공위성을 만들거나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 우주센터가 있는 나라는 손에 꼽힐 정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전까지는 이런 나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2010. 6. 6.
당신의 뇌는 왜 그 후보를 선택했나?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각 지역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은 TV 토론, 선거 유세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중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더 좋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후보자의 약속을 꼼꼼히 따져가며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 같지 않다. 대체 유권자들은 무엇을 보고 투표하는 것일까? 2000년과 2004년 미국 대선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그 답이 조금은 보인다. 2000년 당시 앨 고어 후보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부시 전 대통령을 반박하는 데도 같은 전략이었다. 가령 부시의 의료민영화를 반박하면서 ‘이 계획대로라면 18%의 의료보험비가 47%로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까.. 2010. 6. 4.
[나로호 특집] 한국 로켓의 진화…나로호가 있기까지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2차 발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우주강국에 들어가게 된다. 그간 인공위성 개발의 눈부신 성과보다 덜 알려지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발사체가 꾸준히 개발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로호 탄생이 있기까지 우리나라의 로켓기술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한국에서 현대식 로켓 연구가 시작된 것은 우주개발이 아니라 군사적 목적에서였다. 1958년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1, 2, 3단의 로켓을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고, 공군사관학교에서도 1969년부터 로켓을 개발했다. 공군사관학교의 로켓은 AXR-55, AXR-73, AXR-300 3종류로 아스팔트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로켓에 대한 기본 지식과 경.. 2010. 6. 4.
[나로호 특집] 나로호의 '진짜 성공'을 기대하는 이유! 우리나라가 처음 개발한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두 번째 발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8월 25일 1차 발사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지 10여 개월 만이다. 그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들은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느라 밤낮없이 바쁘게 지냈다. 2차 발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들에게 남은 것은 ‘진짜 성공’을 맛보는 일뿐이다. 그렇다면, 나로호는 두 번째 발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정확히 답을 내릴 사람은 없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우주강국도 로켓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수십 차례 이상 발사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발사성공률도 27.2%에 그친다. 하지만 나로호의 1차 발사에 비춰보면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당시 위성을 둘러싸고 있던 덮.. 2010.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