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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ctory/에세이

산골마을 우체부 아저씨

by 사랑해,태진 2020. 3. 23.

영화 <인어공주>에 나오는 우체부 아저씨는 섬마을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영화 <인어공주>에 나오는 우체부 아저씨를 보고 내가 어릴 적 우리 동네로 편지 배달을 오시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집이라고는 8채 남짓, 하루에 한 통의 편지가 오는 것도 드문 동네에 성실히 우편물을 배달해 주시던 아저씨. 우편물이라고 해 봐야 전화세, 전기세 용지가 전부였지만 날짜 어기지 않고 남의 손에 부치지 않고 열심히 배달해 주셨던 분. "인어공주"에 나오는 김진국아저씨처럼 밝은 미소를 가졌던 아저씨가 한 분 계셨다. 어른들은 모두 들로 나가시고 동네를 지키고 있던 것은 우리 삼남매와 뒷집 철이였다.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우체부 아저씨가 오시면 우리들은 "와~ 아저씨"를 외치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작은 동네에 저희들끼리 노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아저씨는 우리 동네로 오실 적 마다 편지를 담는 바구니 안에 과자를 넣어 배달해 주시곤 하셨기 때문이다.

 
하루는 막내 동생만 남겨두고 들로 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동생의 나이가 4살이었던가? 아무튼 그 녀석 혼자서 무척이나 무서웠던 모양이다. 자다 일어나서 아무도 자기 곁에 없음을 깨닫고 동네가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다. 들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동생은 정말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던 그 때 우체부 아저씨가 동네로 오셨고, 내 동생을 달래어 오토바이를 태워서 멀리 동네 슈퍼로 가서 과자를 사주셨다. 내 동생이 방긋방긋 웃을 때 쯤 우리 동네로 데리고 와서 어머니 손에 안겨주셨다. 고집불통 내 동생 달래느라 어지간히 힘들었을 텐데 그저 "허허" 웃으며 "이 놈 참 귀엽네요." 하시던 우체부 아저씨...

 
내 어린 마음에 우체부 아저씨들은 그렇게 착한 사람만 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도 우체부 아저씨가 무척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마 우리 동네로 오는 모든 우편물을 내가 받아 챙겨들고 배달하겠다고 떼도 썼었던 같다. 멋진 아저씨.. 어딘가에 훌륭한 모습으로 계실테지.ㅋㅋ

 

오늘 영화 속에 진국 아저씨의 모습은 예전 그 아저씨의 모습을 꼭 빼닮았다.

 
- 20040630. 대구 아카데미극장. 혜정이와 함께 (싸이월드 일기장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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